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배경으로는 최근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 후쿠오카(福岡)라는 점과 썸네일 사진을 항상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신중하고 신중히 고르는데, 나름 일본에서 필자가 찍은 가장 멋진 사진의 장소가 바로 여기 후쿠오카현(福岡県)의 쿠루메시(久留米市)였기에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로 정했다.
큐슈(九州)는 아소산(阿蘇山)을 비롯해서 의외로 산지가 많고 험해서 쌀재배가 용이하지 않았다.
이에 사가현(佐賀県)과 후쿠오카현(福岡県)에 걸쳐있는 츠쿠시 평야(筑紫平野)에서 대부분의 쌀재배가 이루어지고, 여기에서 주로 니혼슈(日本酒) 생산이 이루어진다.
야마구치 주조장 전경
참고로 큐슈(九州)는 9개의 나라라는 뜻인데, 현재 후쿠오카(福岡), 사가(佐賀), 나가사키(長崎), 오이타(大分), 쿠마모토(熊本), 미야자키(宮崎), 가고시마(鹿児島)의 7개 지역뿐이다.
이것은 큐슈라는 지명이 현재의 기준이 아닌 구 국명(旧国名)에 따라 지어졌기 때문이다.
즉, 폐번치현(廃藩置県)이 있기 전의 행정구역인 영제국(令制国) 또는 율령국(律令国)을 기준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총 68개의 국명이 있었고, 지금은 단순히 지리적인 명명과, 같은 지명의 혼동을 기피하는 용도로서만 많이 활용될 뿐이다.
큐슈의 현지도와 옛지도 - DCOLOR 편집인용
큐슈(九州)는 사이카이도(西海道)라고 불렸는데, 치쿠젠(筑前), 치쿠고(筑後), 히젠(肥前), 히고(肥後), 부젠(豊前), 붕고(豊後), 휴가(日向), 오스미(大隅), 사츠마(薩摩)의 9개의 나라가 있었다. 이에 큐슈(九州)가 된 것이다.
이때의 슈(州)는 코쿠(国)와 같이 나라를 의미했다.
나라라고 해서 현재의 나라의 개념이 아닌, 지방행정단위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9개의 나라가 모여서 큐슈(九州), 4개의 나라가 모여서 시코쿠(四国)가 되는 것이다.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를 양조하는 야마구치 주조장(山口酒造場)은 후쿠오카현(福岡県) 쿠루메시(久留米市)에 자리 잡은 노포(老舗) 중 한 곳이다.
야마구치 주조장 내부 - 후루테야(古手屋)라는 창업시의 옥호가 있다.
1688년 초대 당주인 야마구치 요우에몬(山口與右衛門)이 후루테야(古手屋)라는 옥호(屋号)로 장사를 시작해 헌 옷, 골동품 등을 판매하며 번창했다.
그리고, 1832년에 정식으로 주조업 허가를 받고, 창업을 하게 되었다.
현재는 11대째 야마구치 테츠오(山口哲生)가 양조장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사케 제조에 들어가는 물은 큐슈에서 가장 큰 강인 치쿠고가와(筑後川)의 물을 여과하지 않은 채 이용하고 있으며, 쌀은 후쿠오카현(福岡県) 북부의 이토시마(糸島) 산 야마다니시키(山田錦)를 주로 쓰고 있다.
야마구치 주조장 내 판매대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의 니와(庭)의 뜻은 사전적으로는 정원이라는 뜻이다.
정원이라는 표현이 어감은 좋으나, 실제의 의미는 우리말의 뜰 또는 앞마당에 더 가깝다.
양조장 근처에 학문의 신을 모시는 키타노 텐만구(北野天満宮)가 있는데, 여기에서 안뜰로 날아와 샘물에 목을 축이는 꾀꼬리(うぐいす)를 보고 네이밍 했다고 한다.
