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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Dec 07. 2022

소주韓잔 사케日잔 - 6 : 아카부 (赤武)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여섯번째 이야기

아카부 (赤武, あかぶ)

 -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岩手県 盛岡市)

 -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 사무라이 카부토 (侍兜)

 - 기존의 방식을 바꾼 젊은 사장 후루다테 류노스케(古館 龍之介)과 젊은 직원들


최근에 지콘(而今), 쥬욘다이(十四代)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해버린 토호쿠(東北)지역의 이와테현(岩手県)의 신흥 명주, 아카부(赤武)를 소개한다.


라벨에 사무라이의 투구인 카부토(兜)가 들어가 있어서, 다소 한국인 정서적으로 위화감을 가질 수 있는 브랜드이긴 하나, 그 맛에 있어선 빠뜨릴 수 없는 니혼슈다. 본 칼럼이 최대한 미묘한 역사적 정치적 색채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니혼슈만 설명해 나간다는 점을 널리 이해해주기 바란다.


웬만한 사케 랭킹 사이트에서는 이와테현(岩手県)에서는 거의 1위를 석권하며, 전국에서도 10위권에 들어가며, 최근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이자카야(居酒屋)에서는 거의 최고급 사케로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모리오카 부활 양조장 (盛岡復活蔵)


1896년에 창업한 니혼슈 업계에선 비교적 젊은 양조장인 아카부 주조(赤武酒造)는 일본의 북동쪽 이와테현(岩手県)의 태평양쪽 해안가 오츠치쵸(大槌町)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 재앙으로 기억되는 2011년 3월의 대지진으로 인해, 양조장은 거의 궤멸적인 상태로 재기 불능상태로 빠졌다. 하지만 정부의 재해복구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이와테현(岩手県) 내륙의 현청 소재지인 모리오카시(盛岡市)로 옮겨서 2013년에 새로운 양조장인 '모리오카 부활양조장 (盛岡復活蔵)'을 짓고 새출발을 하게 되었고, 2018년에는 본사도 모리오카시로 옮기게 되었다.


창업이후에는 하마무스메(浜娘)라는 브랜드로 줄곧 생산해왔는데, 2014년부터 상호명이기도 한 아카부(赤武)를 런칭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생산량은 아카부가 75%이고, 나머지는 하마무스메다.


아카부는 후루다테 류노스케(古館 龍之介)라는 현재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

후루다테 사장이 도쿄농대 양조과학과(東京農大 醸造科学科)에 다니던 2학년 봄에 후쿠시마 대지진을 맞아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이에 그 당시 사장이었던 아버지 후루다테 히데미네(古館 秀峰)씨는 모리오카시(盛岡市)로 이전을 결심하고, 아들인 후루다테 류노스케는 망설임 없이, 모리오카(盛岡)의 새 양조장에서 22살의 젊은 나이에 가업을 이어받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와테현을 대표하는 사케를 만든다는 것이 컨셉이었으나, 모리오카에는 전통있는 양조장이 즐비해있었고, 영업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쿄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하고 과감히 수도권의 유명한 가게를 중심으로 사전 예약없이 무작정 부딪히는 영업인 이른바, 빌딩치기로 판매를 이어나갔다.


이런 영업이 3년정도 지났을 무렵, 겨우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고향인 모리오카에서도 그 유명세로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학생시절, 이름 있는 사케를 엄청 마시고, 와인의 소믈리에 격인 키키사케시(唎酒師) 챔피언도 되기도 했던 그 경험들이 빌딩치기와 지금의 주조 방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모두 양조장의 경영에 전념하던 사장이었고, 주조는 외부의 토지(杜氏)에게 맡겼었다. 장인기질이 있던 외부에서 영입된 토지(杜氏)는 사장이 양조장 내에 들어오면 술이 맛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닐 정도였는데, 아버지가 이제는 토지(杜氏)에 맡기는게 아니라, 내부 사원들이 직접 술을 만든다는 방향으로 선회해야한다고 선언할 무렵, 대지진을 만난 것이다.


