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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09. 2021

Episode3. 일시 정지의 시간

가는 방법을 바꿔 보기로 하다

 휴직을 낼 땐 6개월을 냈다.

6개월 정도면 충분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직 아기가 오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건강하게 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거겠지..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직장에 휴직을 연장한다 말을 꺼낼 땐 다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경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진 기분이 들었다. 친한 친구들이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싱숭생숭한 건 있었지만, 그래도 늦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을 처음 낼 땐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감정도 있었는데, 이젠 휴직이 다 끝나기 전에 임신을 해야 할 텐데 조급함이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린 아직 젊잖아" 남편이 괜찮다 말해주었지만 나는 이렇게 시간이 가다가는 1년이 금방 지나가고 한 살 더 먹게 될 걸 걱정했다. 한동안 강박적으로 정보를 찾아보며 시험관이 이 상황을 다 해결해주길 바라면서 지냈다.


 그러다 이렇게 지내면 정말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갖는 것'에 집착하는 삶. 그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달라져야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땐 몸을 움직이라 했던가. '그래! 필라테스를 하자.' 운동은 몸에도 좋지만, 뭐라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에 최적의 활동인 것 같다. 적어도 운동을 하는 동안만은 쓸데없는 걱정, 계획을 털어버릴 수 있으니까.


 일을 쉬고 난임 병원에 왔다 갔다 하면서 살이 쪘다. 살과 함께 우울함도 날려버릴 수단으로 거금을 들여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겼다. 새로운 운동복을 구입하고 필라테스 양말을 구입해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자유로웠다. 병원 가는 스케줄이 있고 없고에 따라 좌우되던 나의 일과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려갈 수 있었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저녁엔 필라테스를 하고, 낮엔 육아휴직 중인 친구들을 만나거나,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갑갑할 땐 혼자서 바닷가에 가서 걸어 다니기도 했다.(사는 곳이 부산이라 어디에서든 차를 타고 1시간도 채 안되서 바다를 볼 수 있다.) 확 트인 모래사장과 끝없이 이어진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그만큼 넓어지는 것 같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멈춰있는 것 같기도,

나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이 일시 정지의 시간은 마치 새롭게 경기를 시작하기 전 몸을 푸는 운동선수의 시간처럼

나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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