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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주 Dec 24. 2022

"나"로 집중할 때 생기는 일

과거는 복기하고 현재는 냉정하게 미래는 비판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고 산다.

자신의 가치와 역량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는 무시하고 현재는 비관하고 미래는 낙관한다.

쌓아왔던 것을 손쉽게 버리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현재를 탓하며 알 수 없는 운에 기대어 미래를 밝게만 생각한다.

고통스럽지만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태도를 반대로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는 하찮은 것이라도 주워 담고 복기해야 하고 현재는 냉정하게 인식하고 미래는 비판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to your future"

"현재와 미래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그가 중퇴한 리드 대학에서 들었던 서체 강의가 훗날 매킨토시의 서체 시스템으로 연결되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현재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 마치 거울과도 같다.

사람들이 이 당연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나"를 온전히 직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나"는 그 누구보다 초라한 존재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가 뭘 하겠어?"라는 자책의 말과 함께 지난 수십 년간 공부하고 쌓아왔던 경험을 무시하고 새롭고 돈 되는 일을 찾아 헤매고 타인에 비교 속에 초라한 "나"로 되돌아가 있다.


다시 "나"로 집중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2019년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인해 시각 장애 판정을 받고 점점 시력을 잃고 있다. 현재도 비관적이고 미래도 비관적이었다. 스티브의 말대로 된다면 나는 10년이 지나도 이런 눈을 물려준 부모를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를 철저히 분석하고 바꾸면 미래도 긍정적으로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기로 했다.

우선 과거를 복기했다. 내가 그동안 어떤 분야를 공부했는가?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천천히 생각했다. 주로 웹사이트나 모바일앱을 만들었다. 대학원과 비즈니스를 병행하며 알게 된 다양한 인맥을 쌓았다. 나는 더 배우려 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역량을 믿어보기로 했다.

또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선택하여 그동안의 생각과 감정을 아카이빙 하기로 했다. 사람이 생각하고 글로 표현할수록 좀 더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사실 눈물이 나고 슬펐다.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잔존시력에 의지하여 정말 닥치는 대로 일하는 "나"를 발견했다. 10년간 유지한 법인 사업체, 파트타임으로 주 3일 근무하는 회사, 주 1회 근무하는 스타트업까지 항상 시간을 반나절로 쪼개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을 했다.

가정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되었지만 시력 문제와 건강이상이 생기는 일까지 일어났다. 내 미래는 죽도록 일하다가 버려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현실을 냉혹하게 인식하고 모든 상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장단점을 가리지 않고 생각할 때 인정하기 싫었지만 "장애"라는 키워드가 지금의 "나"를 대표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조금씩 나의 사정을 이야기했고 클럽하우스라는 SNS를 통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와도 만났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눈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정말 내가 장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해보았다.

그런데 조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ESG 시대를 맞이하여 장애 인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려는 노력이 보였다. 나는 당사자로서 사람들에게 장애와 접근성을 이야기할 때 설득력이 있었다. 이를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고 강연도 할 수 있었고 창업을 하고 싶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연구를 통해 만난 홍익대학교 교수님이 공동 창업을 제안하셨고 "유니마인드랩"이라는 장애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는 5명의 직원이 함께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현실로 옮겨주는 일을 같이 하고 있다.


http://unimindlab.com


"나의 미래는 어떨까?"


스티브말에 의하면 또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장애 관련 서비스의 혁신이 일어나 나와 같은 사람도 편하게 생활할 수도 있고 지금 진행하는 유전자가위 치료가 성공하여 어쩌면 밝은 눈으로 나의 딸아이 결혼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성경의 잠언 말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 시니라." (잠언 16:9)

이 말씀을 자세히 보면 "계획"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걸음을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초라하지만 과거의 나로부터 쌓아온 자산을 통해 현재를 명확하게 계획하는 것이다.


혹시나 마음의 좌절을 가지고 이 글까지 다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래도 지금까지 괜찮은 인생을 살아온 "나"에 집중에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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