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한여름 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아침 일찍 집 앞 평상에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아침 햇살을 쬐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무한한 평온함이 느껴져 소장용으로 한 컷 찍었는데, 아뿔싸, 할아버지가 눈치를 채시고 이 쪽을 바라보신다. 죄송해서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잠깐, 머쓱해진 나는 얼른 그 자리를 피해 산책하던 길로 발걸음을 황급히 옮겼다.
한 번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눈을 감고) 주변과 거리 두기를 하며 마음의 평안을 도모했던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본다.
매일 반복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서 뭐가 그리 급한지, 분주함이 몸에 베인 습관.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을 시작하기 전에 단 5분이라도, 고요한 밤의 기운을 빌려 자기 전에 단 5분이라도,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는데 ‘명상’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익히 알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작년 여름, 나는 극심한 소화불량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병원의 진단을 받아 들자마자, 몇 년에 한 번씩 스트레스가 쌓였다 하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불쾌한 손님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고민 끝에 내가 찾은 방법은 바로 ‘명상’과 ‘산책’이었다.
자기 전 최대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명상 음악을 배경 삼아 생각을 비워내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근처 공원을 걷기 시작한 지 한 달 즈음, 거짓말처럼 소화불량과 불면증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안온하고 무해한 하루. 도시인x직장인에게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특권 중의 특권으로 보이지만, 하루의 마무리와 다음 날의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선물같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어느 여름날 아침나절, 골목길 평상에 앉아계신 할아버지로부터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