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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04. 2021

Episode2. 그냥 지나감의 시간들

두 번째, 세 번째 '인공수정'의 연속

 첫 번째 실패 이후, 휴직의 여유를 즐겼다. 뭔가 임신하기 전에 자유로운 몸일 때 봄을 만끽하고 싶었다. 다음에 시술받을 땐 '아마 되겠지'라는 마음으로...사람이 '죽음'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삶을 더 열심히 살게 되듯이 나에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자유의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아직은 많이 걸을 수 있으니 트레킹을 가고, 먹는 것도 제약 없이 먹을 수 있으니 피맥을 즐기고, 날 것의 해산물들을 마음껏 먹었다. 야무지게 놀아놔야 아기를 가졌을 때 후회가 없지...그런 마음으로!


 인공수정은 처음 이후 두 번 더 시도했다. 생리 3일째 되는 날 병원에 가서 내진을 받고, 배란유도제를 처방받아먹었다. 배란유도제는 호르몬 약이라 그런지 몸에서 즉각 반응이 왔다.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타이레놀은 임신부도 먹어도 된다길래 어쩔 수 없을 때만 한두 알 먹고 버텼다. 2~3일 간격으로 병원에 가서 내진을 받고, 난포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했다. 내진 의자에 앉는 게 점점 익숙해졌고, 남자 선생님께 진료받는 것도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을 때 드는 생각이라곤 '난포들이 잘 자라 주었으면'하는 마음뿐.

 여러 개의 난포들을 키우고 나면, 난자들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주사를 맞는다. 이 주사는 집에서 시간에 맞춰서 배에 놓아야 하는데, 처음엔 주사를 나 혼자서 놓다가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린 이후론 주사는 남편에게 맡겼다. 인공수정은 주사를 적게 맞는 편인데도 이땐 그 얇은 주사침이 어찌나 무섭던지..


 2 주간의 기다림을 꾸역꾸역 잘 넘기고 또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결과는 바로 알려주지 않고, 피를 뽑고 집에 돌아오면 전화로 알려주는데 이때가 가장 떨렸다. 인공수정을 할 땐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가 언제 올지 몰라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실패는 그렇게 30초의 통화 끝에 알게 되었다. 첫 번째, 두 번째엔 울지 않았는데 세 번째엔 울었다.

 노력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크게 없었던 것 같지만, 조금만 더 노력했어야 했나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젠 뭔가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건가, 내가 마음속에 제쳐두고 있었던 '시험관'이라는 단계를 펼쳐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인공수정은 몸에 거의 무리가 되지 않지만, 시험관(체외수정)은 이야기가 달랐다. 몇 날 며칠을 고민했는데 결국은 확률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확률적으로 시험관을 하는 게 더 성공률이 높으니 그냥 한 번 해보자 생각했다. 더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라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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