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이즈미 (亀泉, かめいずみ)
- 코치현 토사시 (高知県 土佐市)
- 프루티(Fruity)하고, 쥬시(Juicy)한 맛의 근원은 효모 'CEL-24'
- 뒷면 라벨 같은 앞면 라벨
- 만년의 샘을 뜻하는 브랜드, 카메이즈미(亀泉)
한 번은 오사카 출장에서 손님과 이자카야를 간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 음식이나 술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모든 걸 필자에게 일임한 상태였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음식이야 적당히 시킬 수가 있었는데 그 이자카야의 사케는 전혀 정보가 없었고 서일본 중심의 지자케(地酒)라 그냥 적당히 시켰는데 그중 하나가 유독 맛있는 사케가 있었습니다.
손님 역시 이 맛있는 사케가 뭔지 물어오는데 전혀 설명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술의 정면 라벨을 두고도 뒷면 라벨인 줄 알고 병을 다시 돌려볼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의 사케였습니다.
멋진 라벨에 멋지게 브랜드 명이라도 쓰여 있었으면 기억이라도 남을 텐데 라벨자체가 임팩트가 큰 너무나 독특한 디자인이었습니다.
화려한 라벨보다는 실제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라도 보여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사케가 바로 고치현의 카메이즈미(亀泉)라는 사케입니다.
고치현은 일본의 큰 4대 섬 중의 하나인 시코쿠의 4개의 현중의 하나로서 그렇게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현은 아닙니다.
하지만 의외로 몇 가지 우리나라와 아주 가까운 접점도 있어서 생각보다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나이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어릴 때 어원은 모른 채 도살견 또는 도사견이라고 불리우던 개 품종이 있었습니다.
불독같이 생긴 개로 뒷산에서 아침마다 한 번씩 열리던 투견장에 주로 모습을 보이던 개였습니다.
그때는 몰랐으나 그 개가 고치현의 옛 지명인 토사(土佐)를 대표하는 견종인 토사견(土佐犬)이었습니다.
토사견 (土佐犬) - 위키피디어 인용그리고 아무리 역사를 몰라도 들어봤을 법한 일본 근대 역사의 기점인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이끌어낸 사카모토 료마도 이곳 코치현 출신입니다.
시코쿠 자체가 섬이기도 하지만 고치현은 시코쿠 내에서도 남부에 위치하는데 남쪽으로는 바다에 막혀있고 나머지 삼면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나머지 3개 현과도 왕래가 힘들어 유배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사카모토 료마 같이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좁은 고향을 떠나려는 고치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로는 큰 중범죄인 탈번까지도 감행하면서까지 말입니다.
타케치 즈이잔, 나카오카 신타로도 일본 근대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고치현이 낳은 역사적 인물들입니다.
좌측부터 타케치 즈이잔(武市 瑞山), 사카모토 료마(坂本 龍馬), 나카오카 신타로(中岡 慎太郎)
19세기 초에 작은 어선을 타고 나가 먼 바다에서 조난을 당해 표류하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지나가던 미국 포경선 존 하울랜드(John Howland) 호에 의해 극적 구조되어 그 길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10년을 살고 돌아온 일본인 제1호 미국 거주자인 존 만지로(ジョン万次郎)도 이곳 코치현 출신입니다.
ABC송과 넥타이를 최초로 일본으로 도입하고 일본 개국에 있어서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존 만지로 (ジョン万次郎) - 위키피디어 인용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곳 고치현의 명주인 카메이즈미(亀泉)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달콤한 아마구치 입니다. 기분 나쁜 단맛이 아닌, 최근 트렌드인 프루티(Fruity)하고, 쥬시(Juicy)한 맛이 강해 사케 초보자나 여성분에게 적극 권할 수 있는 사케입니다.
카메이즈미라는 술의 이름은 단순히 번역하면 '거북이 샘'입니다.
가뭄에도 마를 일이 없는 용수(湧水)를 쓰게 된 것을 계기로 지은 것으로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학은 천년, 거북이는 만년"이라고 하는데 절대 마르지 않는 '만년의 샘'을 의미하여 지은 네이밍이라 합니다.
