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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un 30. 2024

3위 - 쥬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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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칼럼이 책으로 출판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최근 칼럼의 방향이 좀 두서없고 기존 흐름과는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사케 브랜드위주로 써오다가 입문서적용으로도 충분하도록 사케의 전반적 상식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칼럼을 현재 시점에 맞추고 논조를 통일시켜서 재발행하는 경우도 있사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쿠보타, 닷사이의 소개는 물론 그들을 상회하는 사케노와 기준 TOP10도 아울러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소 글이 혼란스럽더라도 전체적으로 통일시키는 과정이오니 많은 양해와 또 격려 및 응원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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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타, 닷사이만 아는 초보자 단계를 조금만 넘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환상의 사케 쥬욘다이를 소개합니다. 일단 다른 명주와 달리 이 사케는 개인용으로 병으로 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마실 수 있는 이자카야를 찾는 것 마저도 쉽지 않으며 설령 있다 하더라도 워낙 맛집이거나 비싼 곳이라 예약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즉 쥬욘다이는 일단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축복입니다. 


출고가의 최소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인터넷상으로 전매가 되는 경우가 기본인데 그렇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출하되고 3개월 안에는 마셔야 하는 나마자케가 메인인데 일반인들이 마실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보니 출하 후의 보관상태나 품질관리가 엉망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14대라는 뜻의 쥬욘다이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명에도 숨은 비화가 있습니다. 





쥬욘다이 (十四代, じゅうよんだい)


 -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 (山形県 村山市)

 - 가정용이든 이자카야든 만나기기 쉽지 않은 극단적 최정상급 사케

 - 쥬욘다이의 산파는 후쿠시마의 명주 샤라쿠

 - 빈 병이라도 쥬욘다이 라벨이 붙으면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환상의 사케



주옥같은 사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케가 있습니다. 

쥬욘다이가 그 주인공인데 이 사케를 모르고는 사케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야마가타현의 타카기 주조(高木酒造)에서 양조되고 있는데 다소 재미난 뉴스가 있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쥬욘다이 즉 14대라는 말인데 창업 후 14대째까지 이어진 양조장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그 브랜드의 주인공인 14대째 사장인 타카기 타츠고로(高木 辰五郎)씨가 2022년 3월 2일, 향년 84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미 15대째 사장인 타카기 아키츠나(高木 顕統)씨가 오래전부터 실질적으로 양조장을 물려받은 상태였습니다. 


14대째 타카기 타츠고로 씨는 1988년 야마가타현 의회 보선에 나가 당선되어 1995년까지 2기 동안 의원활동도 했었습니다.

워낙 사케로 유명한 브랜드이다 보니 부고가 메이저 신문에까지 당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현재 15대째 사장인 타카기 아키츠나 씨는 도쿄 농업대학 농학부 양조 학과를 졸업 후 도쿄 대형 백화점인 신주쿠 퀸즈 이세탄에서 근무해 오다 타카기 주조의 양조 책임자인 토지(杜氏)가 고령으로 은퇴함에 따라 1993년에 양조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돌아오기 직전 타카기 아키츠나 씨가 후쿠시마현의 히가시야마 주조의 샤라쿠(寫楽)를 마시게 되었는데 기존의 사케와 달리 향이 짙고 스위트한 새로운 맛에 충격을 받고는 쥬욘다이(十四代)의 맛의 콘셉트를 대대적으로 바꾸기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케 업계에선 젊은 천재로 불리고 있던 이 타카기 아키츠나가 론칭한 쥬욘다이(十四代)가 나타나자마자 일약 초대형 인기 브랜드가 되었고 현재에도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누구나가 동경하는 최고의 명주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의 쥬욘다이를 발매하기 이전에는 아사히타카(朝日鷹)라는 브랜드를 메인으로 하고 있었고 쥬욘다이라는 브랜드는 고주(古酒)에 붙이던 이름이었는데 맛의 콘셉트를 기존 단아하고 드라이한 맛에서 향이 진하고 스위트한 맛으로 전격적으로 바꾸고는 쥬욘다이를 전면에 내세워서 양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방식을 버린 이런 술 제조가 그 당시엔 신선했는지 어느 사진가가 밀착 취재해서 사진집을 냈는데 그게 유명세에 불을 붙여 전국의 이자카야에서는 '쥬욘다이 있습니다'라는 벽보를 일부러 붙일 정도로 크게 히트 치게 되었습니다.


