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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an 30. 2023

소주韓잔 사케日잔 - 18 :
미무로스기(みむろ杉)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열여덟번째 이야기

미무로스기  (みむろ杉, みむろすぎ)

 - 나라현 사쿠라이시 (奈良県 桜井市)

 - 술의 발상지인 나라현 미와야마(三輪山)의 술

 - 스기타마(杉玉)를 전국으로 보내는 근원지

 


나라현(奈良県)의 미와(三輪)라는 곳은 나라(国)의 기원, 불교전래가 시작된 곳, 스모(相撲)의 발상지 등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다.  

게다가 일본에서의 술 제조도 이곳이 발상지로 전해진다.


위치는 다들 한번씩은 가 봤을 법한 사슴으로 유명한 나라(奈良)의 토다이지(東大寺)의 바로 남쪽 30킬로 정도로 거기서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나라현 토다이지(東大寺) 입구


아주 먼 옛날, 신의 계시로 나라(国)를 구하기 위해 술을 빚기 시작한 곳이 여기 미와(三輪)라고 전해져 내려오며, 지금도 오미와 신사(大神神社, おおみわじんじゃ) 에서는 술의 신(酒の神)을 모시고 있는데, 이른바 술의 성지이고, 고대엔 술이라 함은 지금의 니혼슈(=청주, 사케)뿐이었기에 니혼슈(日本酒)의 성지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이 스마트 사회로의 전환이 늦는 것은 언어 자체의 문제도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신사(神社)의 이름도 왜 오미와 신사(大神神社, おおみわじんじゃ)라고 읽히는지 알 수 없다.


일본에서는 글자를 두고도 못 읽는 경우는 다반사이며, 명함 줄 때는 이 글자는 이러이러하게 쓰고, 저러저러하게 읽는다고 알려주는게 문화가 되어버릴 정도이니, 이른바 문맹율(文盲率)이 높다고도 할 수 있다.

토다이지 (東大寺)


이는 내 전공이 아니라 잠시 제쳐두고, 여기 큰 신이라는 뜻의 '大神'라는 한자를 오오카미, 다이진 등으로 읽을 수 있음에도 오미와(おおみわ)로 명명한 것은 이 곳 미와(三輪)의 땅을 신격존재로 인식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 오미와 신사(大神神社)는 일본에서 최고 오래된 (最古) 신사로도 알려져 있는데, 일반적인 신사(神社)는 신으로 모시는 대상물인 신체(神体)를 기리는 본전(本殿)을 가지는데, 이 곳 오미와 신사(大神神社)는 그 본전(本殿)을 가지지 않고, 그 신사가 위치한 미와야마(三輪山)라는 산 자체를 신체(神体)로 모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맘때인 매년 11월 14일에는 오미와 신사(大神神社)에 전국의 술 양조장 당주(当主)와 술제조의 우두머리인 토지(杜氏)가 모여, 그 해의 술 양조가 잘 이루어지기를 비는 양조기원 제사(醸造祈願祭)를 지낸다.

스기타마 (杉玉) - 아사히주조 인용

경내에는 술 양조가(醸造家)와 관광객 및 참배객으로 붐비고, 이 제사가 끝나면 전국의 양조장에 스기타마(杉玉)를 보낸다.


미와야마(三輪山)에는 옛부터 스기(杉, 삼나무)가 많이 나왔고, 이 스기로 만든 동그란 조형물이 스기타마(杉玉)다.


참고로 스기타마(杉玉)는 술이 나오기 시작하는 2~3월에 신주(新酒)가 나올때 양조장의 처마밑에 매단다. 즉, 술이 출시되기 시작함을 알리는 것이다.


스기타마의 발상지도 공교롭게도 여기 미와(三輪)고, 미와(三輪), 신(神), 술은 너무나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너무나 길었던 서론을 끝내고, 여기서 드디어 이 곳과 유서 깊은 니혼슈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 나라현(奈良県)의 미와(三輪)에 1660년에 창업해 360여년이 지난 이마니시 주조(今西酒造)가 만드는 미무로스기(みむろ杉)다.


왠만한 니혼슈(日本酒) 관련 일본 유튜브에는 대부분 최고의 니혼슈로 항상 뽑히고, 상기의 그 상징성만으로도 인기가 없을 수가 없는 니혼슈다.


술의 발상지인 미와야마(三輪山)의 옛지명이 미무로야마(三諸山)였고, 미무로(実醪, みむろ)는 술의 근원이라는 의미도 있으며, 이 곳에서의 스기(杉, 삼나무)에 술의 신이 잠들어있다고 해서 명명된 브랜드 미무로스기(みむろ杉)!


현재는 젊은 14대 당주인 이마니시 마사유키(今西将之)가 양조장을 맡고 있으며, 발음은 두개 다 '미무로스기'로 같은데 'みむろ杉'와 '三諸杉'라는 표기로 두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 및 일본국내의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그 중, 三諸杉(미무로스기)는 현지 지역 내 유통상품으로 부드러운 맛과 향기로운 진한 향이 특징인 니혼슈이다.


전국적으로 판매를 하는 みむろ杉(미무로스기)는 다소 억제된 듯한 화려한 향기와 신선함이 특징인 술이다.


그리고, みむろ杉(미무로스기) 중에서도 2012년부터 판매해온 한정판 '로망 시리즈'는 상쾌한 달콤함과 쥬시(JUICY)함이, 마치 라무네(ラムネ)나 청량 음료수를 생각나게 한다.

미무로스기의 병에 붙어있는 문구 - "미와야마(三輪山)에 내리는 맑은 비, 돌고 돌아 샘솟는 미와(三輪)의 술"


모두 세련되고 신선한 맛으로, 니혼슈 초보자나 아직 니혼슈에 익숙치 않은 사람도 저항감 없이 받아 들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가 마신 술은 로망시리즈에 정미비율 60%인 준마이긴죠(純米吟醸)였고, 쌀은 오마치(雄町)를 썼으며, 개인적인 맛에 대한 감상은 자극없는 부드러움이 가장 큰 느낌이었다.


각 지역마다 유루캬라(ゆるキャラ)라고 해서 각 지역의 특산물과 지역을 소개하는 마스코트를 제작해서 홍보를 한다. 이 나라지역의 유루캬라는 센토쿤(せんとくん)이라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인데, 또 이게 의외로 인기가 높다. 나 역시도 자주 보다보니, 이제는 친근해질 정도인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본에서 가장 큰 불상이 토다이지(東大寺) 내부에 있는데, 이를 상징하고, 또 사슴으로 유명한 나라공원을 같이 어필하려다 이러한 디자인이 나온것으로 보인다.

 

나라현 유루캬라 센토쿤(せんとくん)

일본의 니혼슈는 나라(奈良)에서 발상되어 쿄토(京都), 효고(兵庫)에서 번창해서 전국으로 퍼졌다고 한다.

나라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니혼슈도 음미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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