여기의 우구이스(うぐいす)는 한국말로 번역할 때, 꾀꼬리 또는 휘파람새인데, 연배가 있는 분은 꾀꼬리가 더 와닿을 테고. 젊은 분들은 휘파람새가 더 와닿을지 모르겠다.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의 라벨에는 꾀꼬리가 그려져 있는데, 두 가지 모습이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상의 차이가 아니라, 맛의 표현을 나타낸다.
새의 머리가 왼쪽으로 향한 라벨은 다소 깊이가 있는 맛의 쥰마이 계열(純米系)이고,
새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향한 라벨은 긴죠 계열(吟醸系)로 화려한 맛을 자아낸다.
최근엔 새로운 라인업인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 'NINE'을 출시해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NINE'이라 명명한 이유는 큐슈(九州)의 쌀을 쓰고, 일본 최고의 효모라 일컬어지는 '협회9호'(協会9号)효모를 쓰기 때문이다.
즉, 니혼슈(日本酒)에서 꿈의 술이라고 하는 'YK35'를 실현시킨 술인 셈이다.
참고로, 'YK35'는 쌀은 'Y' - 야마다니시키(山田錦)를 쓰고, 효모는 'K' - 협회9호(協会9号)를 쓰며, 정미비율(精米歩合)을 '35'퍼센트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식을 맞추면, 전국 품평회에서 웬만하면, 입상을 한다는 주조업계의 알려진 룰이다.
여기서 'K'는 협회(Kyokai, 協会), 9(Kyu, 九), 쿠마모토(Kumamoto, 熊本)라는 설도 있고, 이 협회9호(協会9号)라는 효모를 최초로 개발해 양조한코로(Koro, 香露)라는 브랜드를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큐슈는 기본적으로 일본 내에서는 니혼슈(日本酒)보다는 소주(焼酎)가 훨씬 더 알려져 있다.
오이타(大分)의 보리로 만든 무기 소주(麦焼酎), 미야자키(宮崎)와 카고시마(鹿児島)의 고구마로 만든 이모 소주(芋焼酎) 등이 대표적인데, 니혼슈를 마시게 된다면, 이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참고로, 사케(酒)와 니혼슈(日本酒)는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으나, 큐슈에서는 가능하면 사케 또는 세이슈(清酒)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워낙 소주가 강한 지역인 데다, 소주 역시 일본에서 만든 오리지널 일본 술인데, 니혼슈(日本酒)라는 단어가 사케만을 나타내는 것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거센 큐슈의 남자(九州男児)의 세계에선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 사진의 배경은 코라타이샤(高良大社)라는 곳으로 쿠루메시(久留米市)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본인도 잘 모르는 야경 스폿이다.
사람들이 의외로 적고,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이 산을 올라가지는 않는다. 바로 이 신사(神社) 앞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으니, 렌터카로 가보길 추천하며, 반드시 올라간 길로 내려오길 바란다.
필자가 저 야경을 보고 야밤의 산길에서 반대쪽으로 가버리면서 3시간을 헤매다, 인생 마지막 사진이 될 뻔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별로 풀어가는 본 칼럼은 쭉 이어가되 또 다른 시리즈로서, 라벨 읽는 법과 일본 지도로 풀어가는 사케 등도 연재해 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본 칼럼을 보시는 분들이 반응은 그렇게 많이 없고, 댓글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왼쪽으로 보고 있는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의 쥰마이 계열(純米系)처럼 묵직하고 변함없는 깊은 맛이 있음을 안다.
처음엔 떨려서 객석이 안 보이게, 완전 어둡기를 바라는 초보 가수의 마음에서 이제는 조금 경륜이 쌓여 객석의 관객과 가끔 눈도 마주치고 싶은 중견가수처럼, 오른쪽으로 보고 있는 니와노 우구이스(庭のうぐいす)의 긴죠 계열(吟醸系)의 은은한 향과 같은 독자들의 반응도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