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 본 세상 - 언니 편

by 젤로

내가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아니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많이 하고 싶은 건 엄마아빠와의 여행이다. 어렸을 땐 엄마 아빠가 참 많이 데리고 다녀주셨는데.. 결혼하고 내 가족이 생긴 이후로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어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훅 줄었다. 취업을 한 후 엄마와 둘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여행지를 정하고 예약을 하고 엄마를 짠 데리고 갈 때, 행복해하는 엄마모습을 보며 돈 버는 뿌듯함을 느꼈다.


엄마와 갔던 일본여행이 기억난다. 나도 처음이라 Google map을 켜놓고 몇 바퀴를 돌며 헤매는데 엄마는 동네 구경하는 게 좋다며 편하게 찾으라며 함께 걸어주셨다. 20대 자금도 여유롭지 않았던 시절 해외에서 택시 잡는 게 익숙지 않아 엄마를 끌고 참 많이 걸어 다녔다. 엄마는 나의 여행스타일에 거의 맞춰주셨는데 몇 시간을 걷고 너무 허기질 무렵 sns 맛집을 찾아왔더니 줄이 너무 길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일본라멘집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엄마는 이 집 맛없으면 앞으로 줄이 긴 맛집은 가지 말자고 하셨다. 속으로 맛없으면 어쩌지 걱정했었는데 그때 먹었던 라멘은 아직도 엄마와 나의 인생라멘이다. 뱃속까지 뜨끈해지는 그 국물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차 타고 들어간 교토에서 먹었던 장어덮밥과 라테, 유후인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즐겼던 노상온천, 편의점에서 사 먹은 군것질거리까지 소소하며 행복한 추억들이다. 결혼 후에도 부지런히 1년에 한 번 이상은 엄마와 여행하려고 노력했다. 상해에서 보던 야경, 첫째 출산 전 태교여행으로 엄마와 갔던 홍콩의 w호텔에서 여유 있게 먹었던 조식과 커피는 진정한 호캉스였다. 홍콩 태교여행은 여동생과도 함께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여자 셋의 해외여행이었다. 남편이 아닌 가족과 함께한 태교여행은 참으로 잘했다 싶다. 나의 최고의 여행메이트인 엄마는 여행과 마찬가지로 육아를 도와주실 때도 내 스타일에 참 많이 맞춰주신다. 어려서부터 지켜봐 주시던 엄마는 아직도 내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있다.


애 둘을 키우면서는 점차 엄마와 단둘이 여행 가는 게 어려워졌다. 나 혼자 시간을 뺀다고 되는 게 아니고 남편에게 아이 둘 육아까지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게 2박 3일, 3박 4일로 갈 수 있는 주변 나라들로 여행을 다니곤 하는데 항상 더 멀리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큰 소망이 있다면 엄마아빠와 유럽에 가는 것이다. 딸이라고 한동안 엄마랑만 모녀여행을 다녔었는데 생각해 보니 아빠도 딸과의 여행을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싶다. 무심했던 딸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아빠와 유럽에서 건물들과 유적지들을 보고 미술관도 다니고 싶다. 내가 여행에서 보고 싶은 건 엄마 아빠의 행복한 얼굴이다.


엄마,동생과 함께한 홍콩 태교여행
교토의 어느 카페
교토 장어덮밥
엄마와 함께 본 상해의 야경
지금보다 좀더 생글한 엄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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