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nature
오랜만에 남편과의 저녁 데이트를 위해 시내로 나서는 길. 매일 출근할 때 입는 것보다는 캐주얼하지만, 단정함을 헤치지 않는 스타일이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걸쳐보지만, 그게 그거인 것 같은 기분. ‘아, 죄다 무채색 계열의 옷뿐이구나!’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오피스 사무직 직원의 전형으로 튀지 않는 색깔과 모양이 화려하지 않은 스타일의 착장만 고집했던 것 같다. 취향 따위 잊은 지 오래. 출퇴근길, 꽤나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을 보면서 ’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늘 아침에도 정신없이 출근 준비하면서 정작 손에 들린 건 무채색 아니면 기껏해야 스트라이프 정도?
그래도 멋 좀 부리는 싱글일 때 기분에 따라 향수는 뿌렸다. 칙칙-
그러나, 남편을 만나고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그는 인공적인 향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 뒤로 집안의 온갖 인공적인 향을 내는 모든 물품은 무조건 창고행이었다. 신혼 초 방향제, 디퓨져, 인센스스틱, 향초가 집들이 선물로 많이 들어왔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들고 오셨는데, 베풀어주신 마음은 너무 감사했지만 속으로는, ‘아, 어떡하지!’라는 생각뿐. 그냥 창고에 쌓아둘 수는 없어서 그중에 하나를 개봉해서 거실 한편에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향이 강하다며 괴로워하는 남편을 모른 채 할 수 없어서 황급히 처분했다.
우리 집 옷장을 포함한 집안 곳곳은 무채색 일변도이자 일명, 무향의 공간이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예전에 애용했던 명품 향수(그나마도 몇 개 없었지만) 뚜껑을 열었을 때 나는 향이 조금 거북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모처럼 만의 여유 가득한 어느 주말 겨울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환기할 겸 거실 창문을 조금 열었을 때 준비 없이 코로 훅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냄새가 훨씬 상쾌했다.
최근에 사적인 모임에서 단체로 선물을 준비하였는데, 이른바, 편백나무 향기가 난다는 편백수 스프레이세트였다. 당사자가 받고 싶어 하던 것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건네주었지만 한편 드는 생각은… 자연의 향을 이 작은 용기에 담을 수 있을까? 자연유래 성분이 담겨 있다고 아무리 강조한들 그마저도 인공적인 산물이 아닐지 싶어서.
뭐든 풍요롭고 어떤 것이든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작금의 시대.
인공 그런 것과 계속 멀어지는 중이고, 자연적인 것이 제일 멋지고, 잘 어울리고, 건강에 덜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내내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