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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 - 6 : 아카부 (赤武)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여섯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아카부 (赤武, あかぶ)

- 아카부 주조,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궤멸적 피해를 입었으나 2013년에 모리오카로 옮겨서 부활

- 빨간색 사무라이 투구가 인상적인 이와테현의 명주

- 22살에 가업을 이어받아 아카부를 론칭한 후루다테 류노스케 사장


우리가 일본을 떠올릴 때 가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일본이 있고, 임진왜란과 군국주의와 같은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이미지의 일본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부정적인 요소는 피하고 긍정적인 소재만 생각하는 것이 양국의 긴장완화와 민간교류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케에서 우리가 싫어하는 부정적인 소재를 라벨 전면에 집어 넣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사무라이의 투구인 카부토(兜)를 그것도 빨간색으로 내세운 브랜드가 있습니다.

프롤로그에도 기술하였지만 가능하면 역사적 정치적 언급은 자제하고 순수하게 사케만 언급드리려고 합니다.


이와테현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고 최근에 지콘, 쥬욘다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성장해버린 신흥 명주, 아카부(赤武)를 소개합니다. 최근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이자카야에서는 거의 최고급 사케로서 인정받고 있는 중입니다.


1896년에 창업해서 사케 업계에선 비교적 젊은 양조장인 아카부 주조는 일본의 북동쪽 이와테현의 태평양쪽 해안가 오츠치쵸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재앙으로 기억되는 2011년 3월의 대지진으로 인해 양조장은 거의 궤멸적인 상태로 재기 불능상태로 빠졌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재해복구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내륙의 이와테현 현청 소재지인 모리오카시로 옮겨서 2013년에 새로운 양조장인 '모리오카 부활양조장'을 짓고 새출발을 하게 되었고 2018년에는 본사도 모리오카시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모리오카 부활 양조장 (盛岡復活蔵)


창업 이후에는 하마무스메(浜娘)라는 브랜드로 쭉 생산해왔는데 2014년부터 양조장 이름이기도 한 아카부를 론칭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생산량은 아카부가 75%이고 나머지는 하마무스메입니다.


후루다테 류노스케 현재 사장이 도쿄농대 양조과학과에 다니던 2학년 봄에 동일본 대지진을 맞아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이에 그 당시 사장이었던 아버지 후루다테 히데미네 씨는 모리오카시로 이전을 결심하고 아들인 후루다테 류노스케 는 망설임 없이 모리오카의 새 양조장에서 22살의 젊은 나이에 가업을 이어받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와테현을 대표하는 사케를 만든다는 것이 콘셉트였으나 모리오카에는 전통있는 양조장이 즐비해있었고 영업이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도쿄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하고 과감히 수도권의 유명한 가게를 중심으로 사전 예약없이 무작정 부딪히는 영업인 이른바 빌딩치기로 판매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런 영업이 3년정도 지났을 무렵 겨우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고향인 모리오카에서도 그 유명세로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시절 이름 있는 사케를 엄청 마시고 와인의 소믈리에 격인 키키사케시(唎酒師) 챔피언도 되기도 했던 그 경험들이 빌딩치기와 지금의 주조 방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모두 양조장의 경영에 전념하던 사장이었고 주조는 외부의 토지(杜氏)에게 맡겼었습니다. 장인 기질이 있던 외부에서 영입된 토지는 사장이 양조장 내에 들어오면 술이 맛이 없어진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닐 정도였는데 아버지가 이제는 토지에 맡기는게 아니라 내부 사원들이 직접 술을 만든다는 방향으로 선회해야한다고 선언할 무렵 대지진을 만난 것입니다.


