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플레이어를 넘어서 플랫폼으로

by 젬툰


올해 1월. 해든이가 세상에 나온 후 조리원에서 읽기 시작한 책. 내 마음을 살찌운 BMI 지수 25/100


방송국 입사 후 시상식을 준비하면서, 막내들에게 주어진 미션이 있었다. 그 해, 그 전해, 전전해의 미국 음악 시상식 공연 무대 레퍼런스 영상을 모아 선배에게 전달하는 것. 그러면 선배들은 그 영상을 보고 좋게 말하면 영감을 받아서, 곧이 곧대로는 우라까이를 해서 우리 시상식 공연 무대를 연출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그럼 도대체 저 미국 놈들은 뭘 보고 베끼는 거지?”


비단 시상식 무대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은 산업 전반에서 그렇다. 우리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걸 토대로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하다. 아이폰을 바탕으로 잡다한 기능을 더 넣고 접었다 펼 수 있게 만든 갤럭시,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된 자동차를 들여와 조립만 해서 팔다가 이제는 글로벌 기업이 된 현대차. 제조업만 그런가. 문화도 그렇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가수의 성공 척도는 미국 빌보드 순위 몇 위까지 올라갔느냐로 따지고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도 마찬가지. 그들이 창조한 플랫폼에서 뛰어놀며 1등을 했니 2등을 했니 순위 잔치만 벌이고 있다.


이 책은 이제 이런 남의 판에서 노는 수준을 벗어나 우리 스스로 판을 만드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이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너무 반복해서 지겨운 게 이 책의 큰 흠이지만. 국가의 수준에서만 그럴까. 내 인생도 마찬가지. 더 많은 돈을 주는 회사로 이직 이직 이직 하면서 남이 설정한 룰 안에서 허우적댈 게 아니라, 세상에 없던 내 인생의 나만의 룰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라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오래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