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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Apr 08. 2024

이자카야에서의 매너와 상식

일곱 번째 악기

> 안 시켰는데, 청구서에? 바가지 아냐?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마심에 있어서 당연히 알아야 할 상식과 매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혼자 마시는 혼술의 경우는 그렇게 매너나 상식이 필요 없이 그저 스스로의 방식으로 마시면 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이자카야에 가서 마시는 경우에는 사케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와 상식을 갖출 때, 제대로 사케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사케를 파는 곳에서는 어차피 말이 통하고, 음주문화도 한국과 일본이 섞인 경우가 많기에 주로 일본 이자카야에서의 매너와 상식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사케 자체가 일본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대중적으로 많이 마시는 술이 아니라서 요즘의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상식과 매너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더욱 현지인보다도 더욱 사케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띄게 될지도 모르니 금번의 매너와 상식은 반드시 익혀 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자카야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일본을 찾는 외국인과 가장 많은 트러블을 일으키는 문제가 오토오시(お通し)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외국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오토오시 이해를 위한 안내서를 만들기도 하고, 영상도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일본인들도 이 오토오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합니다.


필자도 20여 년 전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분명 메뉴판의 가격을 철저히 체크하며 주문을 했으나 금액이 예상보다 더 나와서 상당히 곤란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에 돌아갈 차비만 남겨놓고 마시기로 했는데 차비도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오토오시가 무엇인지부터 간략히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요리 주문받기 전 일단 마실 것부터 시킵니다. 자리에 앉은 손님이 메뉴판도 보지도 않았거나 아직 파악이 덜 된 타이밍에 접객이 시작되니, 일단 '토리아에즈 비루'(일단 맥주)라는 말로 1차적인 주문을 끝내고 한잔 마시면서 본격적인 메뉴와 분위기 파악에 들어갑니다.


이 '토리아에즈 비루'라는 단어가 전 국민이 아는 유행어 또는 관용어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일단 맥주는 시켰는데 안주는 파악이 덜되었고 뭔가 허전한 상황에, 주문하지도 않은 오토오시라는 아주 간단한 기본 안주가 작은 종지에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이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왔으니 당연히 외국인들은 공짜로 주는 걸로 이해합니다만, 나중에 다 청구가 됩니다. 그래서 마찰이 생기고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최근의 메뉴에는 요금을 따로 받는다고 안내 문구를 적어 놓기도 합니다. 그냥 자릿세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요즘이야 시내에 나가면 이자카야 체인점부터 웬만한 역 근처는 대형 이자카야가 흔하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자카야는 한집 건너 뜨문뜨문 있을 정도였으며, 메뉴판도 없고 어떤 요리가 주 전문인지 정보도 없이 그냥 가게이름만 나와있는 간판만 내건 집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들어가긴 들어갔는데 무슨 요리가 전문인지 가격대는 어떤지 주인의 요리 성향은 어떤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가게 입장에서는 우리는 이런 장르의 음식으로 이 정도로 간을 맞춥니다라고 손님에게 가게를 소개하는 간략한 인사와 같은 요리가 오토오시였습니다.


원래는 손님에게 대접하는 의미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지금은 강제로 청구하는 악질적인 상술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대접의 의미라면 성의 있게 요리가 나와야 하는데, 특히 대형 이자카야나 역 앞 이자카야를 가면 그냥 무를 갈아서 간장만 대충 뿌리거나 잔반을 내어놓은 듯한 오토오시로 돈 받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가난한 일본인들이 요리를 정말 적게 시키고 몇 시간이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서 부딪히기는 싫고 하니 강제적으로 이 제도를 유지하는 가게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요리는 한상 가득 시키는데, 맛도 없는 오토오시까지 유료로 나오니 그리 반가울 수는 없을 겁니다.  


오토오시(お通し)와 비슷한 단어로 우리에게 익숙한 츠키다시(突き出し), 사키즈케(先付け)가 있습니다.

