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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숙 Jan 23. 2019

인도네시아 근,현대 회화사 2

신질서 시대 (Masa disipilin Baru) 이후 현대 미술의 태동


공산당 쿠데타가 막을 내리며 이른바 신질서 시대로 불리우는 1970년대부터는 다양한 화풍과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화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우리가 친숙하게 들어 온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화가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활약했던 인물들로, 인도네시아의 고흐라고 불리우는 아판디(Affandi)와 대통령 궁의 전속 화가로 활약했던 바수키 압둘라(Basoeki Abdullah), 헨드라 구나완 등이 대표적 화가들이다. 그 밖에도 에리아(Eria Supria), 해리 도노(Heri Dono) 등이 점차 도시화 되어가는 피폐한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 참여적 그림들을 지속적으로 그렸고, 우리에게 친숙한 닭과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포포(Popo Iskandara) 같은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인도네시아 미술 세계를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또한 발리(Bali)에서는 우붓 왕조의 지원을 받으며 유럽의 화가들이 대거 발리에 정착하면서 독특한 발리 화풍을 일구어 내었다. 대표적 화가로는 스페인 출신의 블랑코(Blanco), 네덜란드 출신의 아리스밋(Arismit) 등이 있으며, 이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거의 완전한 발리인으로 현지에 정착하고 발리에서 평생을 살며 그들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갔다. 유럽에서 들어와 발리에 정착한 서양 화가들이 들여 온 서구식 화법에 발리만의 종교적, 향토적 특성이 그림의 소재로 어우러지면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발리 회화를 완성해 나간 것이다.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이 시작되는 이 시점의 1세대 화가들은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강력한 주목을 받고 있는 아판디, 헨드라 구나완, 수조조노, 바수키 압둘라 등이며, 뒤를 잇는 스리하디 수다르소노, 수나리오 등이 2세대 군에 속한다. 최근으로 이어지는 3세대 작가들은 매우 실험적이며 현대적인 작업과 다양하고 과감한 양식으로 인도네시아 미술의 스펙트럼을 화장해 가고있는 크리스틴 아이추, 뇨만 아스리아디, 에리카, 좀페트 쿠스위다난토 등을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미술 시장의 형성


1998년 5월, 32년 간의 수하르토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항쟁이 서서히 막을 내리던 자카르타(Jakarta)와 반둥(Bandung), 족자(Jogyakarta)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역동기에 예술이 지녀야 할 자세와 작가들의 입장에 대하여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이 세 도시에는 각각 반둥 공대와 자카르타 예술대학, 족자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을 이끌어 갈 수많은 화가들과 예비 예술가들이 양성되고 있었다. 이미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던 젊은 화가들은 각종 정치적 집회와 활동에 그림을 전시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작품은 미학적 한계를 드러내거나 자칫 정치 슬로건으로만 치부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후 거대하게 밀려오는 상업적 미술 시장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 미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였다. 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질적인 발전보다는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발전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홍콩의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 인도네시아 거장들의 작품이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인도네시아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뇨만 마스리아디(Nyoman Masriadi) 같은 슈퍼 스타급 화가들이 세계 미술 시장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8년, 최초 추정 경매가 5000달러에 불과했던 이 젊은 인도네시아 화가는 경매 시장에 등장한지 불과 5년이 채 안되어 백만 달러를 넘어서는 그림 값을 기록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때를 맞추어 인도네시아 국내 미술 시장 역시 탄력을 받으며 전시장과 갤러리가 폭증하기 시작하였고,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아트페어와 족자의 아트족(ArtJog)같은 전시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으며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미술이 아시아에서 예상 외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어찌 보면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차이나인도네시안 미술 컬렉터들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컬렉터들이 이미 예술적 명성이 입증되었거나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예술품을 사 모으는데 집중한 반면, 이들 미술 컬렉터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 화가들이 그린 작품들을 더 열심히 구매하면서 어찌 보면 인도네시아 국내 미술계를 위해 참으로 바람직한 컬렉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시장에서 인도네시아 미술품 수요가 증가하자 당연히 해외 경매에서도 작품들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이는 인도네시아 화가들이 국제적인 미술 시장에서 당당히 이름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개인 컬렉터들은 단지 그림을 수집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집한 그림으로 직접 갤러리를 열면서 국내 미술 시장도 자연스럽게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처럼 전문화된 지식과 정보를 갖춘 갤러리와 큐레이터보다는 개인 컬렉터들에 의지하여 발전해 온 인도네시아 미술 시장은 최근 들어 기획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많은 젊은 화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해외 갤러리의 소속 화가로 활동하거나 그를 통해 작품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 갤러리들이 아직은 젊은 화가들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거나 양성할 수 있는 자력을 키우지는 못한 이유라고 보여진다. 물론 최근 들어 1세대 개인 컬렉터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해외 유학을 다녀온 전문 큐레이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미술 시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은 다행한 현상이다.


현재는 라라사티 옥션(Larasati Auctioneer), 싯다르타 옥션(Sidharta Auctioneer), 보로부두르파인아트 옥션(Borobudur Fine Art Auction) 등의 대표적 현지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싱가포르, 홍콩, 네덜란드 등에 지사를 열고 인도네시아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두고 인도네시아 컬렉터들을 세계 미술 시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근,현대 회화는 아직 짧은 역사에 비해 나름대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해 왔다. 적지 않은 역사적 굴곡을 겪으면서 예술적 가치를 더욱 단단하게 다져왔고, 근래에는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당당히 입지를 세우고 있다. 물론 속을 들여다 보면 미술 시장 역시 차이나인도네시안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만의 가치, 인도네시아만의 예술성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획득해 나가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회화의 거침없는 전진에 감탄과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자료 참조: 자카르타 국립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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