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사마 jemisama Oct 07.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96: 히로토가와(廣戸川)

한국무역협회 투고 : 아흔여섯 번째 이야기

히로토가와 (廣戸川, ひろとがわ)

 - 마츠자키 주조, 후쿠시마현 텐에이무라 (福島県 天栄村)

 - 26세에 양조책임자로 취임하자마자 10년 연속 금상 수상

 - 야마다니시키가 아닌 후쿠시마 현지쌀인 유메노카오리만으로 양조

 - 40대 이하의 직원들 7명으로 빚는 상당히 젊은 사케



일본에서 가장 많은 명주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후쿠시마의 또 다른 명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다이시치, 히로키, 각키마사무네 등의 화려한 후쿠시마의 명주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걱정하는 후쿠시마의 부정적 이미지는 몇 차례 설명드렸기에 언급드리지 않겠습니다.

전국신주감평회에서 10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며 완전한 긴죠 양조장으로서 이미지와 양조방식을 확립한 히로토가와를 소개드립니다.


히로토가와 양조장 - 홈페이지 인용


양조장이 있는 후쿠시마현 텐에이무라는 메이지시대 중기부터 쇼와시대의 초기까지 말 경매가 이뤄지는 등 성황을 이루었으며 전국 각지로부터 넘어온 말 중개인들로 '삼일 도쿄'(三日東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동쪽에 샤카도가와라는 강이 속칭 히로토가와로 불리었는데, 이 강의 물을 원재료로 하여 양조한다고 해서 브랜드 이름도 히로토가와가 되었습니다.


사케에 있어서 후쿠시마라고 하면 걸출한 양조장이 아주 많이 모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언뜻 생각하기에 장인 기술을 가진 숙련된 베테랑이 빚어내는 사케로 이해하기 쉬운데 이 히로토가와는 조금 다릅니다.


1892년 후쿠시마현 텐에이무라에 창업한 마츠자키 주조는 현재 5대째 사장인 마츠자키 쥰이치가 가업을 잇고 있으며 그의 장남인 마츠자키 히로유키가 양조책임자인 토지(杜氏)를 맡고 있습니다.



토호쿠 지방 후쿠시마현 텐에이무라


마츠자키 히로유키 씨는 1984년 생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었지만 당연히 자신이 가업을 이어받는 것으로 이해하고 2007년부터 양조장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는 양조의 핵심업무보다는 배달과 출하작업을 돕는 등의 일이 중심이었습니다.


양조의 기술은 대부분 양조장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청주(清酒)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이 전부였으며, 오히려 그것이 선입견 없이 기초부터 제대로 착실히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양조장으로 돌아온 이후 허드레 일을 마치고 3년째에 자신의 이론을 본격적으로 양조에 접목시키려 하자 기존 토지로부터 핀잔을 듣거나 지적받기 일쑤였습니다.  


일단은 기존 토지의 지시에 따르기는 했지만 장차 자신이 토지가 되면 철저히 제대로 된 방식으로 충실히 양조에 임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술을 짜낸 후의 주질 관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던 기존 방식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히로토가와

그러던 중 입사 4년 차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으로 마츠자키 주조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양조장 등의 건물에 피해는 있었어도 상품에는 큰 영향이 없었으나 8일 후 긴 세월 동안 마츠자키 주조를 지켜온 토지가 병으로 쓰러져 더 이상 양조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마츠자키 히로유키가 부득이하게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토지를 맡게 되었고 후쿠시마현의 청주 아카데미에서 함께 주조기술을 배운 동기들과 절차탁마하며 사케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은연중에 배우게 되었습니다.

주조업계뿐만 아니라 양조장의 종업원 그리고 히로토가와를 즐기는 소비자,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주위의 따뜻한 응원으로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고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고 이는 곧 양조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녹여 들게 되었습니다.  


마츠자키 히로유키 씨가 토지로 취임하기 전에는 텐메이무라에서만 판매하는 전형적인 지자케로 후츠슈(普通酒)를 메인으로 판매하였으며, 쥰마이다이긴죠는 만들어 본 적이 없었고 품평회 등에도 단 한 번도 출품한 적이 없었습니다.


히로토가와 직원들  - 히로토가와 홈페이지 인용

마츠자키 히로유키 씨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케를 짜내자마자 바로 병입을 하거나 바로 열처리를 하는 방법을 채택했으며, 품평회에 출품에 있어서 가장 표준적이며 무난한 주조호적미인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하지 않고 후쿠시마현의 주조호적미인 유메노카오리(夢の香)라는 쌀을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이 직접 양조를 시작해서 처음으로 사케가 출시된 바로 다음 해부터 전국신주감평회에서 2022년까지 10년 연속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시판주 콘테스트인 SAKE COMPETITION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자 여기저기서 젊은 지원자들이 모여들어 현재는 40세의 히로유키 씨가 가장 나이가 많고, 30대가 3명, 20대가 3명으로 총 7명이서 양조장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간단히 히로토가와의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


* 히로토가와

쥰마이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유메노카오리 100%

정미비율 45%















* 히로토가와

쥰마이긴죠

주조호적미 : 유메노카오리 100%

정미비율 50%














* 히로토가와

쥰마이긴죠 무로카나마겐슈

주조호적미 : 유메노카오리 100%

정미비율 50%














* 히로토가와

쥰마이 니고리 나마자케

주조호적미 : 유메노카오리 100%

정미비율 60%














* 히로토가와

토쿠베츠 쥰마이

주조호적미 : 유메노카오리 100%

정미비율 55%
















* 히로토가와

쥰마이 아키아가리

주조호적미 : 유메노카오리 100%

정미비율 65%
















최근의 사케업계에는 젊은이들로 상당히 세대교체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같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사케의 주질로 양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적 특징과 선입견으로 한국에서는 후쿠시마의 사케를 맛보기가 어려운 만큼 그 희소성 때문이라도 추천드리며 항상 매번의 사케 선택에 실패를 주지 않는 히로토가와를 한번 기회 되면 꼭 즐겨보실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주韓잔 사케日잔-95: 아베(あ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