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찾아서
아버지는 외출하시면 항상 책을 사 오셨다.
이제 보니 어디를 들렀다 오신 건지 알겠다.
종로서적 책 포장지, 갈색 쇼핑백은 온 집안에서 자주 보던 것이었다.
(무거운) 책이 여러 권 담긴 쇼핑백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손가락이 아프지 않게 나무 손잡이에 쇼핑백을 두 겹 끼워서 들고 오신 날이면, 어머니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책장이 넘치도록 책이 많은데 또 책이라니?)
바로 그 종로서적이 2002년에 문을 닫았다는 건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
종로서적 앞에서 보자는 약속, 이제는 그 약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별것 아닌 책 포장지에, 나무 손잡이에 그립고 애틋한 마음을 실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