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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ul 25.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86: 니시노몬(西之門)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여든여섯 번째 이야기

니시노몬 (西之門, にしのもん)

 - 요시노야, 나가노현 나가노시 (京都市, 伏見区)

 - 양조장이 나가노시의 젠코지의 서쪽문에 위치하고 있어서 브랜드 이름이 니시노몬

 - 400여 년 가까이된 상당한 노포이지만, 최신 설비도입으로 트렌드에 전혀 밀리지 않는 사케

 - '소에 이끌려 젠코지 참배'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젠코지의 대표 사케



사케에 있어서 유명한 지역이라면 사케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나라(奈良)와 대량생산으로 부흥을 이끈 고베와 교토가 있는 칸사이지역이었습니다. 거기다 3대 사케마을로 알려진 히로시마의 사이죠까지 해서 서일본이 항상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사케를 만들 쌀이 부족해지자 양조알코올을 넣어 생산량무리하게 늘리게 되고 이에 옅어져버린 사케에 포도당 물엿 등 당류를 억지로 넣어 맛으로는 형편없는 삼배증양청주를 만들던 곳이 또한 이 지역이라 사케를 부흥시키기도 하고 또한 쇠퇴시키기도 한 역사가 있습니다.


나가노의 지자케


그러던 중 몇십 년 전 쿠보타를 중심으로 한 니가타의 특정명칭주 들이 담려한 카라구치를 주 콘셉트로 기라성같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일본으로 사케의 중심이 바뀌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동일본의 중심이었던 니가타 역시 타성에 젖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현재는 전국시대처럼 전국의 여기저기서 어마어마한 좋은 사케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츄부지방 나가노현 나가노시

특히 나가노현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는데 기존의 다이신슈와 마스미를 비롯해서 최근엔 신슈키레이, 소가페르 에퓌스, 카와나카지마, 호우카 등 엄청난 사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가노현의 북부지방의 우에다, 사쿠, 나가노 등을 중심으로 명주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나가노현 북부 나가노시(長野市)의 명주 니시노몬(西之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니시노몬 쥰마다이이긴죠


이 니시노몬을 얘기하기에 앞서 나가노현을 간단히 소개할 필요가 있어서 잠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나가노현은 일본에서 가장 내륙 중심에 자리 잡은 현으로 평균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도도부현(都道府県)입니다.


일본의 가장 상징적이고 높은 산맥인 히다산맥, 키소산맥, 아카이시 산맥이 모두 나가노현에 걸쳐 있으며 순서대로 키타알프스, 츄오알프스, 미나미알프스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면적이 홋카이도, 이와테, 후쿠시마 다음으로 네 번째로 큰 현이며 중심은 마츠모토시와 나가노시 입니다. 아오모리현의 아오모리시와 히로사키시, 시즈오카현의 하마마츠시와 시즈오카시처럼 같은 현내에서 라이벌 의식을 강하게 가지는 곳이 일부 있는데 이곳 나가노현도 그 경향이 상당합니다.


나가노현의 지역별 소구분


현의 중심에 있는 마츠모토는 나가노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해 구 국명인 시나노 또는 신슈를 사용해서 신슈마츠모토 공항, 신슈소바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 현 북부에 있는 나가노시는 현청소재지임을 자부하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습니다.


마츠모토시에는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마츠모토 성이 있고 나가노시에는 예부터 일생에 한 번은 참배해야 한다는 1400년이 넘은 젠코지라는 유명한 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츠모토시 마츠모토성


여기서 다시 니시노몬이라는 사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바로 여기 나가노시의 젠코지라는 절의 서쪽 문에 요시노야라는 양조장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 위치 때문에 브랜드이름이 니시노몬(西之門)이라 명명되었습니다.


1637년에 창업하여 400여 년 가까이 지속된 상당한 노포며 현재 16대째 당주가 가업을 이어오고 있고 현지에서는 젠코지의 사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속담엔 젠코지와 관련된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절은 유명합니다.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면 '소에 이끌려서 젠코지 참배(牛に引かれて善光寺参り)' 정도가 되는데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앙심이 없고 주위에 신뢰를 잃은 한 할머니가 빨래를 하던 중 세탁하던 옷이 젠코지로 향하던 소 뿔에 걸리게 되었는데, 이 옷을 찾기 위해서 본의 아니게 젠코지에 참배하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일설에는 그 할머니를 개화시키기 위해 부처님이 소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에 깨우침을 얻은 할머니는 종종 젠코지로 참배를 오며 여러 잘못을 회개하게 되었고 마침내 극락왕생하게 되었다는 전설이자 속담입니다.


젠코지 - 홈페이지 인용




니시노몬은 4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노포라고 하지만, 예전방식만 추구하는 클래식한 사케의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킵니다.


1995년에 최신의 주조 설비를 정비해서 청결한 환경에서 정밀한 온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주조호적미의 수분 조정 등 최신의 연구로 다이긴죠를 만들기 위한 최신 기술도 도입했으며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효모도 기술력으로 상당히 인정을 받은 나가노현 공업기술센터의 나가노 효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노포의 전통과 최신의 트렌드를 절묘하게 접목시킨 명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니시니몬 - 홈페이지 인용


2000년, 2001년, 2014년, 2015년에 전국 신주감평회에서 금상을 수상을 할 정도로 일반적 노포의 네거티브 한 이미지를 완전 떨쳐버린 아주 핫한 사케입니다.  


사케 양조장에 있어서 노포들의 가장 큰 특징은 홈페이지를 꾸미거나 자신들의 홍보를 그렇게 억지로 강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라이드도 있을 것이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기본판매망은 갖추어져 있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정보가 한정적이라 정작 맛을 보게되면  실패할 확률도 높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네임밸류보다 맛이 기대이하인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럴 때는 좋은 방법이 그 라인업의 가장 높은 스펙인 쥰마이다이긴죠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양조알코올을 쓰지 않고 순수하게 쌀만으로 빚어서 쥰마이이고, 쌀을 깎고 남은 비율인 정미비율을 50% 이하로 생산하기에 기본적인 노하우와 저력에다가 최고의 스펙을 가미했기에 거의 실패가 없는 것입니다.


쥬욘다이나 지콘 등 최근의 핫한 사케는 스펙을 볼 필요도 없이 그 어떤 라인업이라도 맛이 보장이 되는데 노포들은 그 정도는 아니기에 쥰마이다이긴죠나 쥰마이긴죠 정도의 특정명칭주를 구입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소에 이끌려서 젠코지 참배'라는 속담에서 조금 나아가서 '저에게 이끌려서 니시노몬 음주'는 어떠하신지요?


나가노현 키리가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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