카메이즈미를 양조하는 곳은 사케 이름과 같은 카메이즈미 주조(亀泉酒造)인데 1897년 고치현 토사시(土佐市)에서 사케 양조에 뜻이 있는 11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창업했습니다.
사케 양조에 있어서의 가장 큰 세 가지 컨셉은 맛있게, 즐겁게, 재밌게 입니다. 그리고 카메이즈미 주조는 효모, 쌀, 물에 엄청난 고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메이즈미의 예술과 같은 맛을 자아내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CEL-24'라는 효모입니다.
CEL-24 효모를 사용한 케이게츠 (桂月)고치현 공업기술센터에서 개발한 효소로 여기 카메이즈미 이외에도 케이게츠(桂月)와 같은 사케에도 쓰이고는 있으나 이 효모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양조하는 곳이 카메이즈미입니다.
전 세계에서 1919개의 사케가 출품된 2019 SAKE Competition Gold에서 쥰마이다이긴죠 부문에서 카메이즈미 키힌(亀泉 貴賓)이 10위를 수상하기도 한 명주입니다.
카메이즈미 키힌 (亀泉 貴賓) - sakenomy 인용효모뿐만 아니라 쌀도 주조호적미의 최고봉인 효고현산 야마다니시키와 토사니시키, 긴노유메 등 고치현 지역쌀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에 카메이즈미라는 브랜드명을 크게 적은 라벨도 있으나 '쥰마이긴죠 겐슈(純米吟醸 原酒) CEL-24' 가 너무나 유명해지고 소문나면서 뒷면 라벨 같은 앞면 라벨이 하나의 카메이즈미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 '쥰마이긴죠 겐슈 CEL-24'의 애칭이 세루(CEL)라고 불리기까지 하면서 매니아 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면 라벨에 일반적으로 뒷면 라벨에 기재되어야 할 효모, 알코올 도수, 정미비율, 산도, 니혼슈도(日本酒度), 아미노산도(アミノ酸度) 등의 정보도 다 적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앞면 라벨 내용은 출시되는 스펙에 따라서 매번 바뀝니다.
스파클링 쥰마이긴죠 KAMEIZUMI Perle - 토사시 관광협회 인용그리고 연간 불과 600병만 생산하는 '스파클링 쥰마이긴죠 KAMEIZUMI Perle'도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주 섬세한 거품이 특징으로 샴페인과 같은 제조법인 병내 2차발효제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단맛, 그리고 진주를 의미하는 이름과도 딱 맞게 부드럽게 일어나는 거품은 샴페인 글라스와도 잘 어울립니다.
고치현은 가다랑어, 즉 일본어로 카츠오로 상당히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 카츠오를 짚불로 구워서 안주로 내는 퍼포먼스가 상당히 유명한데, 이를 컨셉으로 도쿄나 일반 대도시의 이자카야에서 그 퍼포먼스를 표방한 "고치현 전문 이자카야"가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의외로 종류도 많고, 맛도 좋은 고치현의 지자케(地酒)가 충분히 뒷받침되기에 고치현 전문 이자카야가 성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본의 3대 '실망스러운 관광명소'가 있는데, 홋카이도 삿포로의 시계탑과 나가사키의 오란다자카(네덜란드 언덕)와 함께 또 하나가 바로 이곳 고치현에 있는 '하리마야바시'입니다.
고치현이 위치도, 산업으로도, 관광 컨텐츠로도 좀처럼 가기 쉬운 곳은 아니라서 현지에서 직접 마시지는 못하더라도 대도시의 이자카야에서라도 만나게 되면 반갑게 맞아줄 사케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주위의 감사한 분들의 덕분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교보문고나 예스 24, 알라딘에서 주문이 가능하오니 보다 더 깊이 있는 사케의 지식과 스토리에 접근하시려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구입사이트와 블로그 등도 하기와 같이 링크를 올려드립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618565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1887416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6527322
https://blog.naver.com/soju1sak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