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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제남 Apr 30. 2024

엄마아빠 노후 책임질래? 엄마 계속 일할까?독한엄마6

아이들 민원에 대한 맞벌이 엄마의 정면돌파~!!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다.


"엄마도 비 올 때 우산 가지고 마중 오면 좋겠어. 나만 비 맞고 집에 왔잖아

 엄마 학교 그만 다니면 안 돼?"


나는 아이들 학교행사에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라 일정이 비슷해서 근무하는 학교의 일이 너무 바빠서 참석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자녀 돌봄 휴가 등의 정책이 생겨서 좀 더 맘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런 제도도 없던 시절이라 더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교사들은 휴가 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일을 미뤘다 초과근무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직장과 달리 수업은 그 시간에 반드시 누군가 나 대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총회 때도 몇 번 참석한 기억이 없고 비가 와도 당연히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갈 수 없었다. 다행히 집이 학교와 멀지 않아서 다른 친구와 같이 쓰고 오거나 아니면 뛰어오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이들이 종종 엄마가 학교를 안 다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때면 엄마도 일을 하고 싶다 등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나는 딸이 9살, 아들이 6살일 때 임용고시를 보고 2000년에 교사가 되었다.

그때는 육아휴직이 아이를 낳은 직후나 가능했던 시절이기도 해서 학교를 휴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교사들은 자조 섞인 우스개 소리로 쉬고 싶으면 아기를 낳거나 아파야 한다며 했었다.


어느 날 딸과 아들을 정식으로 앉혀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이런 문제로 동일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희망고문이고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매번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라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 엄마가 학교 일 근무 두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니?

아이들: 응. 그랬으면 좋겠어. 엄마가 학교에 많이 오고 집에 엄마도 있고.

나: 엄마가 학교를 그만둘 수는 있는데... 그럼 엄마가 돈을 못 벌잖아.

     너희들 가르치고 집도 사야 하고 먹고살려면 돈도 많이 필요한데.

아이들: 아빠가 벌어오면 되잖아.

나: 물론 아빠도 열심히 일해서 벌어오지만 혼자 일하시면 돈이 더 적지.

     엄마, 아빠 모두 농촌에서 자라서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도 돈이 많이 없으시고.

아이들: 그래도 아껴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나: 그러면 생각해보렴. 아빠 월급을 아껴 쓴다고 해도 저축을 잘 하긴 힘들 거 같아.

     그러면 나중에 엄마아빠 나이 먹으면 쓸 돈이 별로 없을 거고.

     그러면 그때는 너희들이  돈 벌어서 엄마아빠 늙었을 때 용돈도 주고 먹고살게

     해줘야 할 텐데.

아이들: (심각한 표정)

나: 그렇게 할래? 아니면 엄마 그냥 학교 다닐까?

아이들: (진지한 표정)... 아니야. 그냥 엄마 학교 다녀

나: 하하~


사실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터놓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대화이다.

이런 대답이 이렇게 바로?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평소 우리 세대는 더 이상 아이들한테 의존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반응도 의외였다.

어리다고만 생각되는 아이들이 이런 진지한 대화를 다 이해하고 대답을 했을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더불어 학교를 계속 다녀도 된다는 허락?! 을 받아서 마음이 가볍기도 했지만 일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이랄까? 하는 마음도 같이 들었다.

이 어린 나이에도 나이 든 부모를 책임지는 일은 힘들게 느껴지는 일인가 보다 싶어 놀랍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 대화가 있고 나서는 두 아이 모두 비슷한 투정을 부리는 일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5.5일 어린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어린이를 너무 미성숙하다고 생각하고 마냥 애취급을 하면서 동일한 인격으로 대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지 성찰할 문제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를 낮은 인격체가 아닌 '어린 어른'으로 대해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의 육아경험으로 그 말이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인격도 낮다고 생각하며 모든 걸 다해주고 다 들어주다 보면 나이가 들어서도 진짜로 '어린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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