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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Nov 21. 2022

소주韓잔 사케日잔 - 2 :
닷사이 (獺祭)

한국무역협회 투고 : 두번째 이야기

현재 시점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케를 꼽으라고 하면 바로 닷사이 일것입니다. 

지금처럼 사케 즉 니혼슈(日本酒)에 관심이 모아지기 전에는 누군가에게 사케를 부탁받으면 그냥 쿠보타(久保田)를 추천했었습니다.  

그것도 만쥬(万寿)를 사는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었고, 가격도 위스키보다 저렴해서 나름 꽤 인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닷사이(獺祭)가 이 아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맛도 더 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인기의 포인트는 유명세에 비해서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대였습니다. 

첨단 과학적 시스템으로 자체기준에 클리어되어 맛이 보장된 사케만 출시하고 전 품종을 최고급 품종인 쥰마이다이긴죠만 만드는 사케입니다. 


거의 일본의 모든 공항 면세점에 다 들어가 있고 해외에서도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는 최고급 사케의 대명사 닷사이를 조금 깊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닷사이 (獺祭, だっさい)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山口県 岩国市)

 - 현재 가장 세계적인 니혼슈

 - 쥰마이다이긴죠만 만들어내는 초고급 양조장

 - 전 아베총리, 유니클로, 에반게리온을 계기로 급성장




닷사이 45

니혼슈는 전통적으로 고베(神戸)의 나다(灘)라는 지역과 교토(京都)의 후시미(伏見)가 양대산맥이었고 현재 편의점 및 슈퍼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술들이 대부분 이 지역 술입니다. 


이 두 곳의 대량생산으로 팩으로까지 만들어지면서 니혼슈의 대중화에 기여한 반면 가치하락의 주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고급 니혼슈를 찾는 마니아 층들은 나다(灘)와 후시미(伏見)의 술보다는 맛도 좋고 브랜드 가치도 있으며 식용쌀 재배지로도 유명한 니가타(新潟) 및 타 지역의 니혼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니가타(新潟)에는2016년 기준 91개의 양조장이 있는데 고급버전인 특정명칭주(特定名称酒)가 무려 68%의 생산량을 차지합니다. 일반 사케보다는 고급 사케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온 흔적이 엿보입니다. 


특정명칭주(特定名称酒)란 혼죠조(本醸造), 쥰마이슈(純米酒), 긴죠(吟醸), 다이긴죠(大吟醸), 토쿠베츠 혼죠조(特別本醸造), 토쿠베츠 쥰마이(特別純米), 쥰마이 긴죠(純米吟醸),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의 8가지를 말합니다.


즉, 특정명칭주 중에서도 가장 최고급이라 할수 있는 레벨이 양조알코올을 넣지 않고 정미비율을 50%이하로 만든 쥰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醸)입니다. 


우리가 잘아는 쿠보타(久保田)를 예를 들면 조금씩 때에 따라 라인업이 다르기도 하지만 쿠보타 센쥬(千寿)는 쥰마이긴죠로 55%, 쿠보타 만쥬(万寿)는 쥰마이다이긴죠로 정미비율이 35%로 꿈의 사케입니다. 


닷사이 노미쿠라베 39, 23, 45 (獺祭 飲み比べ)

전통적으로 역사가 깊은 나다와 후시미에 이어 신흥 세력인 니가타가 사케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이 와중에 서일본의 야마구치현(山口県)에서 혜성과 같은 사케가 등장하여 주목을 끌기 시작합니다. 


바로 아사히후지(旭富士)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던 아사히주조(旭酒造)가 그 주인공으로 사케의 변방으로 분류되던 야마구치현은 당시 양조장이 네 군데 뿐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이 없는 회사였습니다. 


그저 명맥만 겨우 이어가던 이 아사히주조에 창업자의 3대 당주(사장)인 사쿠라이 히로시(桜井 博志)가 6년만에 다른 일을 하다가 양조장으로 전격 복귀하게 됩니다. 2대째 당주였던 아버지가 별세함으로써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사히주조(旭酒造)는 사케의 브랜드 파워는 전혀 없는데다 나다(灘)와 후시미(伏見)의 대형 양조장들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등 아주 힘든 경영상태였습니다. 


츄고쿠 지방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이에 새로운 사장이 된 사쿠라이 히로시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합니다.

쌀을 직접 재배하고 유통구조를 바꾸고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만을 제조하며 차별화를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양조장 인근 지역보다는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영업상황이 개선되어가는 가운데 결정적으로 다음의 3가지 이유로 전국적인 일약 스타가 됩니다. 


