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의 책들

기록하지 않으면 그저 흘러가니까...

by 김젠비





조금 뒤늦게나마 올해 상반기의 이런저런 독서 기록들을 엮어보자. 물론 언제 뭘 읽었는지는 그때그때 노션에 기록하는 중.


굳이 집계라는 걸 하자면 상반기에 대략 30권쯤에 해당하지만, 숫자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숫자를 채우기 위한 독서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그보다는 뭐가 왜 어떤 테마로 기억되는지를 남겨두고 싶네.






가장 강렬한 독서의 경험 :
엘레나 페란테의 세계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이른바 나폴리 4부작)

#엘레나페란테 #나폴리4부작 #FerranteFever


분량이 상당한 4부작 초장편 소설이다. 등장인물도 많고, 그 관계성도 때로는 뜨겁지만 상당 부분은 지리멸렬하다. 결말도, 강렬하기는 한데 이거 호불호가 제법 있겠다 싶다. 그래서인지 '와, 인생책이다'라거나 '너~~~무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강력 추천하고 싶다'고 하기는 어려워. 그런데 잊을 수 없는 독서 경험이긴 했다.


어쩌면 겨울 오타루 여행 도중에 읽었기 때문에 여행의 기억과 겹쳐서 그럴 수도 있겠지. 아주 추운 타지에서의 겨울, 안온한 실내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읽었으니까. 그 포근한 몰입이 극대화되었을 수도.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 아주 오랜만에 '그 세계 속에 온전히 빠졌던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좋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환멸이 일기도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아마도 엘레나 페란테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 완독하고 나서는 '하!'하는 감탄사를 뱉게 되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희열과 허무함 사이 어드메. 그래서 주저 없이 가장 강렬했던 독서의 경험. 엘레나 페란테. 나폴리 4부작.




표지 디자인과 번역 제목은 그닥...
하지만 극복하고 읽을 가치가 있었다.
원제가 Outlive인데 질병 해방이 뭐냐;
그래도 눈여겨 보겠어요, 피터 아티아...

#질병해방 #피터아티아 #Outlive


올해 상반기의 책을 한 권만 뽑으라면 큰 고민 없이 이 책을 말하겠지. 피터 아티아, 질병 해방. 안다. 제목 구리다. 표지에 사용된 한글 폰트는 더 구려. 표지 디자인과 함께 보면 무슨 신비주의 종교 서적처럼 수상하기 그지 없다. 주변에서 믿을 만한 추천이 상당히 다방면에서 있었는데도 그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이유.


하지만 이 표지와 제목을 극복(?)하고 보면 책 자체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단순한 건강 희망론도 아니고, 그저 건강서적도 아니라, 정말로 신체와 마음의 건강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변화를 제시하는 책이다. 그것도 슬로건만 던지는 게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사례와 통계들과 함께.


이런(?) 책을 내가 이토록 재미있게 볼 줄이야. 신선한걸. 밑줄 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종이책보다 전자책으로 본 게 더 좋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나 이거 Outlive 원서로 종이책도 보유 중인데... 그건 하반기에 읽어봐야 할까나.)


벽돌책이라면 벽돌책이지만 보기보다는 쉽게 읽힌다. 이건, 정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그래서 저 수상쩍은 표지와 촌스러운 번역 제목이 못내 더 마음에 걸린다. 흑흑. 마음 편하게 추천할 수 있게 잘 좀 만들어조라...)




명불허전, 반전은 없었다.
기존 베스트셀러가 가장 좋았어.
피터 스완슨은 역시,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죽여마땅한사람들 #TheKindWorthKilling


피터 스완슨, 죽여 마땅한 사람들. 스릴러 소설 중에서는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연초에 머리 쓰기 싫고 오랜만에 전자책을 본격 읽는 거라서 길트프리하게 이런 이지 킬러 소설들을 연달아 읽었다. 내친 김에 피터 스완슨 시리즈 격파해보기.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해도 히든젬 같은 작품을 하나쯤은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살짝 있었지.


그런데 여러 작품을 읽었지만 여전히 명불허전, 죽마사가 가장 좋았고. 그 외의 후속작들은, 음, 구성이나 플롯, 캐릭터의 매력 면에서 다 그보다는 못했다. 사실 기억에서도 흐려졌어. 읽기는 분명 다 읽었는데 머리에 남은 게 없네. 이런 경험을 한번 거치고 나면 또 한차례 '검증된 작품' 또는 '명백히 내 취향존'으로 다시 회귀하게 된다니까...





