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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Aug 17. 2022

집 앞이 힙해졌다.

집 앞이 훤해졌다.

우리 동네 한 구석에 인적이 드물고 해가 지면 꽤나 어두컴컴해지는 골목이 있는데, 우범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예전부터 방범등과 방범 알람이 설치되어 있던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의 끝자락, 그 길가의 아주 오래된 중국집이 작별 인사를 고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뚝딱뚝딱 건물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창을 무척 크게 내는 것 같고, 인테리어 소품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엔가는 붉은기가 돌던 중국집 건물 벽이 순식간에 세련된 밤색으로 변신했다. 동네에 생기는 이런 크고 작은 변화가 반가운 우리 부부는 아직 문도 열지 않았고, 간판도 달지 않은 그 가게 유리창 너머에 뭐가 있는지 두 손을 모아 선팅이 되어 있는 창문에 눈을 들이대며 요모조모 꼼꼼히 살폈다.


빈티지 가구와 의자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가구 전시점이라고 우기던 나와, 아무래도 큰 창을 낸 것을 봤을 때 이건 영락없이 카페야 하던 남편.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드디어 간판이 달렸다.

"Dept en"


도무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뎁뜽"이라고 하였고, 남편은 "뎁틍"이라고 하였다. 나름대로의 해석이지만, "Dept"가 "Department"의 약자인 것쯤이야 눈치를 챘던 터였다. 그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가게의 이름은 우리끼리 (나의 주장대로) "뎁뜽"이 되었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뎁뜽"의 인테리어 공사 진척상황 점검은 우리 부부의 필수 코스였다.


그리고 또 몇 주가 흘러 흘러, 궁금함을 도무지 참지 못했던 나는 포털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뎁뜽"은 얼토당토않은 발음이었고, 이곳은 "디파트먼트 이엔"이라고 불리는 쇼룸 카페였다.


그즈음 카페는 카페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고, 커피도 괜찮지만, 시그니쳐 메뉴인 감자 수프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정보도 입수했던 터였다. 골목길을 드나들 때마다 보는 곳, 그저 호기심에 카페의 SNS도 팔로우하면서 이것저것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이곳은, 빈티지 가구를 전시하는 쇼룸이자, 낮에는 카페 이지만 저녁이면 디제잉이 함께하는 와인바로 변신하는 곳, 때때로 로컬 아트 작가들의 협업하여 기획 전시를 여는 곳, 지하 벙커에는 빨간 조명과 흔들흔들 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하나의 카페였지만 다양하고 화려한 얼굴을 가진 그런 곳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두컴컴했던 우리 동네 골목길 분위기를 환하게 바꿔준 곳.


처음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부터 그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던 남편과 나였지만, 내막을 알고 보니, 우리는 감히 어울릴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곳이라는 것이 감지가 되어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하지만, 우리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이곳이 오래오래 잘 운영되길 바라며, 무한한 감사의 마음과 응원의 찬가를 보낸다.     

뎁뜽 노노, 디파트먼트 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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