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색이 되고시퍼

27개월 쌍둥이의 언어로 바라보는 세상 #1

by 해피니즈

우리 집엔 빨강이와 파랑이를 좋아하는 별똥이와 확고한 분홍러버 똥별이가 살고 있다.


23개월부터 급말문이 터진 별똥별 친구들은 앵무새마냥 어른들의 말을 곧 잘 따라 하더니 요즘은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선택과 꽤나 매끄러운 문장을 구사하며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있다.

솔직히 나의 주 대화상대인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단어 선택과 표현으로 인해 나는 언어의 쇠퇴기를 맞고 있 느낌도 받지만 분에 별생각 없이 흘려보낸 단어와 문장을 로이 바라보는 중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단어로 분홍색의 세상을 남기고 싶다.


똥별 : 됴은(좋은)생각이 이떠요 엄마

엄마 : 응?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는데?

똥별 : 부농댁(분홍색) 됴은생각


으로 시작된 그녀의 분홍색 좋은 생각은


엄마 : (무엇이 되고 싶어라는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 똥별이는 뭐가 되고 싶어?

똥별 : 음.. 부농댁이 되고시퍼


분홍색으로 물들어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되고 싶다는 그녀의 세상에서 진리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맞다. 우리는 보통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직업을 말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고 대답이었다. 하지만 직업은 말 그대로 업일 뿐 그 자체가 '나'일 수는 없는데 왜 우리는 직업이라는 울타리에 나 자신을 가뒀을까. 그때 똥별이는 나에게 물었다.


똥별 : 엄마눈?

엄마 : 엄마? 음... 엄마는.. 연보라색이 되고 싶어!

똥별 : 그럼 아빠눈?

엄마 : 아빠는 아마 파란색이 되고 싶을 것 같아

똥별 : 별똥이눈?

별똥 : 나눈 빨간색이 되고시퍼


그렇게 우리 가족은 2025년 5월, 알록달록 색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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