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감자의 재탄생-감자이야기 2
가끔 삭힌 감자떡이 너무너무 먹고 싶고 싶어 진다.
그래서 재래시장도 가보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삭힌 감자떡, 생김새만 보아서는 이게 무엇인고?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특유의 쿰쿰한 냄새와 거무튀튀하면서도 투명한 감자송편.
어릴 적 엄마는 감자를 물에 오랫동안 푹 썩혀서 녹말가루를 만들어 두고
이것으로 종종 감자떡을 만들었다.
시장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직접 만들어 볼까 싶다가도
삭히는 과정에서 감자 썩는 심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도시에선 불가능하다.
삭힌다기보다는 사실대로 말하면 물속에서 '푹~푹~~ 썩히는' 게 더 맞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감자바우'라 불릴 만큼 감자농사를 많이 짓는다.
아마도 산지가 많아 벼농사를 지을 논이 많이 없고
감자가 척박한 산지에서도 잘 자라서 일거 같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감자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얼마 전 썼던 감자이야기 1편의 "감자나 먹을까 부다!!" 일화도
야단을 맞고 나면 속상한 기분을 풀기 위해 뭔가를 먹고 싶은데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밥 속에 감자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감자는 캘 때부터 일부 썩어있는 놈들도 있고,
보관하는 중에 층층이 쌓여있는 감자들이 통풍 탓인지 자주 썩곤 한다.
강원도에서는 이렇게 썩어가는 감자를 버리지 않고,
물이 든 엄청 큰 통에 이것들을 담가서 오히려 더 푹푹 썩혔다.
느낌에 한 달 넘게 썩혔던 거 같은데... 마당에 감자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언제까지 이 냄새를 맡아야 할지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었다.
감자가 물속에서 충분히 썩어서 녹말(엄마 표현 '녹마')이 분리되어 가라앉으면,
물을 계속 바꿔주면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궜다.
그리고 감자를 썩혀 만든 녹말가루를 말려 두고,
먹을거리가 없던 가난한 시절,
이 감자가루를 익반죽 해서 팥이나 동부콩으로 소를 넣어서 감자송편을 만들어주셨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너무도 맛났던 삭힌 감자떡!
거무튀튀하고 투명한 손가락자국이 있는 강원도 송편,
쫀득쫀득하면서 특유의 독특한 쿰쿰한 냄새가 나던 맛있는 감자떡.
그 맛난 추억의 감자떡이 오늘따라 먹고 싶고,
감자떡을 만들어주시던 돌아가신 엄마도 덩달아 같이 생각난다.
지금 먹어도 예전의 그 맛난 맛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2년여 전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셔서 그토록 허망하게 가신 엄마.
그리운 삭힌 감자떡. 그리고 그리움으로 남은 감자떡을 만들어주시던 엄마.
왜 그렇게 자신과 딸에게 힘들게 하셨는지... 애달파 새삼 가슴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