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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04. 2021

Episode1. 첫 번째 시도

나는 왜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나(내가 난임 휴직을 내기까지..)

 내가 난임 휴직을 내기로 결심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결혼한 지 2년 반이 넘었고, 아이를 기다리는 시점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냥 좀 쉬고 싶었다. 일을 한 지 10년째, 뭔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가는 느낌이었고, 이런 상태에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의 상태로 아기를 맞이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선 난임 휴직을 내는 것엔 별 어려움이 없는 편이긴 했지만, 작년 말 때쯤 난임 검사를 받고, 진단서를 받아두었음에도 직장에 '난임'을 밝히는 것이 참 마음으로 쉽지 않았다. 몇 주에 걸쳐 일과 중에도 꿈에서도 난임 사실을 밝히는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고 해 본 후에야 입을 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가 살피는 것은 누가 그러라한 것도 아닌데 당연히 내 몫이었다. 사실 지금은 내 난임에 그 정도로 관심 있었던 건 나뿐이었다는 걸, 그렇게 눈치 보거나 살필 필요도 없었다는 걸 안다. 아무튼 이로써 내 난임 휴직의 첫 장이 시작되었다.


 내가 맡았던 업무를 정신없이 인수인계하고, 맞이한 3월. 그때 나의 감정은 '해방감'이었다. 그냥 평일에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숨을 쉬고, 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기도 잠시 나는 본디 '성실한' 사람이라 내가 생각해두었던 'step1'을 휴직 3일째 되는 날 실행하게 된다. 바로 '인공수정의 길'로!


 난임 검사 결과상 별다른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소위 원인불명 난임) 자연주기 인공수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자연주기 인공수정이라 함은 배란유도제(클로미펜, 페마라 등)를 복용하지 않고,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내 몸 상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선별된 정자를 주입해주는 것이다.


 성공률이 거의 자연임신과 동일해서 의사 선생님께선 권유하지 않으셨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최대한 내 몸에 무리가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고, 병원도 최소한으로 가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아니, 사실 처음은 기대를 크게 한 것도 아니었다. 다들 처음에 성공하는 건 로또라 하니, 더욱이나 최대한 인공적인 것은 배제했으니, 기대를 하는 것조차 욕심이라 여겼다.


 그러고 나서 2주가 흘렀다. 그 2주 동안 혹시나 모를 가능성을 잊지 않고 지냈다.


 사실 시술을 받는 건 언제 받았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갔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더 무거웠다. 그러고 나서 피검사. 결과를 들었을 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군'이라고 생각했다. 맛있게 피자를 먹고, 차갑고도 단 커피를 마셨다. 이게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위로였다.


 남편에게도 그냥 덤덤하게 소식을 전했다. 피검사 결과 그냥 '0'이 아니라 '0.2**'니까 선생님께서 수정은 된 것 같다고 하셨다고, 가능성이 보인다고, 우리 4월에 여행이나 가자고.. 잘 되었다 싶었다. 직장에 다닐 땐 4월 제주도 여행은 꿈을 꿀 수도 없었는데, 그 꿈을 실현시킬 기회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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