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우주 Jun 22. 2023

애플 Vision Pro

는 저시력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2023년 6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파크에서 열린 WWDC 2023에서 애플은 새로운 폼팩터를 가진 신제품 애플 비전프로 (Apple Vision Pro)를 공개하였다. 3499달러라는 금액은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며 메타(META)가 주도하고 있는 VR/MR 헤드셋 제품 분야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실제로 WWDC 이전에는 관심과 기대로 주가가 올랐지만 행사 이후에는 주가가 다시 떨어지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나도 애플 제품에 대한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이 헤드셋 분야는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눈에 직접 닿고 온전히 시각적인 힘으로 정보를 얻는 디바이스였기 때문이다. 즉 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용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실제로 먼저 출시된 타사의 제품도 눈이 아프거나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여 엔터테인먼트로 즐기는 목적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헤드셋의 킬러 콘텐츠는 아마도 영화 감상이나 게임 등 오락적인 요소가 클 수밖에 없고 사용자를 잡기 위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좀 더 시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발표를 보고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 새로운 컴퓨팅 환경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터 (Spatial Computer)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기존의 데스크탑 PC가 한정된 공간에서 컴퓨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스마트폰은 공간의 제약없이 어느 곳에서 나 컴퓨팅을 즐길 수 있는 도구이다. 비전프로는 일상적인 환경에 디스플레이를 덧씌워 그 위의 가상환경에서 구현된 컴퓨터이다. 즉 내 눈에 닿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환경이 조성되고 나면 내가 인지하는 공간은 무한하게 확장된다. 원래 모니터를 둘 수 없었던 공간에 여러 대의 모니터를 띄워 업무를 볼 수 있고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초대형 스크린을 자유자재로 변경하여 띄울 수 있다. 내가 앉아있는 공간이 비좁은 이코노미 비행기 좌석일지라도.

이러한 공간의 확장과 디지털화는 많은 장애인 사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손발이 자유롭지 않고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지체장애인은 누워서도 여러 개의 창을 띄워 업무를 볼 수 있고 청각장애인 사용자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스크린을 통해 자막으로 볼 수도 있다.

장애로 인해 영화관에 갈수 없던 사용자, 여행이 어려운 사용자도 공간의 확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시각장애인은 어떨까? 우선 내가 처음에 언급 하였듯이 시각적인 몰입감이 중요한 헤드셋은 큰 기대가 되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시력인들에게는 어느 정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나는 시력이 저하되면서 큰 모니터가 필요했고 확대되는 작업환경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모니터가 클수록 공간 활용이 어려웠으며 모든 일하는 곳에 큰 모니터를 두어야 하는 효율 문제도 있었다. 그리고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도 들고 다닐 수 있는 17인치의 모니터를 소지하는데 사실 가능하다면 24인치나 27인치 모니터를 접어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만약 비전프로를 소지하고 있다면 이러한 모니터 크기의 제약 없이 가상환경에서 엄청난 크기의 모니터를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작업환경을 그대로 미러링 하거나 2-3개의 확장된 작업 환경까지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글자를 마음껏 크게 확대하고 비교할 수 있다.

전맹 사용자는 어떨까? 당장 헤드셋을 끼고 바깥을 돌아다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최소한 집안 내에서는 카메라가 눈 역할을 대신하고 사물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읽어 줄 수도 있다. 만약 비전프로가 선글라스 형태로 출시된다면 전맹 사용자에게는 새로운 “눈”을 제공할 수 있다.

나는 항상 기술의 발전이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마우스와 클릭으로 실행하는 GUI, 그리고 2세 아동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멀티 터치와 UI는 단순히 조작의 의미에서 벗어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소위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회사인 애플도 이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기존의 회사들이 이 헤드셋 폼팩터의 디바이스를 만들었지만 외면받았던 이유는 장애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하고 범용적인 기술을 만들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가격이 저렴해지고 대중화가 된다면 이 기술을 삶에서 유용한 도구로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제2의 눈을 선사해 주길 기대해 본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606_0002328879&cID=13005&pID=1310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