이에 새로운 모리오카 양조장에는 현 사장을 포함한 20~30대의 젊은 직원들 뿐이었고 처음엔 젊은 사장 아들이 돌아왔다는 냉랭한 시선도 있었지만 새로이 아카부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고 전국신주감평회에서 수상을 하게 되자 이윽고 젊은 사장의 열정이 전달되어 사원들과의 일체감이 형성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쥬욘다이(十四代), 지콘(而今), 아카부(赤武)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아카부가 놓여져 있는 집은 대부분 일류 이자카야로 보면 될듯합니다.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뉴들이 지콘, 쥬욘다이, 키도, 하나아비 등의 최고급 레벨이기 때문입니다.


아카부(赤武)는 크게 STANDARD, ELEGANCE, LIMITED, PREMIUM의 4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간단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AKABU STANDARD

: STANDARD는 말 그대로 표준적인 사케로서 정미비율 50%의 쥰마이긴죠와 60%의 쥰마이슈, 'F' 가 있습니다.

쥰마이긴죠는 해산물 마리네같은 상큼한 음식과 잘 어울리고 쥰마이슈는 닭꼬치, 생선조림의 달콤한 소스와 잘어울리며 'F'는 카라구치이기에 담백한 요리나 전채에 잘 어울립니다.


2. AKABU ELEGANCE

: ELEGANCE는 아주 엄선한 주조용 쌀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유이노카, 야마다니시키, 아이야마, 오마치의 4 종류입니다.

유이노카는 이와테현 산을 쓰고 야마다니시키와 아이야마는 효고현 산을 쓰며 오마치는 오카야마현 산을 씁니다.


3. AKABU LIMITED

: LIMITED는 계절 한정 사케입니다. 크리스마스 한정판인 <SNOW XMAS>, 사쿠라 피는 시기에 출시되는 봄 한정판 <SAKURA>, 투명한 푸른 병이 특징인 여름 한정판 <SEA>, 그 외에도 한정판 <MOUNTAIN>, <AIR>, <SNOW EXTRA> 등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저알코올 원주로서 일반적인 사케의 알코올 도수인 15도 전후가 아니라 아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12~13도 전후의 도수가 많습니다.


4. AKABU PREMIUM

: PREMIUM은 최고급 레벨의 사케입니다. 고쿠죠노 키레, 타마시이노 오오와자, 쥰마이다이긴죠 유이노카, 쥰마이다이긴죠의 4종류가 있는데 스시나, 회 종류와 같은 담백한 요리에 잘 어울리고 온도를 6~8도 정도로 차게 해서 얇은 와인 글라스에 마실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아카부 (赤武) STANDARD, ELEGANCE, LIMITED, PREMIUM : 아카부 홈페이지 인용




그럼 간략하게 아카부의 라인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카부 스탠다드 / 쥰마이긴죠

사과와 같은 화려한 과일향이 특징

산미가 적절히 가미된 해산물과 좋은 마리아쥬를 보임

주조호적미 : 긴긴가

정미비율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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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부 엘레강스 / 쥰마이긴죠 유이노카

이와테현 최고의 주조호적미 유이노카 사

프루티한 향에 투명하듯 맑은 목 넘김이 특징

주조호적미 : 유이노카

정미비율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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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부 리미티드 / 사쿠라 나마자케

12%의 저알코올의 열처리 하지 않은 나마자케

봄을 알리듯 봄에 출시되며 이름도 사쿠라

주조호적미 : 이와테현 산 주조호적미

정미비율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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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부 프리미엄 / 고쿠죠노키레 쥰마이다이긴죠

크리스탈을 연상시키는 색채에 서양배,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향이 그윽한 맛

차게해서 해산물, 스시 등의 요리와 함께 마시면 감칠맛이 더욱 살아나는 것이 특징

주조호적미 : 유이노카

정미비율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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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테현은 일본에서 홋카이도 다음으로 넓은 행정구역이며 쿠보타의 니가타, 아라마사의 아키타, 쥬욘다이의 야마가타 같은 인기 많은 서쪽이 아닌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명도 및 이미지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남부비진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있습니다만 이를 뛰어넘으며 나타난 아카부는 이와테를 어엿한 사케의 명산지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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