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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Mar 08.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76: 니토(二兎)

한국무역협회 투고 : 일흔여섯 번째 이야기

니토 (二兎, にと)

 - 아이치현 오카자키시 (愛知県 岡崎市)

 - 단맛과 향과 산미를 추구하다가 나머지도 다 잡아버린 사케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탄생지인 오카자키의 사케

 - 2023년 토끼띠의 창업 333 주년해에 방영된 대하드라마 덕택에 붐을 일으킴.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사람만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일반적인 속담과는 사뭇 다른 표현으로 주목을 끄는 사케가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를 보기 좋게 역발상 콘셉트로 사케를 만들어 내는 양조장이 있다. 



이름도 두 마리 토끼라는 뜻의 니토(二兎)가 그 주인공이다. 

니토를 만들어내는 양조장은 마루이시 양조(丸石醸造)로 아이치현 오카자키시에 1690년 창업한 올해로 334년이 되는 상당한 노포 양조장이다. 

기존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쵸요(長譽), 미카와부시(三河武士)등의 브랜드가 있었으나, 2015년 12월에 새로운 라인업으로 탄생시킨 니토가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놀면서 돈을 벌 수는 없고, 운동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몸을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다 아는 것이다.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다 잡아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데, 도대체 사케에 있어서 어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뜻인지 살펴보면 하기와 같다. 


맛과 향 (味と香), 산미와 감칠맛 (酸と旨),  무거움과 가벼움(重と軽), 아마구치와 카라구치(甘と辛), 첫맛과 끝맛(入りと後味), 복잡함과 깔끔함(複雑と綺麗) 등 얼핏 보면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의 요소를 다 잡았다는 뜻으로 밸런스가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케노와의 니토 소개페이지로 플레이버 차트(Flavor chart)를 보면 밸런스가 훌륭함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이 양조장이 추구해 온 콘셉트는 단맛과 향과 산미였으나 그걸 추구하면서 잃게 되는 요소도 놓치기 싫었던 듯하다. 

사케노와 기준으로 아이치현에서는 쿠헤이지 다음으로 2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46위에 오를 정도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양조장이 있는 오카자키시(岡崎市)는 역사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인데, 바로 일본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탄생한 곳으로 대망이라는 대하소설도 이곳에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아이치현 자체가 도쿠카와 이에야스 이외에도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전국시대의 3대 장수를 모두 배출한 지역으로 역사적 자존감이 높고, 옛날엔 노비평야(濃尾平野)에서의 쌀로, 지금은 도요타의 자동차 산업으로 늘 풍족한 생활을 유지한 덕분에 프라이드가 상당하며, 일본 내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하는 등 돈 많기로 유명하지만 외부에 쓰는 건 상당히 인색해, 시기와 질투도 조금 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도쿄에서 교토로 가는 간선 길목인 토카이도(東海道)상에 양조장이 위치해 그 이점을 살려 1690년 창업한 이후로 번성을 거듭했고 메이지시대에는 방적사업과 은행업까지 사업이 확대되었고 1900년에는 효고현의 나다(灘)에도 양조장을 지었다. 나다에서 나오는 사케의 브랜드는 쵸요(長譽)였고, 오카자키의 양조장에서 나오는 브랜드는 미카와부시(三河武士)였다. 

그러다 태평양전쟁 때 오카자키시가 공습을 받아 마루이시 양조까지 피해가 상당했는데, 그 이후로는 다른 사업은 접고, 오로지 사케만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니토에 쓰이는 쌀은 오마치(雄町), 야마다니시키(山田錦)가 메인이다. 둘 다 주조호적미의 최고봉 쌀들인데, 이 쌀들로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했던 듯하다. 


니토가 큰 히트를 치게 된 전기를 맞은 것은 바로 2023년이었다. 매년 NHK에서 방영되는 대하드라마의 2023년 작품이 오카자키시를 무대로 한 '도우스루 이에야스'(どうする家康)였다. 이에 시 전체가 전국적으로 조명을 받게 되어, 니토도 주목을 받은 데다 마침 창업 333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에, 2023년이 토끼띠였다는 사실이 더욱더 인기를 끌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 


2023년 NHK 대하드라마 '도우스루 이에야스' - NHK 홈페이지 인용


니토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뽑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입에 들어가서 목으로 넘어갈 때까지 전달되는 신선함이다. 

두 번째는 좋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처럼 바로 한잔 더 하고 싶게 만드는 뒷맛이다. 

세 번째는 단맛과, 향기와 산미가 아주 밸런스가 좋아서 웬만한 요리와는 궁합이 잘 맞다는 것이다. 


3종 신기 중 신검을 모시고 있는 아이치현의 아츠다진구


아이치현 지역이 갈 데가 없어 보이면서 은근히 관광요소가 많고, 좋은 지자케가 많다.

사케와 관광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한번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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