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써지컬 돌고래 목걸이&발찌 세트
은빛 나는 써지컬 체인에 매달려 쿨쿨 잠을 자던 새파란 돌고래가 깨어나 조바심을 내며 파닥거리고 있노라면, 마침내 그녀는 우리를 조그마한 투명 지퍼백에서 탈출시켜 준다. 드디어 여름이 온 것이다.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그녀는 목과 오른쪽 발목에 우리를 걸고 다닌다. 점점 새로운 식구들이 생겨나 요즘은 그녀의 목과 발을 독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아무리 비싸도 다른 액세서리 따위가 우리 자리를 넘볼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그녀에게 특별하고 사랑받는 장신구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어 아무것도 없던 시기에 어떤 인터넷 쇼핑몰에서 우리를 샀다. 칩거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이따금씩 밤에 친구와 차를 마시러 나갔는데, 그때 그녀의 친구가 누군가에게 줄 선물로 샀다가 예뻐서 자기도 샀다며 목과 발을 내밀며 자랑을 했다. 새파랗게 반짝거리는 돌고래에 마음을 빼앗긴 그녀는 기분 전환으로 괜찮지 않냐는 친구의 은근한 부추김에 5만 원 남짓의 비용을 내고 우리를 주문하고 말았다.
그녀가 조금씩 밖으로 나다니기 시작했던 것은, 그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생활비 걱정은 잠시 접어둔 채 오랜만에 생존과 관계없는 예쁘기만 한 것을 산 그녀는 우리의 반짝이는 돌고래들을 보고 무척이나 설레었던 모양이다. 파랗고 하얗게 빛나는 우리가 별 볼일 없는 구닥다리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을 더욱 드라마틱하고 패셔너블하게 만들어줬을 테니 당연하다. 우리는 그렇게 그녀의 별 볼 일 없는 여름날에 작은 별이 되어 그녀를 비춰주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그녀의 액세서 상자는 목걸이, 팔찌, 반지, 귀걸이, 발찌가 꽉꽉 차서 뚜껑이 닫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길거리를 지날 때, 옷가게에서 옷을 살 때, 문득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처럼 기분이 내킬 때마다 그녀는 지갑을 열어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사 재낀다. 어느 날에는 더 이상 착용하지 않는 것들을 우르르 쓸어서 내버리는 걸 지켜보았다.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버려질까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들라칠 즈음 그녀는 우리를 꺼내 소중히 목과 발목에 건다. 가끔씩 치약으로 살살 닦고 지퍼백을 새것으로 바꿔준다. 몇 번 차다가 지겨워지면 내다 버리는 다른 녀석들은 누리지 못하는 호사였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사랑스러움이 어린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초라하고 외롭기 그지없었던 그때의 나날들을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돌고래에 박힌 파란 돌은 어느새 그녀의 눈물과 웃음이 스며들었다. 내 주인아, 우리를 보며 흐뭇해하던 지난날을 잊지 말기를. 앞으로도 그렇게 보잘것없는 일상 속에 작은 별들을 만들며 한 발 한 발 나아갈 날들에 설렘을 잃지 않기를. 조그마한 사치에 힘이 나 결국 밝은 햇볕으로 뛰어나왔을 때 당신은 아름다웠다. 계속 당신을 빛나게 해주고 싶다. 유행 지난 원피스, 색 바랜 티셔츠, 끝이 닳은 청바지를 걸쳐도 여전히 패셔너블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우리가 나이 들어 빛을 잃어도, 계속 그날의 희망을 떠올리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