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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Aug 22. 2022

그냥 걷는다.

혼자만의 시간

코로나 시국 이전에도 그래 왔고, 이후도 마찬가지로 점심 식사 후 혼자 하는 산책을 무척 즐기는 편이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두 명 이상 모이면 대개 누군가에 대해서 험담을 하게 되고, 누군가의 비밀을 전하고 듣게 되는데, 그게 참 싫었다. 그리고 또 하나, 하루의 8시간 이상을 매여있으면서 전화, 이메일, 회의 등등 쉼 없이 돌아가는 굴레에서 점심시간 한 시간 만이라도 입을 열지 않고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간절했다.


산책할 곳을 물색하자면, 우리 사무실의 위치는 대단히 탁월하다. 이른바, 광화문 사거리 근처가 아니던가. 광화문 사거리 기준으로 (임의 설정한) 반경 N 킬로미터 안 쪽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서 걷든 도심에서 도심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걷고 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눈이 펑펑 내린 경복궁 전경, 가을색을 곱게 입은 덕수궁 돌담길, 싱그러운 초여름 햇빛에 반짝이는 가로수,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따사로운 풍경까지, 마음에 담는다.


혼자 걷는 데는 또 하나의 무시 못할 장점이 있다.


적당한 여유로움을 즐기며, 마음을 어지럽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걸으면서 시시각각 시각을 통해서 들어오는 풍경에 정신이 팔려 심각한 고민까지 하기는 어렵지만, 어제 친정 엄마와 전화 통화하면서 툴툴대던 것을 반성하고, 요 며칠 전 남편과 별거 아닌 일로 투닥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던가, 비타민 먹는 것을 깜빡깜빡하는데 최소한 지금 복용하고 있는 비타민제는 꾸준히 한번 먹어보자든지 하는 이 정도의 생각.   


그러나 함정은 여기에 있다. 점심 산책에는 시간제한이 있다는 사실.


12시가 되면 신고 있던 반짝반짝 유리 구두에 걸린 마법이 사라지는 신데렐라처럼, 사무실로 돌아가야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피고용인으로써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나의   발바닥은 불이 난다.


  시간의 소중한 솔로 타임을 마치고 전화, 이메일, 회의 등이 난무하는 사무실로 돌아와 타닥타닥 다시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그리고, 내일 점심 산책을 기대하며, 비는  오겠지 설마, 어디로 걸어볼까...라고 되뇌며, 오늘 산책 길에서 찍은 풍경 사진  장을 가만히 꺼내보며 이걸로 됐다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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