아사히타카 (朝日鷹) - YAHOO쇼핑 인용 


최근 일본 사케의 트렌드는 향이 진하면서 스위트 한 맛인데 이 트렌드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술이 바로 이 쥬욘다이인 것입니다.


기존엔 지자케(地酒) 붐을 일으킨 니가타의 술로 대변되는 단아하고 깨끗하며 드라이한 맛이 주류였습니다.


그래서 쿠보타, 핫카이산 같은 전통 명주들은 최근의 트렌드에 맞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쥬욘다이가 유명해진 이유 중에는 다카기 주조가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아 정보가 제약적으로 제공되다 보니 사케 팬들 사이에서는 '환상의 사케'로 인식된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타카기 주조는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습니다. 참고로 1884년 코치현에서 창업해서 토요노우메라는 브랜드로 6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이름이 같은 타카기 주조도 따로 있습니다만 쥬욘다이와는 전혀 다른 브랜드입니다.


쥬욘다이와 가까이만 있어도 무조건 명주로 이해하면 된다. 덴슈, 히로키, 코쿠류, 쿠보타..


쥬욘다이는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콘셉트이나 주질의 설계부터 브랜딩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신선하고 임팩트 강한 무여과 생원주(無濾過生原酒)라는 장르도 쥬욘다이가 만들었습니다.


좋은 쌀과 좋은 노하우라고 해서 적당히 대충 만드는 게 아니라 철저히 장인정신으로 빚어내는 쥬욘다이는 국내외의 술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게 되고 이소지만, 히로키, 지콘 등과 함께 구하기 어려운 사케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이세이 시대를 상징하는 명주인 동시에 니혼슈의 주질, 양조, 브랜드 등 다양한 요소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연 개척한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쥬욘다이(十四代)를 다룸에 있어서 특별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주조호적미를 직접 개발 육성하는 것인데 사케미라이, 타츠노오토시고, 우슈호마레 등이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쥬욘다이의 라인업에는 이 자체 개발 주조호적미 술이 있고 또 대중적인 야마다니시키도 있습니다.


타카기 주조의 창업연도는 전국시대의 가장 마지막 스토리에 해당하는 도쿠가와 가문이 도요토미 가문을 멸망시킨 '오사카 여름의 진'이 있었던 1615년으로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며 양조장의 위치는 최고의 앵두 품종인 사토니시키로 유명한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입니다.


토호쿠지방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




쥬욘다이의 라벨의 '十四代'라는 글자 부분은 금박 등 박지를 입혀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케를 보관할 때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어둡고 차가운 장소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때 다른 사케와 구별이 되게끔 눈에 잘 띄게 하려는 것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명주이면서 의외로 저렴한 가성비에도 깜짝 놀라게 됩니다. 물론 주판점등의 기본 출하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다만 도소매 업자들이 전매하면서 소비자가 구입할 때는 이미 어마어마한 가격이 형성됩니다. 


타카기 주조는 기본적으로 최대한 전매를 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가격의 안정적인 유지에도 있지만 전매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보관상태가 엉망이고 주조장에서 추천하는 상미기한을 넘긴 경우가 많아서 맛이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쥬욘다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검색을 해본 결과 15,800엔으로 엄청나게 저렴한(?) 쥬욘다이가 올라와 있어서 진품은 맞는데 술을 다 마시고 남은 쥬욘다이 쥰마이 다이긴죠 류센의 빈 용기의 가격이었습니다.


양조장에서의 출하가격이 15,000엔이었으니 빈 용기가 더 비싼 셈입니다.

