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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Nov 19. 2024

미국 취업 합격한 곳에 바로 가지 않은 이유

해외 취업을 고려할 때 반드시 생각해봐야하는 것

해외 취업을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감사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 본 곳 중 한 곳에서 오퍼를 받았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작은 교육관련 회사의 마케팅 포지션이었다.


해외 취업이라는 것이 가능할지도 막막하던 상황에서, 미국에 떳떳히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나 설레고 기뻤다. 합격 메일을 받고 이후에 자세한 연봉, 비자, 근무 시간 등에 대한 안내를 주셨다.


이 기쁜 소식을 당시 뉴욕 출신 미국인 남자친구에게 알렸다. 이렇게 빨리 합격 소식을 받은 것이 뿌듯했다. 내가 받은 오퍼와 자세한 내용을 들은 친구는 기쁜 얼굴보다는 되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이 연봉으로 뉴욕에서 살 수 있겠어..?’


취업이 처음이던 나는 비교할만한 연봉 기준도 딱히 없었고, 미국 물가에도 물론 문외한이었다. 당시 제시받았던 연봉이 한화로 1년에 3-4000만원 수준이었던 것 같다.


알고보니 이는 당시 뉴욕 취저시급 $11-12불 정도에 맞춘 수준이었다. 대학생 시급 5-6000원을 받고 아르바이틀를 해본 게 기준이었다보니, 마냥 먹고 살기에 충분한 금액 같았다.


비자 또한 J-1 비자 오퍼를 받았다. 해당 비자는 1년짜리 인턴쉽 비자였고, 비자의 목적 자체가 인턴쉽/트레이닝이다보니,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연봉에 한계가 정해져있었다. 회사에서는 우선 이 비자로 오고 일이 잘 맞으면, 정규직 취업 비자인 H-1B로 변경하면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오는 대학생들이 보통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부분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미국에, 뉴욕에 취업을 해서 간다는 사실이 중요했지, 연봉이나 비자타입 등을 따지려고 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미국인 친구가 살짝 겁을 줬다. 뉴욕에서는 이 월급으로 힘들게 생활해야 할 수도 있고, 왜 취업이라면서 1년짜리 인턴쉽 비자를 주냐는 등..


당시 회사와 연봉 협상 및 정규 취업 비자인 H-1B 비자로 지원해줄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협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일이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교 3학년쯤부터 마케팅쪽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었다. 특히 나는 대학 생활 내내 당시 유행이던 네이버 블로그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SNS를 통한 홍보, 마케팅 등에 내가 재미를 느끼고, 나름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쪽은 전혀 흥미가 없었다. 일이 재미있을거라는 기대보다, 미국과 뉴욕에서 살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그러자 이 오퍼 자체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내가 이 조건으로 미국에 가서 정말 만족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을까.


해당 조건으로는 가지 못할 것 같다고 거절 메일을 보냈다. 이 오퍼를 거절하고 다시 아무 오퍼도 받지 못하면, 지금 내 선택을 너무나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내키지 않는 오퍼를 가지고 그 먼 나라를 혼자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직 시작이고,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다시 다른 곳들을 면접보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두번째로 취업 제안을 받은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교였다. 대학교를 마케팅하는 일이었다. 연봉 및 비자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치가 문제였다. California Compton 위치한 곳이었는데, 이번에도 그 친구가 위치를 보더니, 여긴 안되겠다고 했다. 그 친구의 친구들도 심지어 ‘네가 남자친구로써 여자친구를 그런데 보내면 안될것같아‘라고 했다. 알고보니, 여기는 흑인랩퍼들 노래에도 많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위험한 동네(?)였던 것이다. 미국에 살아본 적 없던 나는 당연히 이런 지식이 없었고, 미국이 동네마다 위험한 정도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이런 치안 문제가 걸리다보니, 두번째 제안은 조금 더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대학교를

마케팅하는 일 자체에 대한 확신도 크지 않았다.


그러다 나와 너무나 잘 맞을 것 같은 취업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푸드 업계에 소셜미디어 마케팅 포지션에, 회사 규모나 연혁도 믿을만하고, 위치도 미국 뉴욕. 한단계 한단계 모든 과정이 설레고 조심스러웠다.

(해외취업 지원과정과 준비, 면접에 대한 내용은 이전 글에 자세하게 적었으니, 참고 바란다.)


감사하게도, 이 포지션에 최종 합격하여, H-1B비자와 정규직에 맞는 연봉을 받고 미국 해외 취업의 길에 오를 수 있었다.


입사 첫 해 회사 연말 파티 모습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해외 취업은 한국에서 취업할 때와는 다른 부분들까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취업을 왜 하려고 하는지 본인에게 솔직히 물어봐야한다.


해외에 가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할 수 있는가? 우선 나가는게 중요한것인가? 해외 취업을 통해 내가 기대하는 것과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모습인가?


정답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처럼 원하는 기회가 주어질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고, 일단 기회를 잡고 현지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도 있다. 나도 주변에서 인턴쉽이나 심지어 어학연수, 관광비자로 와서 미국안에서 기회를 찾고 본인의 방향에 맞게 정착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지금도 인생의 큰 선택들을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하는지 고민 될 때가 있다. 매번 상황마다 여러가지 다른 조건들이 있겠지만, 결국 항상 답은 같은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가! 언제나 그렇듯 내 자신의 성향과 필요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열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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