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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여? 화면을 키우면 되지!

by 최우주

나는 2010년대에는 화면을 어떻게든 어둡게 만들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2020년대부터는 화면을 어떻게 크게 볼 것인지를 연구했다. 우선 스마트폰의 경우 터치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확대시키면 된다. 이 ‘핀치 투 줌’ 기능은 크롬과 사파리 같은 웹 브라우저 또는 사진 앱에서 가능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앱이었다. 그 자체로 확대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글자를 키우는 ‘더 큰 텍스트’, 두껍게 만드는 ‘볼드체 텍스트’ 기능을 사용했다. 볼드체 텍스트는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이보다 글자가 더 두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텍스트를 크게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고, 너무 키우면 인터페이스가 망가진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느 날 시각장애인 동료가 ‘세 손가락 탭’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세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 번 터치하니 전체 화면이 커졌고, 다시 두 번 탭 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확대된 상태에서는 세 손가락으로 화면을 이동시키며 원하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이 기능을 좀 더 살펴보니 정말 유용한 기능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어기’였다. 제어기는 화면 위에 계속 떠 있으며, 확대를 원할 때 그 제어기를 길게 누르면 화면 확대가 구동되었다. 손을 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세 손가락 탭의 단점은 화면을 이동하면서 스크롤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려면 확대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멀티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제어기는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확대 상태가 충분히 유지되기 때문에 다른 한 손으로 스크롤을 포함한 다양한 입력이 가능했다.


그리고 확대의 수준도 즉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눈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조정했다. 화면이 너무 커지면 콘텐츠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크기 조정이 필요했다.



확대축소2.png 확대/축소 제어, 키보드 초점 따르기


키보드 초점 따르기


확대된 화면의 단점은 전체적인 콘텐츠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텍스트 입력 시에도 발생한다. 화면을 확대했다는 것은 키보드도 함께 확대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키보드를 보면서 철자를 입력하고, 다시 위로 올려서 제대로 입력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초점 따르기’ 기능을 활용하면 이 모든 어려움이 한 번에 해결된다. 키보드는 확대하지 않고 입력 부분만 확대 및 포커스 기능이 활성화된다. 이렇게 하면 내가 키보드를 입력하는 것이 확대된 채 바로 화면에 표시된다. 또한 이 기능의 큰 장점은 ‘따르기’에 있다.


입력을 하거나 삭제를 하면 초점도 함께 이동한다. 물론 키보드가 확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글자를 누르는지는 잘 안 보이지만,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입력이 표시되기 때문에 글자 입력을 하면서도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데스크톱에서는 어떻게 활용할까?


Windows나 Mac에서도 확대/축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Windows의 경우 확대가 부드럽지 않고 단계적으로만 적용되어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Mac에서는 Option 키 + 마우스 휠로 화면을 자유자재로 확대할 수 있었고, 전환 애니메이션도 매우 부드럽게 작동했다. 매직 마우스나 매직 트랙패드 등 마우스 휠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기기라면 이 전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모든 시스템을 Windows에서 Mac으로, 그리고 매직 마우스로 교체했다.


Mac 환경의 장점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키보드 초점 따르기’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재 이 글을 작성하는 환경도 이 기능을 켜두고 대형 모니터를 통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초점에 따라 화면이 이동하기 때문에 확대된 채로 글을 써도 마우스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IMG_6933.JPG 화면을 크게 키워놓고 글을 쓸 수 있다.

사실 이 기능 자체가 운영체제의 운명을 가를 만큼 핵심적인 기능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을 추가하고 꾸준히 유지보수하면서, 나와 같은 사용자가 작가의 꿈을 꾸기도 하고 코딩을 하기도 한다. 전체 사용자의 5%를 고려하는 순간, 누군가는 그 혜택으로 폭발적인 생산성을 발휘하며 비장애인에 못지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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