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공 Apr 03. 2020

역사를 간직한 Regent Street Cinema

[런던을 걷는 시간] 취향이 있는 골목 '영화관'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 - Regent Street Cinema

307 Regent St, Marylebone, London W1B 2HW, United Kingdom


  Regent Street Cinema (리젠트스트릿시네마) 는 런던의 중심, 옥스포드 서커스역에서 도보로 불과 2-3분 거리의 Regent Street에 위치해있다. 겨울이 되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조명들로 런던시민과 관광객들을 설레게 하는 거리. 수많은 상점들과, BBC 방송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이 위치한 그 한 가운데 영국 영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영화관이 있다. 

영국 최초의 영화관, 1896년에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를 선보였다고 하니 비단 영국 영화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의 영화사를 품어왔을 곳이다. 1980년대 부터는 대학 강의실로 사용되다가 다시 2015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개관했다. 영화관에는 단 하나의 상영관만 있다. 상영하는 순간 만큼은 영화 한 편을 위해 온전히 영화관이 자리하는  것이다. 16mm, 35mm를 상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영관이기도 하고 여전히 수많은 영화제와, 영화 프리미어가 상영되는 곳.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추억을 함께한 영화관 중 한 곳이다. 

(이미지 출저: https://www.regentstreetcinema.com/about/)


(이미지 출저: 본인 촬영 매년 11월 중순이면 리젠트스트릿에는 아름다운 조명 장식이 켜진다.)


매년 11월이면 런던한국영화제(London Korean Film Festival)가 열린다. 런던한국영화제에 대해서만도 따로 글을 쓰고 싶지만, 리젠트스트릿시네마와 연결지어 적는 이유는 이 영화제의 폐막식을 최근 몇 년간 리젠트스트릿시네마에서 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은 개막까지도 리젠트스트릿시네마에서 진행했다. 좌석은 지정되어있지 않다. 관객들이 한 둘 200석의 자리를 채워나가고, 영화제의 트레일러, 감독님과 프로그래머님의 인사, 환상적인 인트로와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나서 이어지는 박수소리까지. 그리고 모두가 나가고 난 뒤의 텅빈 영화관까지 그 공기와 분위기를 잊지 못해 또 다시 영화제로 돌아가게 된다. 올해의 폐막작은 이혼 가정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풀어낸 독립 영화 <흩어진 밤>, 작년은 입양아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담아낸 <회귀>, 2016년은 홍상수 감독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작품성과 화제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객들에게 이야기할 거리와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선정되었고, 언제나 처럼 영화관을 가득 채운 현지의 관객들은 (한국영화제이지만 80%~90% 이상이 현지 관객들이다) 스크린으로 만난 낯선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런던한국영화제 폐막식의 모습 왼쪽부터 2016. 2018, 2019 (본인 촬영)


2019년은 한국영화사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런던한국영화제 역시 영화사 100주년에 주목하여 평소 만나보기 힘든 40년, 50년, 60년대의 영화들을 런던에서 상영했다. 그 시대의 영화와 영화사는 오늘 경험하여도 다채롭고, 놀랍고, 새롭다. 오늘의 리젠트스트릿시네마가 한국 영화를 한 켠에 품었는 사실도 그 역사에 남겨질 것이다. (조금 거창하지만!) 

언젠가, 혹은 또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오고 싶은 그런 영화관이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런던에 들려 리젠트스트릿시네마에서 보는 영화 한 편이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Thank you! See you soon!



참고: https://www.regentstreetcinema.com/abou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