다시 읽어도
다시금 좋은
재독의 매력

#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 #죽여마땅한사람들 #모두거짓말을한다 #바깥은여름 #잠실동사람들


처음 읽은 이후로 시간이 꽤 흘러, 다시 읽은 책들. 때로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기억 안 날지라도 '다시 읽고 싶어질 정도로 좋은 기억을 남긴' 책들은 실로 다시 읽었을 때에 그만큼의 반가움이 있다. 때로는 개정판이 나와서, 때로는 어떤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서, 때로는 처음 읽었을 때의 계절이나 감각을 되살리고 싶어서, 때로는 텍스트로 읽었던 책을 색다르게 오디오로 다시 접해보고 싶어서, 때로는 뭐... 그냥.




구입한 날에 바로
따끈따끈하게 읽은
이렌 네미롭스키

#레모출판사 #이렌네미롭스키 #몰락 #데이비드굴더


레모 출판사, 이렌 네미롭스키, 몰락.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책들 중에서 그 날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바로 개시한. 레모 출판사의 네미롭스키 선작은 어쩌다 보니 하나하나 다 모으게 됐네. 전작들을 모으게 된 셈이라 신작도 안 살 수가 없었달까. 네미롭스키의 통렬하고 신랄한 서술, 그리고 20세기 초 프랑스 배경에 그새 익숙해졌어.




생각보다 안 읽은,
한강


#한강 #흰


작년 말부터 계속된 한강 붐. 나도 내친 김에 책을 몇 권 샀지만 생각보다 많이 안 읽었다. 되려 예전에 반쯤 읽었던 흰을 다시 집어들어 완독했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은 왠지 본격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라는 핑계 때문에 아직 모셔두고 있는 중. 온 세상이 한강을 이야기할 때에 혼자 나중에 뒷북치게 되겠네.




그러고 보니 누락된,
시집들


작년부터 시집을 조금씩 읽고 사고 있는데, 대개 한 자리에서 다 읽기보다는 몇 편의 시를 뽑아서 읽다 보니까 이게 독서의 기록에 잘 포함이 안 되네. 아직도 이 독서 경험들은 어떻게 기록해두어야 할지 아리송하다. 하반기에는 좀 궁리를 해봅시다.





오디오북의 매력은, 성우
오디오북의 장벽은, 성우

#바깥은여름 #김애란 #김태리배우 #여덟단어 #박웅현 #강우상성우


예전만큼 많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오디오북을 간간히 즐겨 듣는 편. 그런데 초반에 듣다가 드랍한 작품들이 많다. 상당수의 경우에는 성우 때문에. 오디오북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장 큰 진입장벽이지.


그 와중에 성우의 매력에 힘입어 들었던 2개의 오디오북.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성우가 김태리 배우였다. 배우로서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정말 훌륭한 성우였다. 무엇보다도 아픔을 아픔이라고 부르짖지 않고 물기 빼고 꾹꾹 눌러담은 김애란 작가의 작품과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이 큐레이션을 제안한 사람한테는 상 줘야 한다.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는 들을까 말까 하다가, 성우 강우상 이름을 보고 클릭했다. 예전에 밀리에서였는지 윌라에서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다른 오디오북을 듣다가 '와, 이건 성우가 진짜 잘 살렸네, 누구지?'라면서 일부러 찾아봤던 이름이었거든. 오디오북은 차라리 이렇게 선호하는 성우를 인지하고 그 사람이 낭독하는 작품 리스트 따라가는 게 낫지 않을까.






[종이책]

흰 | 한강

봄비는, 내가 나무 심은 걸 알고 | 김치호

우리, 나이 드는 존재 | 김하나 외

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개정판) | 김하나 황선우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 | 젊은 의사 54인

시크 (Thick) | 트레시 맥밀런 코텀

작가의 시작 | 유도라 웰티

세계 최고의 CEO는 어떻게 일하는가 | 캐롤린 듀어, 스콧 겔러, 비크람 말호트라

몰락 (David Golder) | 이렌 네미롭스키


[전자책]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아낌없이 뺏는 사랑 | 피터 스완슨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 피터 스완슨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김지원

초가공 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 크리스 반 툴레켄

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 엘레나 페란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엘레나 페란테

콘클라베 | 로버트 해리스

질병 해방 (Outlive) | 피터 아티아

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 | 김은하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엥겔른

잠실동 사람들 | 정아은


[오디오북]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성우 김태리 배우)

사라진 여자들 | 메리 쿠비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 장류진

모두 거짓말을 한다 |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여덟 단어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박웅현 (성우 강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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