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좀 운영해 본 사람

주변에 한 명 있어요.

by jen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밥 먹고 커피 한 잔 사서 사무실 복귀하는 길, 마침 화창한 날씨에 당장이라도 어딜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발가락이 간질간질하다. "아---! 퇴근하고 싶다. 나도 작은 카페나 해볼까?"라는 동료의 푸념 섞인 넋두리에, "카페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아서라~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하는데, 그냥 회사 다니는 게 낫다."라고 확신에 차서 얘기할 수 있는 이유.


‘카페 좀 운영해 본 사람‘이 주변에 한 명 있어서다. 바로 우리 남편.


5년 전쯤의 일이다. 일찌감치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놓고 프랜차이즈 카페 근무 경험도 쌓아둔 남편은 업무 전환기, 그러니까 퇴사 후 자기 사업을 한번 해 보겠노라고 선언한 즈음, 호기롭게 경기도 외곽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과 달리, 다소 외진 지역은 이른바 '동네카페'가 흔하지 않았기에 해 볼만하다고 ‘섣불리’ 생각했다. 긍정의 장인답게 나는 그의 카페가 잘 될 줄만 알았다. 얼마 안 가 2호점, 3호점 내고, 당당히 커피사업가로 일어서는 것 아니냐며, 때 이른 축포를 마구마구 터뜨렸다.


어느 건물 1층의 20평 남짓한 공간은 이전에 잡화상점이라고 했다. 곳곳에 손 볼 곳이 많았지만, 예산이 부족했던 터라 무턱대고 비용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바닥, 페인트, 전기 공사, 간판 등 외주를 주어야 하는 것 빼고는 순전히 그의 '두 손으로' 조립한 조립식 가구로 공간을 채웠다. 지금 생각해도,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다.


하나하나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한 달여간의 준비 작업 끝에 문을 열었다. 첫 한 달은 소위 '오픈 빨'로 꽤나 북적였다. 가족, 가족의 친구, 친구, 친구의 지인, 친구의 가족 등등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주말이면 나도 그와 같이 출근해서 카페 일을 도왔다. 규모가 크거나 인테리어가 화려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의 깔끔한 성격을 반영하듯 카페 분위기는 단정했다.


'그래, 첫 달이니까 이렇지, 다음 달부터는 이보다는 적게 오시겠지.'라고 마음먹고 맞은 두 번째 달, 의외로 동네 분들이 알음알음 찾아주셨다. '카페로 돈 벌기가 이렇게 쉽다고?'라고 생각하며 맞이한 세 번째 달, 아니나 다를까 매출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골을 만들어야 해!"라며 그는 홍보기획을 세웠다. 카페 명함 겸 도장 쿠폰에 도장 하나를 미리 찍어서 쿠키와 함께 건너편 전원마을 가가호호 돌며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인사드렸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명함 꽂혀있는 것을 보고 들렸다면서 찾아주신 분들이 계셨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퇴근하고 귀가한 그의 어깨가 축 처져있었고, 집을 나서는 뒷모습 또한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


유동 인구가 적은 골목길에 위치한 곳이다 보니 단골 장사로 그럭저럭 운영은 하지만 비가 많이 내리던 장마철 한 잔도 못 파는 기념비적인(?) 날도 있었고, 오너 바리스타 한 명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제 때에 점심을 챙겨 먹는 것은 사치였다. 그 작은 공간에, 그것도 커피 내리는 공간을 마주 보는 Bar 좌석에서 두어 시간 동안 노트북 두 대를 펼쳐놓고 개인 작업을 하시는 손님을 맞이한 날, 그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했다. 물론, 애초에 그렇게 자리 배치를 했던 잘못도 있다. (그 손님 이후, Bar 좌석을 없앴다.)


처음 시작할 당시의 호기로운 패기는 온데간데없었고, 카페 문을 연지 1년쯤 되었을 때 월세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적을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 것 같다고 판단을 내렸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도전했으니 실패했지!라고 비난하거나, 조금 더 버텨 볼 일이지 너무 성급하게 문을 닫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결정을 우리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잘 알고 좋아하는 것과 그걸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별개라는 점을, 장사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수고로움과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지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의 매일 점심 근처 공장에서 일하시는 젊은 분들이 이 근방 캐러멜라테 맛집이라며 떼 지어 찾아주신 것, 건너편 편의점 사장님께서 점심 굶지 말라고 가끔 챙겨주셨던 유통기한 임박 도시락, 정오의 수다 타임을 꼭 우리 카페에서 가지셨던 인테리어집 사모님과 친구분, 주말 배드민턴 모임에서 점심 후 후식은 여기서 해야 한다며 친구 분들을 끌고 오셨던 옆 가게 사장님의 배려, 가게 앞에 철마다 활짝 피는 꽃을 두면 이목을 좀 더 끌지 않겠냐며 정원 가꾸는 마음으로 우리 카페 앞 공간을 온갖 예쁜 꽃으로 환하게 장식해 주셨던 건물 임대인 내외분들까지, 동네 분들과 나눈 따뜻한 정과 마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 다시 카페를 열겠냐고 물으신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남편을 통해서 전해 들은 카페를 찾아주신 동네 손님 분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날에는 나름의 행복과 낭만도 있었노라 슬쩍 얹어보는 것이다.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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