이에, 새로운 모리오카 양조장에는 현 사장을 포함한 20~30대의 젊은 직원들 뿐이었고, 처음엔 젊은 사장아들이 돌아왔다는 냉랭한 시선도 있었지만, 새로이 아카부(赤武)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고, 전국신주감평회(全国新酒鑑評会)에서 수상을 하게 되자, 젊은 사장의 정열이 전달되게 되고, 이에 사원들과의 일체감이 형성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쥬욘다이(十四代), 지콘(而今), 아카부(赤武)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아카부(赤武)가 놓여져 있는 집은 대부분 일류 이자카야(居酒屋)로 보면 될듯하다.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뉴들이 지콘(而今), 쥬욘다이(十四代), 키도(紀土), 하나아비(花陽浴) 등의 최고급 레벨이기 때문이다.


아카부(赤武)는 크게 STANDARD, ELEGANCE, LIMITED, PREMIUM의 4가지 종류로 나뉜다.

간단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1. AKABU STANDARD

: STANDARD는 말 그대로 표준적인 사케로서, 정미비율 50%의 '쥰마이긴죠(純米吟醸)'와 60%의 '쥰마이슈(純米酒)', 'F' 가 있다.

쥰마이긴죠(純米吟醸)는 해산물 마리네(mariné)같은 상큼한 음식과 잘 어울리고, 쥰마이슈(純米酒)는 닭꼬치, 생선조림의 달콤한 소스와 잘어울리며, 'F'는 카라구치(辛口)이기에, 담백한 요리나, 전채(前菜)에 잘 어울린다.


2. AKABU ELEGANCE

: ELEGANCE는 아주 엄선한 주조용 쌀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다.

유이노카(結の香),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아이야마(愛山), 오마치(雄町)의 4 종류다.

유이노카(結の香)는 이와테현(岩手県)산을 쓰고, 야마다니시키(山田錦)와 아이야마(愛山)는 효고현(兵庫県)산을 쓰며, 오마치(雄町)는 오카야마현(岡山県)산을 쓴다.


3. AKABU LIMITED

: LIMITED는 계절 한정 사케다. 크리스마스 한정판인 <SNOW XMAS>, 사쿠라 피는 시기에 출시되는 봄 한정판 <SAKURA>, 투명한 푸른 병이 특징인 여름 한정판 <SEA>, 그 외에도 한정판 <MOUNTAIN>, <AIR>, <SNOW EXTRA> 등이 있다.

이 시리즈는 저알콜 원주(原酒)로서 일반적인 사케의 알콜도수인 15도 전후가 아니라, 아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12~13도 전후의 도수가 많다.


4. AKABU PREMIUM

: PREMIUM은 최고급 레벨의 사케다. 고쿠죠노 키레(極上ノ斬), 타마시이노 오오와자(魂ノ大業), 쥰마이다이긴죠 유이노카(純米大吟醸 結の香), 쥰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醸)의 4종류가 있는데 스시나, 회 종류와 같은 담백한 요리에 잘 어울리고, 온도를 6~8도 정도로 차게해서 얇은 와인글라스에 마실 것을 적극 추천한다.

아카부 (赤武) STANDARD, ELEGANCE, LIMITED, PREMIUM : 아카부 홈페이지 인용



이와테현(岩手県)은 일본에서 홋카이도(北海道) 다음으로 넓은 행정구역이며, 니혼슈 전통강세지역인 토호쿠(東北)지역에서도 니가타(新潟), 아키타(秋田), 야마가타(山形) 같은 인기 많은 서쪽이 아닌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명도 및 이미지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크게 기대받지는 못하지만, 한번 접해본다면, 다시 찾게 될 정도로 일단 맛이 좋다. 신흥 명주들이 그러하듯, 이 술 역시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되는데, 꼭 이 술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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