빈 병만으로도 특 A급 사케의 가격을 넘어버리니 쥬욘다이는 실로 엄청난 사케임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메리카리의 쥬욘다이의 빈병 판매 정보


그리고 재미난 브랜드 탄생의 일화가 있습니다. 

쥬욘다이는 상표등록 시 원래는 등록이 될 수 없는 브랜드였습니다. 우리말로 '14대'라는 쥬욘다이는 특정의미가 없는 일반명사이고 숫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타 브랜드와 혼동을 준다는 이유로 등록불가한 상태였습니다. 


신청 시에는 13대부터 16대까지 4개를 신청했다고 합니다만 나머지 3개는 상기의 이유로 각하되었는데 쥬욘다이만 통과가 되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담당자가 쥬욘다이를 숫자가 아니라 토시요, 토시히로 와 같은 명으로 이해하고 허가를 내줬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면 쥬욘다이의 대표적 라인업을 하기와 같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조장에서 출하되는 정가와 인터넷 판매가를 비교해서 보면 쥬욘다이의 인기도 실감하게 되고 대략적인 시세도 아시게 되므로 이를 중점으로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 쥬욘다이 혼마루 히덴 타마카에시

  (十四代 本丸 秘伝玉返し)

本丸 秘伝玉返し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特別本醸造

■ 原料米:五百万石

■精米歩合:60%

정가 : 2,000엔, 인터넷 판매가 : 44,000엔 / 1.8L




* 쥬욘다이 쥰마이다이긴죠 류센

  (十四代 純米大吟醸 龍泉)

純米大吟醸 龍泉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純米大吟醸

■ 原料米:山田錦

■精米歩合:35%

정가 : 15,000엔, 인터넷 판매가 : 440,000엔  / 720ml




* 쥬욘다이 쥰마이긴죠 다츠노오토시고

  (十四代 純米吟醸 龍の落とし子)

純米吟醸 龍の落とし子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純米大吟醸

■ 原料米:龍の落とし子

■精米歩合:50%

정가 : 3,500엔 인터넷 판매가 : 43,674엔 / 1.8L




* 쥬욘다이 쥰마이다이긴죠 류게츠

  (十四代 純米大吟醸 龍月)

純米大吟醸 龍月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純米大吟醸

■ 原料米:山田錦

■精米歩合:40%

정가 : 11,400엔, 인터넷 판매가 : 88,000엔 / 720ml




* 쥬욘다이 쥰마이긴죠 나카토리 반슈야마다니시키

  (十四代 純米吟醸 中取り 播州山田錦)

純米吟醸 中取り 播州山田錦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純米吟醸

■ 原料米:山田錦

■精米歩合:50%

정가 : 3,900엔, 인터넷 판매가 : 40,537엔 / 1.8L




* 쥬욘다이 쥰마이다이긴죠 사케미라이

  (十四代 純米大吟醸 酒未来)

純米大吟醸 酒未来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純米大吟醸

■ 原料米:酒未来

■精米歩合:35%

정가 : 3,598엔, 인터넷 판매가 : 132,000엔 / 1.8L




* 쥬욘다이 다이긴죠 소코

  (十四代 大吟醸 双虹)

大吟醸 双虹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大吟醸

■ 原料米:山田錦

■精米歩合:35%

정가 : 11,400엔, 132,000엔 / 720ml




* 쥬욘다이 시치타레니짓칸

  (十四代 七垂二十貫)

七垂二十貫 - YUKINOSAKE 인용

■特定名称:純米大吟醸

■ 原料米:愛山

■精米歩合:40%

정가 : 5,500엔, 인터넷 판매가 : 99,980엔 / 720ml




이자카야(居酒屋)에 들어갈 때 그 가게의 레벨을 가늠할 수 있는 저만의 척도가 있습니다. 바로 냉장고 또는 진열대의 사케 라벨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자카야에 쥬욘다이가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하시고 편안히 요리를 주문하시면 그 무엇이든 맛있을 것입니다.

단 가격대는 다소 비쌀 거라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쥬욘다이의 실제 주인공이 별세했으니 이제는 쥬고다이(十五代)로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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