첫째는 

전 아베 신조(安部 信三)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닷사이를 선물을 하면서 엄청나게 주목을 받았고, 


둘째는 

국민 애니메이션인 에반게리온에 브랜드 네임이 그대로 노출되며, 


셋째는 

전세계에 매장을 가진 유니클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되면서 폭발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에반게리온의 닷사이가 나온 한장면

재미난 점은 전 총리 아베 신조(安部 信三),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 秀明), 유니클로의 사장 야나이 타다시 (柳井 正) 모두 야마구치현(山口県)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닷사이는 일단 특정명칭주 중에서도 최고급인 쥰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만 만들고 있고 그 이상의 분류가 없으니 라인업에 50, 45, 39, 23 등 정미비율의 숫자를 쓰고 있습니다. 

닷사이의 라인업 별 정미사진

닷사이(獺祭)라는 브랜드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사히주조가 있던 마을의 이름이 오소고에(獺越)인데 이 지역 전설에 의하면 아이로 변신한 수달이 넘어왔다고 해서 오소고에라는 지명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여기의 오소(獺)는 수달을 말합니다. 중국 당나라의 어느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해서 참고문헌 등을 여기저기 어지럽게 펼쳐놓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수달이 물고기를 잡은 뒤 물가에 늘어놓은 것과 같다해서 닷사이(獺祭)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수달이 잡은 물고기를 펼쳐놓는 습성을 마치 마츠리(祭り)를 하는 것 같다는 표현입니다만 지역명인 오소고에(獺越)에서 힌트를 얻어 이 단어를 네이밍을 한 거라고 합니다. 




참고로 현재는 뉴욕과 파리, 긴자(銀座)에도 전문 샵이 있고, 공교롭게도 쿠보타(久保田)를 만드는 양조장도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아사히주조(朝日酒造)로 같습니다. 


최고급 술이면서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지만 역으로 쥬욘다이(十四代)나 지콘(而今), 하나아비(花陽浴)같은 희소가치가 없어졌습니다. 


닷사이의 슬로건이 "야먀구치의 산속 깊은 곳의 작은 양조장" (山口の山奥の小さな酒蔵)인데 지금은 아주 큰 건물을 세우면서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일본내 소비자들에게는 일일이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장인정신의 사케가 아니라 기계로 찍어내는 양산형 사케라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일본 국내에서는 다소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닷사이의 브랜드파워가 엄청나 현재 주문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마케팅도 잘했을 뿐더러 최고급 사케만 만들고자 했던 전략이 적중했던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쿠보타(久保田) 처럼 면세점에 가면 언제든 구할 수 있고 이제 유명해져서 굳이 설명 안해도 되고 맛과 가성비도 좋아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의 선물용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닷사이의 라인업은 45, 39, 23, '23 소노사키에'라는 4가지만 알면 됩니다. 

초기에는 50도 있었는데 50%이하부터 쥰마이다이긴죠라 50%를 그냥 쥰마이긴죠라 칭하는 브랜드도 있을 정도로 조금 애매하다보니 확실한 쥰마이다이긴죠 양조장으로의 자리매김을 하려고 한건지 모르지만 지금은 제일 낮은 라인업은 45입니다. 


그리고 39, 23은 산와리큐부(三割九分) 니와리산부(二割三分) 등의 표현을 씁니다만, 이것은 39%, 23%를 0.39, 0.23으로 치환해서 할푼리 개념으로 쓴 표현입니다. 즉 3할9푼, 2할3푼의 표현이 산와리큐부, 니와리산부 인 것입니다. 


원심분리의 라인업도 보이는데 이는 한마디로 하면 술이 완성된 후 짜낼 때 일반적으로는 압력을 가해서 짜내는데 압력을 가하지 않고 짜내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아주 맑고 깔끔한 주질로 완성이 됩니다. 


압력을 가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천으로 된 술주머니를 걸어서 떨어지는 술을 한방울씩 담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닷사이는 업계 최초로 원심력을 이용해서 짜내는 원심분리기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기계 한 대가 거의 집한채 값이라고도 하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원심분리기 방식의 사케는 가격이 상당합니다. 단순히 원심분리 방식을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출하가격대비 같은 스펙의 3배 정도 하고 있습니다. 


그럼 간략히 닷사이의 라인업을 보겠습니다. 





* 닷사이 45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45%

양조장 출하가격 : 2,183엔 / 720ml













* 닷사이 39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39%

양조장 출하가격 : 2,750엔 / 720ml












* 닷사이 23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23%

양조장 출하가격 : 5,720엔 / 720ml










* 닷사이 23 원심분리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23%

양조장 출하가격 : 16,500엔 / 720ml





* 닷사이 23 소노사키에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23% (?)

양조장 출하가격 : 41,800엔 / 720ml










이 외에도 닷사이 블루, 23 원심분리기, 이도무 등 여러 버전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제 닷사이를 전반적으로 알게 되셨으니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닷사이를 조우하게 디시면 조금씩 아는 체를 해도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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