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 동생 편

by 젤로

솔직히 말하자면 사는 게 그지 같다.

희망을 갖고 싶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커리어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그냥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출근할 때마다 어떤 미친 사람의 음주운전으로 버스가 전복됐으면 좋겠고, 천재지변으로 버스가 저 멀리 날아갔음 좋겠다. 내 잘못이 아닌 누군가의 잘못으로 내 삶에 휴식이 주어졌으면, 한동안 의식이 없었으면 좋겠다.


처음엔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먼 미래의 내가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근데 쓰고 보니 부질없는 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지금의 난 지구가 그냥 산산조각 났으면 좋겠는데 애써 긍정적인 척하며 그런 편지를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잔뜩 부정적인 마음을 내뿜는 것도 불편하고 괴롭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일수록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내가 나를 예쁘게 봐주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잘 해야하는데..

지금의 난 망나니다. 스스로를 하찮게 생각하며, 마음은 엉망진창 진흙탕이고, 유일하게 나를 감싸주며 조금만 더 버텨보라는 엄마에게 뭘 아냐며 상처를 준다.

부족할수록 상처받을수록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여유는커녕 점점 날이 선다.

내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하는데 내 자신이 점점 더 싫어진다.


'네 인생은 이미 글렀다는 둥, 나이만 많이 먹었다는 둥 쓸데없는 한탄하지 마. 망망대해에 있는 듯한 마음이 쉽게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냥 과정이라 생각해. 눈물도 많고 따뜻함도 많은 너는 유약한 스스로를 탓하며 슬퍼하고 있겠지만 결코 무기력해지지 마. 넌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야. 변하지 않고 선하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살아왔다는 것 자체가 네가 단단하다는 방증이야. 네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어. 남들보다 10년씩 뒤처진 채 살아가는 것 같아서 고민도 절망도 많겠지만, 그게 나름의 이유가 있더라구. 넌 남들보다 10년 늦게 잘돼, 지금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진짜야. 그러니까 잔뜩 구겨져서 주눅 든 채로 살아가지 마.'


아까 쓴 글의 일부다. 이건 내가 아니다. 난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렇게 생각하고 싶었고, 먼 미래의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이런 말을 해줬으면 했다. 희망 가득한 거짓말일 뿐이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잘 되기를 막연히 바라며 꾸역꾸역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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