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쉽게 쓰는 글

by 정젤리



그냥 뭔가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사소한 재앙들은 보통 함께 오는 법이라

꼭 이런 날이 있다.

꼭 이런 날도 있다고 해야

내 앞으로의 다른 날들에게 위로가 될까.

내가 돈이 많다면 비행기를 타고

어디 저 멀리 계획 없는 여행을 가 볼 텐데.

그만큼은 아니라도 용기라도 있다면

후딱 배낭을 챙겨갖고 버스에라도 몸을 싣고

하염없이 피는 봄을 바라볼 텐데.

그도 아니면 정말 요 앞에라도 가서 걷고 걷고

그러다보면 어느 꽃이 안녕안녕 말을 걸어줬을 텐데.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내 그림자에 멍청히 묶여서

지는 노을만 바라보고 있었네

해를 쫓아가 볼 걸

해가 떠나도 달을 쫓아 달려볼 걸

괜히 나는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님에

몸을 사리고 더들더들 하루를 보냈다.


기왕 이리 된 거

그리다 만 그림에나 볼펜질 두어 번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 쿨쩍쿨쩍 해볼까

사실 우울은 그렇게 파묻은 고개가

지쳐 털고 일어날 때까지

토닥토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참 쉽게 쓰여진 글이다

그래도 이 글이나마나

어느 날의 당신께

작은 위로가 되기를.

이런 날도 있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