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런 책들을 읽었다는 거로군...
기록에 치이는 것 같아서 더 힘을 빼기로 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반기별/월별 독서 기록은
노션 기록 캡처와 간단 메모로 대체한다든가.
2025년 7월-12월
읽은 종이책과 전자책, 그리고 오디오북들.
오디오북은 킬링타임 콘텐츠가 많았다
운동할 때, 운전할 때, 집안일할 때 무료함을 줄여주는 친구이긴 한데 이게 과연 내 삶에 남기는 의미가 있을까. 재밌으면 그만,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중간중간 현타를 안겨주는 작품들이 있었지. (ㅈㅈㅅㅅ ㅇㄹ ㅌㅊㅂ)
오디오북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성우 따라 선택해야
청각을 중시하는 편이라서 구성이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성우에 따라서 초기 허들을 못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밀리에도 성우나 번역가를 팔로우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네. 가장 좋았던 건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과 김태리 배우의 합.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기획을 잘했다 싶었던 건 박정민 배우 겸 작가의 쓰고 직접 낭독한 ‘쓸만한 인간’이었고.
여행의 가장 좋은 친구 : 전자책, 밀리, 오닉스
전자책도 사실 아이패드로 읽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동할 때, 특히 여행 갈 때에는 한 손에 착 붙는 가벼운 전자책 기기가 최고지. 그래서인지 여행 갈 때마다 소설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다. 공항이나 식당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져도 두렵지 않아.
2025년 여행의 순간들과 함께 기억에 남은 책들은 :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오타루의 겨울, 호텔방), 애슐리 에스턴의 첫 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도쿄에서 기나긴 식당 대기시간),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런던행 비행기, 지하철) 등등.
종이책, 소장할 거면 취향대로 형광펜 빡빡 치며
책은 다 보고 나면 처분할 것을 염두에 두고 늘 얌전히 플래그만 붙이는 편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바뀌었다. 내 마음에 드는 문구, 그 순간의 기억을 내키는 대로 남기고 싶어졌어. 여전히 손글씨 메모는 잘 안 쓰는 편이지만 그건 내가 악필이어서 내 글씨를 마음에 안 들어해서 그런 거고; 종이책과 마음에 드는 형광펜, 이 조합이 나를 그렇게 행복하게 한다. 형광펜 취향도 확고한 편. 색이 쨍하면 안 되고 난색보다는 한색, 책의 표지 테마 컬러와도 어우러져야 하고... 네, 뭐, 아무튼 그러함.
역시 원문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
뭐 그래봤자 대단히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영어가 원문인 책들에 국한하지만. 에쿠우스는 국내에 출간된 희곡들을 버전별로 읽고 해설서까지 읽다가 오랜만에 펭귄의 영어 원전을 읽었다. 무대 위의 에쿠우스를 깊이 있게 감상하다가 다시 접하는 희곡 원문의 희열이란. 모종의 부작용은 : 국내의 그 어떤 번역본도 이제 눈에 안 차게 되었다는 점.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을 읽으니 아, 이 작가는 향후에 다른 책들 읽을 때에는 원문으로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쳤다. 문장의 섬세함이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네. 그리고 의외로 아직 안 읽은 작가가 클레어 키건이다. 몇 번이나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은 이유는 - 이건 원문으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군더더기가 1도 없는 문장으로 유명한데, 내가 이걸 굳이 번역본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만 하다가 아직 못 읽어봤네. (예전에 ‘맡겨진 소녀’를 읽어본 게 전부)
읽다가 중도 하차한 책들의 기억 또한 중요하다
다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중도 하차한 책들 또한 왜, 어떤 요소 때문이었는지, 기억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노션 카테고리에 Done/In Progress 외에 Dropped도 추가해 두었다.
내 취향의 집합체일 것 같은데 감각이 추상적이어서 몰입이 안 된 책도 있었고 (책과 산책), 너무나도 납작한 인물 설정과 전근대적 시각 때문에 도저히 더 못 보겠다 싶은 책도 있었고 (고래), 작가의 명망도 높고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 있지만 번역 문체가 너무 지난해서 포기한 책도 있었다 (여자아이 기억).
2026년에는 조금 더 딥다이브하고 싶다
그저 완독을 위한, 그러니까 해치우기 위한 독서 말고, 차분하고 진중하고 몰입되는 그런 독서 경험을 하고 싶다. 작품마다 더 꼭꼭 씹어서 잘 소화를 시키고, 한 작품을 다양한 형태나 버전으로 읽고 비교해 보는 희열도 누리면서. 그리고 아마 킬링타임 오디오북은 좀 줄이고 그 자리에 좋은 팟캐스트를 넣을 예정. 요즘 밀리의 서재에서 운영하는 리딩 케미스트리 정주행에 푹 빠져있지 뭐야.
그럼 아무쪼록 즐거운 활자생활 이어가 봅시다.
참고로 2025년 상반기의 책들은 여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