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시비토 쿠헤이지
(醸し人九平次, かもしびとくへいじ)
- 반죠 양조, 아이치현 나고야시
- 프랑스 미슐랭가이드 와인리스트 등재
- 우아한 프랑스어 서브네이밍
- '술 빚는 장인, 쿠헤이지'라는 뜻의 브랜드명
대도시 한가운데에는 양조장이 존재하기도 힘들고 있어도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봅니다. 양조장이 차지하는 면적에 비해 양조로 인한 수익률이 좋은 편도 아니어서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만 봐도 유지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도쿄에도 실제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23구에 유일하게 1878년에 창업한 코야마 주조가 있었으나 2018년에 문을 닫았고, 현재는 2011년에 부활한 도쿄미나토 주조가 에도카이죠라는 브랜드를 작은 빌딩에서 베란다와 여러 층을 이용해서 빚어내고 있습니다.
오사카도 아키시카와 고슌이라는 사케가 있는데 모두 외곽의 한적한 곳에서 양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제 3의 도시인 나고야의 한 가운데에서 양조를 하되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넘어서서 프랑스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엄청난 명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름이 좀 길어서 외우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그 때문에 조금 덜 알려지기도 하고 마케팅에 있어서 다소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고야에 위치한 반죠 양조라는 곳에서 만들어 내는 카모시비토 쿠헤이지(醸し人九平次)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 브랜드의 유래는 간단한데 카모시비토(醸し人)는 술을 빚는다는 카모스와 사람이라는 뜻의 히토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로 술을 빚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술을 빚는 사람 또는 술의 장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쿠헤이지(九平治)는 대대로 이 양조장에 이어져 오는 이름인 습명인데 지금은 15대째인 쿠노 쿠헤이지가 사장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실제 이름은 쿠헤이지(九平治)이나 브랜드에서는 끝의 한자가 다른 쿠헤이지(九平次)를 쓰고 있습니다.
즉 브랜드는 한마디로 하면 '술 빚는 장인 쿠헤이지' 정도 되겠습니다.
1647년 창업을 했고 프랑스 현지 미슐랭가이드 삼성급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에 오를정도로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양조장입니다.
카모시비토 쿠헤이지는 1997년 혜성과 같이 등장했는데 15대째 사장인 쿠노 쿠헤이지 씨가 그 당시로는 상당히 젊은 나이로 동년배의 젊은 직원들과 혁신적인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이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술 양조의 목표는 역사에 경의를 표하며 혁신적인 술을 빚어낸다는 것이었고 맛의 컨셉을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ELEGANT입니다.
300년에 걸쳐 솟아나고 있는 샘물을 주원료로 하고 있는 카모시비토 쿠헤이지 와인글라스로 프랑스 요리와 함께 마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DOMAINE KUHEIJI 홈페이지 인용2010년에는 일본 최고의 주조용 쌀 생산지인 효고현 쿠로다쇼에서 쌀재배를 직접 시작하기도 했고 2016년에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모헤 셍 드니(Morey-Saint Denis)에서 도메인 쿠헤이지(Domaine Kuheiji) 라는 와이너리를 세우며 프랑스 와인을 직접 양조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으로 분류되기도 할 정도의 사케인 카모시비토 쿠헤이지의 매력은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쓴맛, 떫은 맛, 그리고 ELEGANT한 산미입니다.
아이치현 주조조합의 브랜드 처음 출시될 당시에는 일본 양조장에서 가져간 술이 파리의 미슐랭가이드 삼성급 레스토랑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자 다시 이를 역수입이라는 형태로 일본 국내에도 그 이름이 알려져 갔습니다.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다양한 라인업들도 팬들을 끄는 이유 중 하나이고 병 디자인과 네이밍도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카모시비토 쿠헤이지의 종류는 크게 구별하면 하기의 6개입니다.
