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가와 (玉川, たまがわ)
- 키노시타 주조, 교토부 쿄단고시
-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외국인 토지가 양조하는 사케 양조장
- 맛의 온도별 변화를 즐길 수 있는 사케
- 한 여름에 위스키처럼 온더락으로 마시는 아이스브레이커가 대박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본인 지인이 교토에서 왔는데 바닷가에 주거한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의 이미지는 교토는 내륙지방의 천년의 고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바다가 있다는 얘기에 다소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교토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는데 그 이후 알아보니 교토부 마이즈루라는 곳이었습니다.
마이즈루시는 일본의 4대 군항으로 유명하며 그 인근에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아마노하시다테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처럼 툭 튀어나온 곳이 쿄단고라는 곳인데 이곳에 금일 소개할 '타마가와'라는 사케가 양조되고 있습니다.
키노시타 주조 - 홈페이지 인용일본의 전통적인 사케의 고장이 교토의 후시미와 고베의 나다, 그리고 히로시마의 사이죠입니다만 신기한 것이 이 3곳의 전통 양조장은 역사적 의미는 상당히 깊지만 현재의 사케 트렌드와는 전혀 동떨어져 그저 대량생산과 유명세에만 의존한 채 냉정하게 사케 자체의 주질에서는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토의 후시미와 고베의 나다, 히로시마의 사이죠 모두 TOP 100위에 드는 사케가 거의 없으며 역으로 해당 행정구역의 타 지역이 오히려 더 인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고베가 있는 효고현의 1위 사케는 나다가 아닌 시소의 사케이며, 히로시마현의 1위의 사케는 사이죠가 아닌 쿠레의 우고노츠키이고, 교토의 1위는 후시미의 사와야마츠모토이지만 2위는 금일 소개하는 타마가와입니다.
타마가와는 발음으로만 보면 수도권의 타마가와(多摩川)와 혼동이 올 수도 있습니다만 한자가 다른 타마가와(玉川)입니다. 이 타마가와가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양조책임자인 토지(杜氏)가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케이스라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필립 하퍼 씨로 영국인입니다.
필립 하퍼 씨는 옥스퍼드 대학 출신으로 일본의 '외국어 청년유치사업'으로 일본으로 건너와 영어 교사를 하는 와중에 사케의 매력에 빠져서 나라현의 양조장에서 10년간 일을 한 뒤 일본의 3대 토지 중 하나인 남부토지(南部杜氏) 자격을 따내며 키노시타 주조에서 토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혁신적인 아이스브레이커, 타임머신 등의 라인업을 출시하며 일본을 포함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누리게 됩니다.
키노시타 주조의 토지 필립 하퍼 - 홈페이지 인용키노시타 주조는 1842년 교토부 쿄단고시 쿠미하마라는 곳에서 창업을 하였습니다. 양조장 인근에 카미카와타니 강(川上谷川)이 흐르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강이나 호수를 상당히 신성시하는 풍습이 있어서 사케 브랜드나 상호 등에 자주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강은 구슬과 같은 자갈들이 많이 깔려 있는 아주 맑은 청류였으며 이 자갈을 구슬(玉 / 타마)로 표현하여 타마가와라는 이름으로 사케 브랜드를 작명했다고 합니다.
타마가와는 일반적인 사케와 달리 상당히 묵직한 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케는 병을 한번 딴 후에는 금방 맛이 변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마시기를 추천하고 금방 상하기도 하여 아주 예민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타마가와는 첫 잔보다 마지막 잔이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맛이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급히 마시지 않아도 되는 사케로 유명합니다. 즉 병을 따고 나서 일부 마시고 일부를 일정기간 숙성시키거나 보관한 후 마셔도 전혀 주질의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키노시타 주조 전경 - 홈페이지 인용타마가와의 맛의 기본은 감칠맛에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요리와는 대부분 궁합이 잘 맞는 식중주로서 인기가 많습니다. 양조장이 바닷가에 위치하기에 기본적으로는 해산물과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온도에 따른 맛의 변화를 느끼기에 아주 적합한 사케입니다. 데워 마실 때와 얼음을 넣어서 마실 때, 또 상온에서 마실 때 그 맛의 변화가 확 달라지기에 이 온도변화를 즐기는 애주가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상온 또는 아츠칸을 추천을 많이 받는 클래식한 사케로서의 이미지가 강합니다만 정작 타마가와의 인기를 주도한 라인업은 바로 아이스브레이커(ICE BREAKER)라는 여름 사케입니다. 저 역시 아이스브레이커를 마시고 타마가와를 알게 되었습니다. 라벨은 아주 인상적인데 펭귄이 있는 남극이 배경입니다. 위스키처럼 얼음만을 넣은 온더락으로도 맛있고 차게 마시거나 아예 데워마시는 것도 추천되는 사케입니다.
아이스브레이커 - 홈페이지 인용출하는 여름을 겨냥한 5월부터 8월까지만 출시되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가 17%에서 17.9%로 다소 강한 편입니다. 아이스브레이커 브랜드 자체의 의미는 어색한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말이나 활동을 의미하는 영어이기도 하고, 얼음을 깨는 행위 또는 쇄빙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름에 시원하게 한잔 마시며 주위를 즐거운 자리로 만들어내기에는 안성맞춤인 네이밍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아츠칸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사케의 선입견으로는, 너무 많이 데우거나 한 번 데운 후 식고 나면 맛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마가와는 오히려 40도 전후의 누루칸과 같은 어정쩡한 온도보다는 55도 이상의 토비키리칸과 같이 아주 뜨겁게 데울 때 타마가와다운 맛이 살아나고 식으면서 나타나는 맛의 변화를 즐기기에 좋다고 합니다.
일본화가 사카네 씨가 도안한 마루타마 마크의 타마가와 - 홈페이지 인용현재 사장은 창업 후 11대에 해당하는 키노시타 요시토 씨입니다. 양조책임자인 토지를 나카이 씨가 16세부터 48년간 맡아오다 죽은 후 2007년부터 영국인 필립 하퍼 씨가 토지를 맡아 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토지를 맞이함과 동시에 라벨의 서체도 일신하였는데 친척이자 일본화가인 사카네 카츠스케 씨가 통칭 마루타마 마크를 만들어 줬습니다.
타마가와는 기본적으로 온도의 변화가 즐거운 사케가 테마인데 일부 라인업에 타 사케와 달리 양조 연도를 기입하고 있습니다. 숙성을 즐길 수 있는 정보제공도 되고 와인처럼 빈티지를 즐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온도별 맛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타마가와 - 홈페이지 인용간단히 타마가와의 최근 수상경력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2001년~2005년, 2008년, 2010년, 2012년 전국 신주감평회 금상 등 입상
2008년 전미 사케 감평회 2008 금상
2014년 오사카 국세국 청주감평회 아츠칸 입상
2016년 전미 사케 감평회 2016 금상
그러면 타마가와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타마가와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를 40%까지 연마한 키노시타 주조의 가장 원료비가 높은 상품으로 향기로운 술이 트렌드인 이 시대에 역으로 향기를 억제해 쌀의 풍부한 풍미를 표현한 사케
특정명칭 : 쥰마이다이긴죠
출하시기 : 연중판매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40%
알코올 도수 : 15~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