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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12. 2021

Episode4. 나는 왜 엄마가 되려고 하는 걸까

난임 생활의 의미 찾기

 사실 나는 결혼하면서부터 아기를 낳고 싶고,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기를 낳는 게 두렵고,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내 삶을 포기해야 할까 봐 무서워한 쪽이었다.


 30살에 결혼하다 보니 어느 정도 주변에서 육아, 출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고,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 잠을 못 자서 힘들다거나 아이가 예쁘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어 슬프다는 내용이었기에 임신은 좀 늦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가 더 중요했고,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포기하기 싫었다. 결혼은 했지만 남편도 나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한동안 그렇게 지냈다.


 이런 나에게 '임신'을 떠올리게 한건 '친한 친구의 임신소식'이었다.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 둘이 같은 시기에 임신을 한 것이다. 한 친구는 31살에 처음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했는데 큰 혹이 있어서 임신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임신을 빨리 시도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 고민을 토로한 지 한 달만에 임신 소식을 전해왔고, 또 다른 친구는 몇 개월 전부터 임신을 위해 난임 병원을 다니며 노력한 끝에 임신을 한 것이었다. 정말 축하할 일이었다! 두 친구 다 결혼한 지도 3~4년 된 시기였기에 정말 잘 된 일이라 진심으로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론 나도 이제 임신을 해야 하나.... 조급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임신, 출산을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덜 힘들겠지... 이 정도로 놀았으면 됐지.' 나 자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엄마가 되는 것'을 좀 더 미루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포기해야 하는 것'에 집중했기에 '얻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에게 '엄마가 되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을 얻는 일'이라는 것이 선뜻 마음에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남편도 이해해줘서 결혼하고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둘이서 재밌게 보냈다. 어느 날 남편이 문득 '우리 둘이 사는 것도 행복하지만, 널 닮은 딸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딸이 나중에 커서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더라도 그것조차도 행복할 것 같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고 상상해봤다. 우리 둘이 있을 때보다 더 정신없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시기가 한동안 이어지겠지. 그러다 아이가 크고 우리에게 조잘조잘 말을 하고, 웃고, 뽀뽀할 때... 그 순간은 여태까지 내가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인 난다의 출산, 육아 에세이 제목 <거의 정반대의 행복>처럼 진짜 정반대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 난 어쩌면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 감정 '기쁨, 슬픔, 행복'들을 느끼며 더 온전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싶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두려울 순 있지만, 인생에 한 번쯤 조건 없는 사랑을 마음껏 줄 수 있는 정말 멋진 경험이 아닐까 마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나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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