오토오시와 츠키다시는 거의 비슷하나 차이가 있다면 츠키다시는 주로 오사카 쪽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입니다. 츠키다시라는 단어의 의미가 '쑥 내민다'는 뜻이 있는데, 요리와 관계없이 손님에게 무조건 내어놓는 개념이고, 오토오시는 주문을 받고 나서 나오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사키즈케는 오토오시와 의미가 가까우나, 주로 카이세키 요리 같은 코스요리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요리를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오토오시는 손님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인원수에 맞춰서 나오게 되어 있으며, 대략 1인당 300엔 전후의 요금이 설정되어 있어서 마지막에 계산할 때 이 부분을 감안해서 주문해야 하고, 일본의 이자카야를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이번엔 사케에 관한 매너를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만약에 일본인과 술자리를 가진다면 또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이 술이 다 비기 전에 채워져야 한다는 겁니다.

즉, 술잔이 비워질 때까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건 상당한 실례가 됩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는 원샷이 없는 이유는 나를 배려할 상대방을 다시 배려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잔을 채워줘야 하는 타이밍인데 대체적으로 잔에 술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을 때 첨잔을 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술을 받는 상대방이 상사이거나 손윗 사람인 경우 돗쿠리 또는 병을 오른손으로 쥐고 왼손은 도쿠리의 바닥을 받치고 따라줘야 하며, 절대 오른쪽 사람에게 돗쿠리를 쥔 오른손을 손등이 바닥으로 가도록 손목을 꺾어서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당한 실례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술을 받는 경우 잔을 들고 반드시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미는데, 이때 굳이 우리나라처럼 잔을 다 비울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따라주는 상대가 상사나 손윗사람인 경우는 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왼손으로 잔 밑을 받쳐 두 손으로 받으며, 받고 나서는 마찬가지로 한 모금 정도 마시고 잔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돗쿠리에 술이 남았는지 돗쿠리 속을 들여다보거나 흔들어서 확인하는 것은 매너에 어긋납니다. 아츠캉 돗쿠리인 경우는 금방 식어버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뜨거운 사케가 상대방에게 튀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식의 경우 여러 돗쿠리의 남은 술을 하나의 돗쿠리로 합하는 것도 매너에 좋지 않으며, 상대방이 술잔이 빈 채 얘기중일 때 테이블에 있는 그 사람의 잔에 따라놓는 것도 매너에 어긋납니다.


그리고 넘치도록 따르거나 술 못하는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사케나 일본을 막론하고, 어떤 술이나 어디에서건 비매너 행동이 될 것입니다.




일본 이자카야 시스템 중 아주 훌륭한 것은 '노미호다이(飲み放題)'라는 알코올 무한리필 서비스입니다. 아주 고급진 술은 대부분 해당되진 않지만, 기본적인 하이볼, 레몬사와, 맥주, 대중적인 사케 등은 일반적으로 2시간에 1인당 약 2000엔 전후의 요금만 내면 무한으로 술을 시키고 마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한적한 곳 아닌 대중적인 이자카야는 대부분 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대개 3잔 이상만 마시면 본전을 뽑는 경우가 많아 젊은 한국분들은 거의 기본적으로 이 플랜을 이용합니다.



참고로 이 노미호다이 플랜을 이용하려면 테이블의 모든 인원이 이 플랜을 이용하는 것으로 주문해야 하며, 다 마신 잔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리필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라스트 오더 타임이 있는데, 스탭이 해당 시간이 되면 안내를 해줍니다.


일본은 교통비와 주차비가 너무 비싸서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는 건 일반 직장인에겐 너무나 먼 나라의 얘기라 재벌 회장 정도 아닌 이상은 대부분 전철로 퇴근합니다.


이자카야 알바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12시 조금 넘는 시간에 마지막 전철이 끊기기 때문에 라스트 오더를 아무리 늦어도 11시 전후로 안내하고 영업종료 시간을 알려줍니다. 반드시 그 안내를 따라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자카야 입구에 메뉴와 사진이 없어도 일단 들어가서 '토리아에즈 비루' 한잔 시켜놓고, 오토오시를 받아들이며 천천히 번역 앱 등을 이용해서 메뉴판을 파악한 후  메인 요리를 시키는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라스트 오더도 지키며, 과음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술을 접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당장 이자카야로 떠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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