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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ul 24.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85: 에이쿤(英勲)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여든다섯 번째 이야기

에이쿤 (英勲, えいくん)

 - 사이토주조, 교토시 후시미쿠 (京都市, 伏見区)

 - 창업초기엔 포목점, 9대째 주조업으로 전환

 - 주조호적미로는 최고지만 재배하기 힘들어 거의 사라졌던 '이와이'라는 쌀을 부활시킨 양조장

 - 교토 후시미의 즐비한 양조장에서도 단연 추천할 만한 에이쿤



일본의 3대 사케의 고장이 히로시마의 사이죠와 고베의 나다, 그리고 교토의 후시미입니다.

이곳 후시미는 지금도 18곳의 양조장이 현역으로 생산을 하고 있고 후시미사카구라코지(伏見酒蔵小路)라는 곳에서는 이곳 후시미의 사케를 비교시음하고 각종 음식과 안주까지 제공하면서 사케 마니아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어 있습니다.


후시미사카구라코지(伏見酒蔵小路) 입구


미네랄이 많은 경수를 사용하는 고베의 나다의 사케를 강하다고 해서 남자의 술인 오토코자케라고 불렀고 이곳 후시미의 사케는 미네랄이 적은 연수라 아주 부드러워서 여자의 술인 온나자케라고 불리었습니다.


후시미는 사케 외에도 빨간 토리이가 연이어 늘어선 것으로 유명한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로도 유명합니다. 센본토리이가 가장 시그니처 상징물인데  1000개의 토리이가 있다는 뜻으로 실제로는 약 800 여개의 토리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 신사에 있는 크고 작은 모든 토리이를 다 합하면 3381개라는 얘기도 있고, 1만 개가 넘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

이나리 신은 원래 농업의 풍요로움을 관장하는 신이었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사업 번창, 가내 안전, 교통안전, 소원 성취를 관장한다고 합니다.

이나리 신이 부리는 사자(使者)는 여우의 모습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후시미이나리타이샤는 전국의 약 3만 개가 넘는 이나리신사의 총본궁입니다.  




여기 사케의 고장 후시미에서도 주목해야 할 양조장 및 사케가 있어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1895년에 창업한 사이토 주조가 양조하는 에이쿤이라는 사케가 그 주인공입니다. 포목상으로 8대째 이어오다 주조업으로 전환했는데 초기의 브랜드는 야나기마사무네, 오오타카 등이었습니다만 타이쇼 일왕의 즉위식을 기념하여 에이쿤(英勲)으로 바뀌었습니다. 걸출한 영웅이라는 뜻에서 에이(英)를 따오고 9대 사장의 법명에서 쿤(勲)을 따왔다고 합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 및 해외로 브랜드를 키워오다 전국신주감평회에서 14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후시미에는 원래 오구라이케라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가 있었는데 이 호수에서 오사카로 강으로 이어져 있어서 교토에서 오사카로 이동하는 교통중심지역으로 창업 당시의 포목점은 번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철도가 깔리고 교통수단이 바뀌면서 포목점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선조부터 8대째 이어져오던 포목점을 주조업으로 바꾸는 결단을 18세의 나이에 단행한 9대째 사장의 단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 즉 식용쌀이 아닌  사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사케용 쌀은 현재 대부분 야마다니시키와 고햐쿠만고쿠가 대세입니다만 이 에이쿤은 이와이(祝)라는 주조호적미를 씁니다.


이 품종은 교토의 전통 품종으로서 도정하기가 쉽고 저단백질로 특히 긴죠나 다이긴죠 용으로 최고의 품종이지만 키가 커서 쓰러지기가 쉽고 쌀알이 많이 열리지 않아 수확량이 적어 한때는 재배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어렵게 정성과 집념으로 부활시켜서 생산을 해낸 곳이 바로 이 에이쿤을 만드는 사이토 주조(齊藤酒造)입니다.


특히 사이토주조의 여러 라인업 중에서 주목할 라인업이 있는데 첫 번째는 준마이다이긴죠 이즈츠야이헤이(井筒屋伊兵衛) 입니다.


이즈츠야이헤이(井筒屋伊兵衛)

2007, 2008년 연속 International SAKE Challege에서 은메달을 딴 명주며 은은하게 다가오는 긴죠향이 아주 강렬한 특징으로 담려하며 밸런스가 아주 잘 잡힌 사케입니다.  


이즈츠야이헤이라는 이름은 8대째까지 이어져 오던 현재 주조업 이전의 포목점의 가게이름입니다. 즉 9대째부터 사이토주조로 바뀐 것이며 현재의 사장은 13대째에 해당됩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사케는 쥰마이다이긴죠 스이텐잇페키(水天一碧)입니다.


스이텐잇페키(水天一碧)


브랜드의 의미는 물과 하늘이 하나가 되어 푸르다는 뜻으로 특히 바다와 하늘이 하나의 푸르름으로 이어져 있음을 뜻합니다. 조금의 흐릿함도 없는 아주 맑은 느낌과 맛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름과 어울리는 푸른색의 병과 고급감이 느껴지는 케이스는 선물용으로도 아주 최고인 듯 합니다.


달콤한 긴죠향의 다이긴죠이면서 드라이한 카라구치를 느끼게 만드는 실력과 퍼포먼스는 맛으로도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코토센넨(古都千年)입니다.


코토센넨(古都千年) - 홈페이지 인용


교토를 흔히 천년의 고도라고 하는데 그 말에서 따온 네이밍으로 고도천년이라는 뜻입니다.

코토센넨은 특히 입에 닿는 첫맛이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명주입니다.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향이 강렬하며 아주 고급스러운 달콤함이 특징입니다.


안타깝게도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유통되지 않고 교토를 중심으로 칸사이 지역에 판매되는 사케입니다.




교토 후시미 18 양조장의 비교시음 세트

교토는 오사카와 더불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있습니다. 교토에 가시면 여러 사케들이 즐비하지만 대부분 대형화되고 기계화, 양산화되어 있는 가운데 음식과 지역 분위기가 좋아서 사케도 좋아 보일뿐 실제로 전국 사케 랭킹에서는 그 유명세에 비해서 상당히 밀려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베 나다의 사케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교토 후시미의 사케는 사케를 부흥시키기도 하고 쇠퇴시키기도 한 애증의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이 에이쿤은 상당히 추천할 만한 사케라고 생각합니다.


꼭 오사카나 교토에 들리시면 이 에이쿤을 즐겨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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