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 Jan 13. 2022

돌 틈에 핀 민들레도 꽃이다

미국 땅에도 민들레는 피고지고


미국의 동네길에서도 진달래, 개나리, 무궁화, 민들레 등 한국에서 어린 시절에 많이 봤던 꽃들을 볼 수 있다.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서서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곤 한다.

나는 특히 돌 틈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 예사로이 지나치지 못한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짓밟힐 수도 있는 도로변의 콘크리트 틈새, 과연 뿌리가 제대로 내렸을까 걱정될 정도로 흙도 충분하지 않은 그 좁은 틈에 버티고 서있는 그 꽃들은 어딘가 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잘못 없이 어쩌다 척박한 돌 틈에 피어났다는 이유로 평생 보살핌은 커녕 꽃으로 인정하는 눈길 한번 받기 어렵게 살고 있는 그 꽃들의 위태로운 모습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며칠 전 길에서 이 민들레를 발견하고 나는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내 마음이 쓰였다. 열심히 작은 뿌리를 내리고 힘내어 새싹을 틔우고 고개를 내밀어보니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차들이 매섭게 얼굴을 치고 지나가는 자리에서 짧은 평생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떤 심경일까. 그런데 며칠  만에 다시 찾아가본 그 자리에서 민들레는 튼튼한 잎사귀들을 틔웠고, 많은 꽃봉우리를 맺었고, 그 중에는 어느새 홀씨가 되어 이미 훨훨 날아간 꽃송이도 있었다.

돌 틈에 피어난 꽃처럼, 내 잘못도 아닌데 태어나보니 아무 보살핌 없이 따듯한 햇살 한번 느껴보지 못하고 척박하게 살아야만 하는 내 인생에 대해 나는 누군가가 참 열정적으로 나를 저주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왜 꽃밭이나 온실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돌 틈에 피어나 늘 험난하고 짓밟히며 살아야 하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무슨 이유로 저주받은 걸까. 아주 가끔이지만 이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 마음이 너무 아프다.

돌 틈에 피어난 민들레도 분명 꽃이다. 다른 꽃보다 위험한 환경에서 피어났지만 민들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충만히 살아냈고, 더 좋은 환경에서 피어난 꽃들 못지않게 언제나 꽃다운 모습이었고,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이미 태어나버린 삶은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얼마든지 아름답고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고되기만 한 삶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가치 있다. 내가 그러기로 선택한다면.


작가의 이전글 영어 못하는 한국 아줌마의 미국 취업 도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