협업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

팀 프로젝트의 악명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by 델리만쥬

2024.07에 작성/저장한 글입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노도 저어야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한 다음 노를 저어야 한다. 마지막 글을 브런치에 거의 '써재끼고 나서', 너무 폭 넓고 얕은 공부만 해온 탓에 길을 잃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온전히 길을 찾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충 뭘 시도해 봐야 할지는 결정이 된 상태이다. 이제까지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려고, 브런치에 참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많은 대학생들이 느낄 만한 천 주제가 되시겠다. 팀프로젝트, 혹은 '협업'. 어떻게 보면 참 공포스러운 단어다. 학창시절 하던 모둠활동 정도는, 모두가 엇비슷한 상태였고, 정말 특출난 애, 정말 못난 애 이 정도 있었던 그런 학창시절에 비해 대학생의 팀플은 정말이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새로운 걸 도전하는 데 겁먹지 말라지만, 도전은 겁먹을 게 아니었다. 내 수준이,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이 너무 부족해 민폐일 수 있다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에타(에브리타임 ; 대학생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오려 토이프로젝트, side 프로젝트 등의 팀원을 모을 때는 꼭 붙이는 말이 있다. '많이 부족하더라도 같이 열심히 할 분' 이라던가, '~해본 경험은 있지만 ~한 경험은 없으면 안 된다'던가 등. 운이 좋으면 지인이나 동아리 등에서 어렵지 않게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랜덤이라는 것. 지인의 지인이라 해서 믿었는데, 발등 찍히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그냥 랜덤으로 뽑혔는데 정말 운 좋은 팀플이 진행된 적도 있고. 아는 사람들끼리 진행했는데, 망가진 팀플도 있다.


그렇다면 팀플은 언제 성공하고, 언제 실패하는 걸까. 학생회부터 전공 관련 프로젝트까지, 정말 별의별 토이프로젝트의 팀플을 해보면서 그 원인이 너무 궁금했다. 작년에 진행된 어느 성공적인 팀플에선 우리도 '대체 왜 성공했을까 우리?'라고 물어보고 있었을 정도로, 너무나도 순조로웠기 때문.


뭐, 글재주도 없고, 생각의 깊이가 깊은 것도 아니라 정말 이것도 '써재끼는' 것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몇 자 적어보자면 사실상 팀플은 실패를 default로 두되, 일부 요인이 해결되거나, 보완되는 경우에 성공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패를 기본값으로 두는 건 별 이유 없다. 수준도 다르고, 달성하고 싶은 것도, 얻어가고 싶은 것도 다 다른 사람들이 모였다. 개개인의 목표가 같은 것도 아닌 입장에서 노력하는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적) 무임승차와 (상대적) 버스기사가 생길 것이고, 감정적 갈등이 수반될 것이다. 갈등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개개인에게 있어 해당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낮아질 것이고, 어떠한 경우로 이어지든 결과는 실패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항상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잘 부탁드린다'에 숨어 있는 '달성하고 싶은 것'이 동일하다면, 최소한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생각해보자. 최소한의 수상을 모든 조원이 목표로 하고 있다면, 성공의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수상이라는 것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에 해당하는 노력을 모두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준이 누구는 더 높고 누구는 더 낮다면, 더 높은 사람이 좀더 어려운 일을 좀더 많이 하는 대신 다른 잡다한 일들을 좀더 낮은 사람이 공부하며 같이 처리해 오는 방식이라면, ideal type의 팀플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최근에 느꼈던 다른 성공 요인이 있다. 내로남불의 태도를 갖지 않는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7월달부터 다른 플젝을 준비해 보자는 제안에, 여러 준비를 해왔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흐지부지되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제안을 꺼냈던 S 언니에게 조금 화도 나고, 다른 대체재를 구해 왔는데 그마저도 조건이 맞지 않아 거절당하면서 그 분노가 배가되었었다. 그 이유는, 카톡은 여전히 읽지 않는 상태인데 블로그도 업데이트되고, 인스타 스토리, 그것도 다른 사람들과 만나 티켓팅한 스토리가 업로드되었기 때문. 정말 목구멍까지 '깔끔하게 다 하고 티켓팅을 하러 갔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말이 튀어올라왔는데,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학원에서 일하는데, 학년이 중1부터 고3까지 광범위해 준비할 게 많다는 핑계로, 저녁엔 수업이 있어 참여가 어렵다는 핑계로 준비가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제대로 열심히 참여하지 않아 놓고, 뭐라고 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좀더 열심히 했다면, 중간에 상황 보고 연락이라도 한 번 했다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아,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ex.직장/학교 시험기간 등)은 서로 이해해 주는 태도는 필요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소신과 예의 그 어느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