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2일의 좋음
오늘도 밥, 식사,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주중 근무일에 먹는 식사 메뉴에 딱히 목숨 거는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사실 먹거리보다도 ‘합법적인 자유시간‘이 요즘 너무 절실해서 그런 게지.
어제 등장한 최애 점심 메이트가 나였다면, 오늘 등장한 차애 점심 메이트는 동거인이다. 옆지기. 짝꿍. 절친. 구 남친. 세상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남편이라고 하더만. (사회적 및 법적 결합 10년 차인데도 남편이라는 단어는 의외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 편.)
“회사 건물 정전. 집으로 갑니다.”
“네?”
“나 여의도 들러서 점심 같이 먹어도 돼?”
“어!”
그도 나도 딱히 초상권을 귀히 여기지는 않지만 브런치에는 어쩐지 대문짝만 하게 얼굴을 올리기는 쑥스럽다. 그리하여 사진을 크롭하다 보니 나는 아예 화각 밖으로 튕겨 나갔고 동거인의 하관만 사용하게 되었네. 어차피 내 모든 온라인 콘텐츠에서 초상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하관이랑 손가락 좀 사용했다고 해서 불만이야 없으시겠지만.
여하튼, 하관으로나마 사진에 등장하신 그는 유자육회비빔밥과 함께. 화각 밖으로 튕긴 나는 매운갈비찜과 함께. 그러고 보니 우리 어제 저녁도 같이 먹고 오늘 점심도 같이 먹는다. 와아. 어제는 점심시간을 혼자 보내서 좋았는데, 오늘은 이렇게 함께 해서 또 좋다.
그러고 보면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허구한 날 하는 것이 밥 먹기 아닌가. 또는 밥 먹기의 약식 버전으로 종종 간주되곤 하는 커피(차) 마시기. 그런데도 막상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 같이 먹어서 편안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저 훈련된 사회성에 의거하여 하하 호호 남과 같이 먹고 마시고 하는 것뿐.
자꾸자꾸 혼자 있고 싶어지는 이 세상에서 (다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군요.) 같이 살고 + 같이 뭔가를 먹고 마시고 + 무엇보다도 같이 놀고 싶은 짝꿍 하나 정도는 있어서 다행이다. 그게 꼭 결혼의 형태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거나 결혼은 했고 지난 10년 간은 제법 괜찮았다. 이번 생은 이렇게 잘 지내봅시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지구오락실2 첫 화 본방 사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