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아홉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 나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하루살이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나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매년 세우던 새해 결심에도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은 빠져있었다. 그저 남들이 보면 갓생이라고 할 만한 목표들을 찾고, 세우고, 실행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생각이 없이 행하는 자의 무서움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바로 그러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그저 남들이 하는 목표를 세우고 생각 없이 이를 지워가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정작 나라는 사람을 정립하지 않은 채, 나의 겉을 치장하는 다양한 장신구만 잔뜩 걸어놓았다. 그 결과, 나는 나를 제대로 모른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물어봐도 제대로 소개하거나 대답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나는 우물쭈물하면서 “생각해 본적이 딱히 없어서...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라는 답만 내놓겠지.
서른아홉, 늦다면 늦은 나이겠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나를 찾아보려 한다. 글쓰기를 통해서. 나에 대한 다양한 글을 써내려가며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리하는 이 글이 나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고 더 욕심 내자면 울림이 있는 글이 되기를 바래본다.
글이라면 거의 논문 밖에 쓴 경험이 없는 나에게 이 글은 큰 도전이다. 재미있는 글도, 감동을 주는 글도 써본 적 없고 심지어 에세이는 잘 읽지도 않는 내가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무작정 해보려고 한다. 준비되지 않았어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게 가장 나다운 일이기에 이번에도 나는 그렇게 해 본다.
#일단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