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내 슈퍼는 물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사케(清酒)가 있는 곳에는 항상 진열된 대중적인 사케
한국에서도 일본슈퍼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접해봤을 법한 명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요즘 트렌드에도 맞지 않고, 대량생산체제로 만들어진 니혼슈(日本酒)라 그렇게 맛이 좋고 인기가 많다라기 보다, 알고 가야 할 니혼슈라는 점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본 관광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쿄토(京都)고, 니혼슈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무시 못 할 지역이 바로 이 쿄토의 후시미(伏見)라는 곳이다.
일본 슈퍼마켓에 가면 니혼슈 코너에 종이 팩으로 파는 술들의 대부분이 코베(神戸)의 나다(灘)지역의 술과 이 쿄토(京都)의 후시미(伏見)라는 곳의 술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종이팩으로까지 만들 정도이니, 얼마나 대량생산을 하는지 짐작도 가지만, 그 역사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대형화가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도 든다.
옛부터 코베(神戸)의 나다(灘)의 물은 미네랄이 풍부한 경수(硬水)로, 맛이 드라이한 카라쿠치(辛口)다.
그리고 같은 칸사이(関西) 지역의 쿄토(京都)의 후시미(伏見)는 연수(軟水)로 아주 부드럽다.
이에, 나다(灘)의 술은 남자의 술인 오토코자케(男酒)라고 불렀고, 후시미(伏見)의 술은 여자의 술인 온나자케(女酒)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음으로 읽어서 겟케이칸(月桂冠)을 월계관이라고도 자주 읽곤 한다.
겟케이칸(月桂冠)의 현재 라인업 - 겟케이칸 홈페이지 인용
겟케이칸 주식회사(月桂冠 株式会社)는 1637년에 오쿠라 지에몬(大倉 治右衛門)이 창업한 거의 4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초 노포(超老舗)다.
창업초기엔 지금의 회사명이라 할 수 있는 옥호(屋号)를 카사기야(笠置屋)라고 정하고, 술 브랜드를 타마노이즈미(玉泉)로 정했다.
겟케이칸의 초기 브랜드 타마노이즈미(玉泉) - 겟케이칸 홈페이지 인용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하다 보니, 니혼슈의 양조와 유통의 역사를 많이 써 내려갔다.
메이지시대(明治時代)에는 기존의 나무통 위주의 유통에서 처음으로 방부제가 없는 병으로 출시를 하고, 1919년에는 잔(猪口)이 달린 작은 병을 출시해 역에서 판매가 가능한 술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으며, 일본 최초로 4계절 내내 연중 생산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1984년에는 상온에서 유통이 가능한 생주(生酒)를 개발하기도 했다.
방부제 없는 병 제품 출시 광고 - 겟케이칸 홈페이지 인용
2008년에도 당질(糖質) 제로의 니혼슈를 만들어 내는 등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거듭하며, 업계 1위의 자부심과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겟케이칸(月桂冠)이 걸어온 길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미생물학 등의 과학적 대응이 쉽지 않았던 시기였던 터라, 술이 썩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고, 흉년이라도 들기 시작하면, 쌀로 만드는 니혼슈의 양조는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했으며, 쌀을 찌거나 가열하는 작업에 있어서 화재가 종종 발생되기도 하였고, 저렴한 술의 유통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하기도 했다.
겟케이칸(月桂冠)의 창업초기인 1657년에 후시미(伏見)지역에 양조장이 약 83개 정도 있었으나, 100여 년 뒤인 1785년에는 28개로 줄어드는 등 양조업계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겟케이칸(月桂冠)의 말은 승리와 심볼이란 뜻으로 스포츠 경기의 승자에게 수여되는 월계수(月桂樹)로 만든 관(冠)이다. 즉, 지금의 메달과 같은 의미다.
겟케이칸(月桂冠)의 중흥의 주역이라 불리는 11대 당주(当主)인 오쿠라 츠네키치(大倉恒吉)가 업계 1위의 자부심과 영예를 담아서 영어의 Laurel Wreath를 일본어로 그대로 바꿔서 1905년에 상표등록했다.
오쿠라 츠네키치는 자기 대(代)에서 무려 사업규모를 100배 늘리면서, 겟케이칸(月桂冠)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겟케이칸(月桂冠)은 일본에서는 솔직히 추천하는 메뉴는 아니나, 워낙 유통량이 많고, 해외에서도 사케코너에 가면 반드시 있는 술이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니혼슈로서 소개하는 의미가 크다.
한국의 프리미엄 사케바가 아닌 일반적인 이자카야에 가면 간바레 오또상(がんばれ父ちゃん)과 함께 항상 메뉴에 들어가 있기에 무시할 수 없는 니혼슈다.
뒤집어 말하면, 겨우 불이 붙는 사케붐에 이런 류의 술들이 오히려 분위기를 다운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는 니혼슈이기도 하다. 물론 고급 버전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원컵 또는 종이팩으로 나오는 것이 주류이고, 심지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사케를 한국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일본 국세청의 니혼슈(日本酒) 정의
참고로 니혼슈(日本酒)라는 표현은 영어로는 Japanese Sake라고 표현하나, 일본에서 자란 쌀과 일본의 양조장에서 주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해외에서 만들어진 사케는 '니혼'슈와 'Japanese Sake'라는 표현은 쓰지를 못하고, 단순히 Sake라는 표현만 허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일본 국세청의 자료에 의한 정확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청주(清酒, Sake)란 해외산(海外産)도 포함해서 쌀, 쌀누룩 및 물을 주원료로 해서 발효시킨 것을 넓게 말한다.
청주 중에서 니혼슈(日本酒, Japanese Sake)란 원료가 되는 쌀은 일본산을 써야 하고, 일본 국내에서 양조된 것 만을 말하며, 이러한 니혼슈(日本酒, Japanese Sake) 호칭은 지리적 표시(GI)에 의해서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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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산 쌀을 쓰거나, 해외에서 양조한 청주(清酒, Sake)는 니혼슈(日本酒)라고는 표기할 수 없다.
2016년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니혼슈 생산량 및 판매에 있어서 전국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