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페에서 일하던 중에 동료 바리스타가 내게 물었다.
“제나, 너처럼 괜찮은 사람이 혼자라니 너무 놀라워. 물론 너는 혼자인 지금도 빛나지만. 너는 어떤 사람이랑 사랑하게 될지 궁금해. 넌 어떤 스타일 좋아해?”
그러게 말이다.
사랑 듬뿍 받는 행복한 연애도 못 해본 채 반백 살이 되어가니 지나간 청춘이 아쉽긴 했다.
요즘 아무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외롭거나 누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동료의 말을 듣고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될지 잠깐 상상해 보았다.
그때 카페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한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장난처럼 웃으면서 동료에게 속삭였다.
“저 남자분이 내 스타일이야.”
그런데 장난으로 던진 그 한마디가 나에게 마법을 걸었나 보다.
신기하게도 그날부터 그 손님이 카페에 자주 들렀고, 내가 그분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동료는 그 손님이 올 때마다 내가 주문을 받도록 떠밀었다.
주문을 받으면서 그 손님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래도 여러 번 주문을 받으면서 컵에 이름을 적는 핑계로 이름도 물어보고, 스몰 토크도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손님들과 특별히 다를 바가 없기에 어떤 진전을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카페 직원과 손님이 실제로 사귈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재미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일단, 직원이 손님에게 고백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만약 손님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불쾌하거나 당황할 수 있고, 자칫 카페에 대해 부정적인 소문이나 평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 직원은 손님을 좋아해도 찾아 나설 수 없지만, 손님이 직원을 좋아하면 언제든지 카페에 보러올 수 있다. 그러니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역시 둘 사이에 호감이 어느 정도 확실해지면 손님이 먼저 다가오는 상황일 것이다.
그 손님이 특별히 카페에 오래 머물거나 나에게 말을 많이 걸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분이 나를 좋아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분이 다녀가는 날에는 도파민이 샘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 작은 설렘은 따뜻한 햇살 한 줌처럼 나의 고단한 일상에 잠시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지금은 그 정도 기쁨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