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불어주겠니

27개월 쌍둥이의 언어로 바라보는 세상 #2

by 해피니즈

"엄마엄마 밖에 나가자"

"안돼,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작년에 기관지염으로만 3번을 입원할 정도로 기관지가 약한 우리 별똥이와 똥별이는 따스한 5월 봄바람에도 여지없이 기관지염을 달고 있다. 실은 3월부터 시작된 항생제 여정을 두 달 만에 겨우 끝냈었는데 이 정도 봄바람이면 괜찮겠지 했던 나의 방심으로 인해 그녀들은 일주일 만에 또 생제를 받아온 것이다.

"마스크 쓰고 나가자"

아이들은 바람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엄마에게 딜을 했다. 마스크 쓰면 괜찮지 않겠냐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그 조그마한 머릿속 생각을 엄마에게 비춘 것이다.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나름의 방안을 제시한 기특함에 엄마는 조건 하나를 더 달 말했다.


"대신 밖에 나가서 마스크 벗으면 바로 집에 올 거야. 절대 벗으면 안 돼! 약속!"

"야또!!(약속)"

당장 마스크를 주라며 고사리 같은 손을 뻗으며 아주 당차게 외친 그녀들의 약속로 우리는 집 앞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답답해서 마스크를 벗겠다고 칭얼거릴만도 했지만 어떻게 나온 집인데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지닌 듯 찍소리도 안 하고 모래놀이를 하던 그녀들 곁으로 조금은 세찬 봄바람이 훅 불어왔다. 그 순간 눈이 마주친 엄마와 별똥별들. 아이들이 걱정돼서 바깥놀이를 종료해야겠다고 마음먹던 찰나에 별똥이가 선수 치며 말했다.


"바람아, 조금만 불어주겠니?"


앗, 한발 늦었다. 별똥이가 바람에게 먼저 조금만 불으라고 나무란 것이다. 내가 한마디 했으니 이제 안 불 거라는 식으로 아무 문제없다는 듯 모래놀이를 진행하는 그녀들. 분명 문제가 있겠다 싶었지만 한순간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별똥이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조금만 불어주겠니>

나였다면 내가 이렇게 마스크까지 쓰고 노력하는데 바람이 또 분다며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을 것다. 하지만 별똥이는 달랐다. 오히려 바람에게 애원을 한 것. 너의 소임을 다하는 건 인정하지만 나도 하고자 하는 게 있으니 우리 타협을 해보자! 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갈등과 증오가 가득해 분열이 너무도 쉽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는데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별똥이와 같은 태도를 가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뜻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화를 내고 척을 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모습을 인정하고 같이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모습을 고민하고 행하는 것. 어느 정도 손해 보는 것에 대해 각박하게 생각 말고 공존을 우선으로 두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 이런 생각과 태도들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평화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별똥이의 애원이 통했는지 바람은 더 이상 거세게 불어오지 않았고 우리는 양껏 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주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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