1. 醸し人九平次 Origine
2. 醸し人九平次 Collection
3. 醸し人九平次 Désir et Sauvage
4. 醸し人九平次 Découverte
5. 醸し人九平次 La saison
6. 醸し人九平次 Flagship
이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1. Origine은 주원료가 자라는 논이 테마
반죠양조가 가진 3군데의 논에서 나오는 쌀로서 만든 사케로 그 쌀 종류별로 각각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3군데는 효고현의 쿠로다쇼, 오카야마현의 아카이와, 그리고 프랑스의 카마르그(Camargue)입니다.
이 라인업에는 효고의 쌀로 만든 '쿠로다쇼니 우마레테', 오카야마의 쌀로 만든 '쿄덴', 그리고 프랑스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카르마그니 우마레테'가 있습니다.
ORIGINE : 協田(きょうでん)- KUHEIJI 홈페이지 인용
2. Collection은 원료와 제조법에 상당히 집착한 라인업
이 라인업의 라벨은 '베츠아츠라에', '카노치', 휴먼이 있습니다.
COLLECTION : 彼の地(かのち) - KUHEIJI 홈페이지 인용
3. Désir et Sauvage는 야마다니시키와 오마치라는 쌀의 종류를 구별해서 맛을 느낄수 있는 라인업
야마다니시키에서는 다소 순수한 맛, 오마치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개성적인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라인업에는 야마다니시키 EAU DU DÉSIR, 오마치 SAUVAGE가 있습니다.
참고로 EAU DU DÉSIR는 희망의 물이라는 뜻이고 SAUVAGE는 야만적이라는 뜻입니다.
Désir et Sauvage : 山田錦 EAU DU DÉSIR - KUHEIJI 홈페이지 인용
4. Découverte는 프랑스어로 '발견'이라는 뜻인데 기존 사케의 개념을 뒤집은 새로운 발견을 한다는 의미
라벨에는 'K'라는 이니셜이 붙는데 이는 쿠헤이지와 쿠로다쇼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이 라인업에는 랑데뷰 (rendez-vous), 보야지 (voyage)가 있습니다.
Découverte : voyage (ボヤージ) - KUHEIJI 홈페이지 인용
5. La saison은 프랑스어로 계절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4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라인업
겨울 한정판 나마자케(生酒), 아츠칸 등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
이 라인업에는 살짝 탁한 술이라는 뜻의 우스니고리, 살짝 데워서 먹는 칸(燗)용으로 발매된 '불과 달 사이에'라는 뜻의 '히토츠키노아이다니'가 야마다니시키버전과 오마치 버전 두 가지가 있습니다.
La saison : うすにごり - KUHEIJI 홈페이지 인용
6. Flagship는 히노키시라는 이름이 붙은 빈티지 라벨
효고현 쿠로다쇼에서 재배된 야마다니시키를 원료로 반죠양조가 목표로 하는 맛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 라인업에는 우리말로는 열반, 해탈의 경지를 말하는 피안(彼岸)을 네이밍 한 히노키시2020이 있습니다.
2020년에는 긴 장마로 인해 효고현 쿠로다쇼의 경작률이 50%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살아남은 50%의 생명력 넘치는 사케로서 빈티지 술로서 새로이 완성되었습니다.
Flagship : 彼の岸 (ひのきし) - KUHEIJI 홈페이지 인용
여기서 재밌는 것은 La saison이라는 시리즈 중 라벨에 붙은 칸(燗)이라는 한자를 기존 한자대로 풀어보면 불 화(火)와 한가할 한(閒)이라는 두 한자가 합쳐져 있는데 이 한가할 한(閒)자는 사이 간(間)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이에 '불과 달 사이에'(火と月の間に)라는 네이밍을 한 듯 한데 그 풍류가 참 멋집니다.
이런 류의 말 장난을 샤레(洒落)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참 흉내내고 싶은 멋진 풍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과 달 사이에'(火と月の間に) : 酒のマルミ 인용
칼럼을 쓰면서 자료를 알아보는 와중에 이 카모시비토 쿠헤이지의 철학에 큰 감동과 진한 여운을 받았습니다.
가끔씩 접하지만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이 사케를 다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