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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페에서 단골손님이 한국어로 남긴 마지막 인사

by 제나 Jan 28. 2025

카페를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 중에서 처음부터 한 여자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늘 단정한 검은색 정장 코트를 입고, 차분하고 공손한 말투로 아이스 프렌치바닐라 라테를 주문했다. 그리고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혼자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즐겼다.


거의 모든 손님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지만, 유독 그 손님의 말투가 눈에 띄게 기품이 넘쳐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신기한 건, 다른 동료들도 그 손님이 최애라고 했다. 늘 혼자 와서 아이스 프렌치바닐라 라테를 주문하고 책을 읽고 가는 조용한 손님인데, 모두가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녀의 기품은 우아한 말투와 태도에서도 드러났지만,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우러나오는 특별한 매력이었다. 카페에 머무르는 동안 한결같은 미소 띤 얼굴에서 그녀에게 우리 카페가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이 충분히 느껴졌다.


자주 와서 늘 아이스 프렌치바닐라 라테만 마셨기 때문에, 그 손님의 이름도 기억하게 되었고, 간단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더 좋은 직장에 취업이 되어서 시애틀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녀에게 너무나 잘된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애틀로 떠나는 마지막 날에도, 그녀는 우리 카페에 들러서 아이스 프렌치바닐라 라테를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사장님하고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처음 본 그녀가 놀라면서 나에게 한국 분이었냐고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일 때문에 부산에서 몇 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했다.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열심히 한국어로 그동안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마지막으로 우리 카페에 남기는 말들을 해주었다. 그리고 시애틀에 가면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음에 놀러 올 때 한국어로 더 잘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분도 내가 아름답고 좋은 사람 같아서 좋아했다고 한국어로 다정하게 말해준 것이다. 그리고 우리 카페에 올 때마다 행복했다고 했다. 부끄러워하면서 서투른 한국어를 말할 때조차 배려와 기품이 넘치는 그녀였다. 


나도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같은 마음으로 나를 좋게 봐주고 있었고, 한국어까지 잘하다니! 좋은 사람과 만나자마자 이별을 맞이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커졌다. 살면서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참 귀하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스 프렌치바닐라 라테를 만들 때 그녀의 미소가 떠오른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지막으로 아름답게 한국어 인사까지 남기고 떠난 그녀의 멋진 새출발을 축복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다시 만날 때 한국어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그녀의 약속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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