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짐 - 아빠 편

다시 꿈을

by 젤로

연초 강추위인데도 잠시 풀린 날을 반겨 가까운 산에 올랐다.

바다가 멀어 수평선 새해 일출은 못 봐도 산에 오르면 잠시라도 일상에 엉킨 실타래를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연초 산 오르기는 새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처음 오르는 길도 아닌데 길이 새롭다.

넓고 평평한 초입 진입로를 지나면 잔돌이 많고, 삐죽 올라온 큰 돌도 있고 땅 위로 몸을 드러낸 나무뿌리도 있다. 여전히 병풍처럼 늘어선 큰 바위 옆도, 잎을 다 떨구고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는 나무들도 오늘따라 새롭다.


또 새로 맞는 정초,

살아 있어서 다시 보게 되는 돌 나무 흙 그리고 풀 모두가 새롭게 다가온다.


잘 있었구나.

뜨거운 폭염 속 눈부시게 푸른 자태로 반기던 너희들,

이제 찬바람 눈바람 날리는 이 겨울에도

잘 살아 있어 나를 반겨 주고 있구나.

고맙다.


이렇게 대화를 하며 오르다 보면 어느새 중턱이다. 저 멀리 정상까지 더 올라가지 않아도 연초 새해맞이 산 오르기는 그 뜻을 충분히 이루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답을 마주한 바위 돌 나무들이 말해 주고 있었다. 멀리 아래쪽에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차, 레고 블록을 쌓아 올린 것 같은 아파트들, 그리고 점처럼 잘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에 잠긴다.

과거는 지나간 시간

미래는 다가올 시간

그 경계에 있는 현재는 작은 시간이 모여 만들어 내는 연속 흐름이다.


산다는 건 흐름 속에 같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흐름


강물도 흐르고 개천물도 흐른다.

바닷물도 깊고 넓게 흐른다.

구름도 흐른다.

사람도 시간의 흐름 속에 새롭게 태어나고 옛사람은 또 흐름 속에 떠난다.


이 다층화된 삶의 흐름 속에 나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이제 산을 내려갈 시간이다. 올라올 때 보다 더 천천히 내려간다. 오를 때 헉헉 대던 숨도 천천히 쉬고 발 밑의 돌도 더 천천히 딛는다. 올라올 때 별로 쉬지 않았는데 내려갈 때는 자주 쉬기도 한다. 그리고 내려가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확인도 하고 준비도 한다. 올라갈 때는 앞만 보고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았지만 내려갈 때는 아래쪽 먼 곳을 보고 전체를 조망해 보기도 한다.


시작점에 다시 섰다.


나비의 꿈을 품고 다시 새해를 시작한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고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을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사마귀를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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