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클래식반전 vs. 스마트반전

iOS의 신박한 색상 반전 기능

by 최우주

색상반전


iOS에는 클래식 반전, 스마트 반전이라는 기능이 있다. 접근성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름만으로는 어떤 기능인지 추측이 쉽지 않다. 이 기능을 이해하려면 먼저 “색상 반전”을 알아야 한다. 색상 반전은 우리가 접하는 거의 모든 OS에 탑재되어 있는 기능이다. Windows, macOS와 같은 컴퓨터 OS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게임 OS에도 탑재되어 있다.

윈도우색상반전.png Windows에도 탑재된 색상만전 기능

그렇다면 이 기능은 누가 사용할까? 내가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에 이 기능을 발견하고 구동했을 때만 해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소위 보색 관계로 알고 있는 시스템을 따라 색상을 뒤집어서 표현해 준다. 따라서 이미지를 반전시켜 버리면 약간 괴기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이상해져 버린 화면을 보고 있으면 “왜 이런 기능을 넣어 놨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시력자가 되고 난 후 밝은 바탕의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로 치면 빛을 받아들이는 조리개가 망가져서 밝은 부분은 과도하게 밝게 인식한다. 반면 바탕을 어둡게 처리해 주면 글씨를 읽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빛을 차단한다. 색상 반전 기능을 구동하면 밝은 색은 어둡게, 어두운 색은 밝게 처리하는 효과가 있다. 즉, 글자를 쉽게 인식하기 위해서 OS의 색을 강제로 조절한다.


이렇게 시인성을 향상하는 것만으로 읽히지 않았던 텍스트가 읽히는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미지는 이상해지더라도 글자만 인식하면 정보 접근에는 큰 도움이 된다. 때로는 이미지에 적힌 글씨도 색상 반전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기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장애인이 업무를 가능케 하는 매우 훌륭한 기능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OS에서 이 기능을 채용하고 있다.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기 어려울 때는 사진을 찍어 반전시켜 읽을 수 있다. 혹은 카메라 자체를 반전시키면 라이브로 반전된 “눈”을 가지게 되어 글씨를 읽을 수도 있다. 혹시나 앞으로 스마트 안경이 나온다면 이 색상 반전 기능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이미지까지.png 이미지까지 반전 효과가 적용됨

그런데 역시 한 가지 아쉬움이 따른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미지도 반전시키기 때문에 매우 괴기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 약간 창피한 생각이 든다.


클래식스마트반전.png 일반, 클래식 잔전, 스마트 반전


스마트 반전

스마트 반전은 그림이나 영상을 제외하고 배경과 텍스트를 바꾼다. 기괴하게 보였던 이유는 보통 이미지까지 반전시켜 버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스마트 반전은 말 그대로 반전시킬 대상을 스마트하게 인식하여 바꿔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현재 다크모드가 반영이 안 된 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다크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앱은 반전 없이도 시인성이 보장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OS를 제조하는 회사가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접근성 기능을 만들어 놓고 생색을 내기 바쁠 텐데, 소비자가 진심으로 원하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다.


클래식 반전 vs. 스마트 반전

이 두 기능은 서로 상호 보완적이다. 분명 클래식 반전이 업그레이드되어 스마트 반전이 출시된 것이지만, 클래식 반전 기능의 쓰임은 아직도 유효하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 본다. 당연히 종이는 대부분 흰색이기 때문에 글자의 정확한 식별을 위해 반전 기능이 절실하다. 만약 스마트 반전이 구동된다면 영상과 사진이기 때문에 반전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클래식 반전은 이를 무시하고 색상을 바꾸어 시인성을 높일 수 있다. 두 가지 기능을 필요에 따라 골라서 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keyword
이전 10화안 보여? 화면을 키우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