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초급반에서 2년만에 미국 취업이민한 나의 이야기
이번 글에서는 한번에 미국 마케팅 정규직 H-1B비자로 취업한 인터뷰 과정과 나의 전반적인 영어 공부에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우선 나는 어릴 적에 해외에서 살았거나 유학, 어학 연수 등을 통해 영어를 공부한 케이스가 아니다. 지금은 한국인 친구들보다 외국인 친구들이 더 많고, 대부분의 업무를 외국인들과 영어로 하고있지만, 20살 때까지 만 해도 이런 나의 모습은 꿈만 같은 상상이었다.
대학교 1학년때까지만 해도, 보통의 한국에서 평범하게 자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영어라는 것은 나의 눈과 귀를 스쳐가는 그저 남의 나라 언어였다. 시험을 위해서 단어나 문법만 어느 정도 공부했을뿐, 회화나 듣기는 거의 불가능이었다.
그러던 중, 나에게 눈을 번쩍 뜨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대학 2학년 때 감사하게도 한 금융사에서 주관하는 마케팅 활동에서 입상하게 되었다. 우승 혜택으로 팀원들과 무료 영국 여행을 보내주셨다. 성인으로써 처음 접해보는 해외 경험에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막상 가보니 영국의 가게 점원과 정말 간단한 의사소통도 할 수가 없었다. 문법 없이 아무 단어나 나열하는 내 영어를 영국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고, 나 또한 낯선 영국 영어 발음에, 무슨 말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2주간 같이 간 한국 사람들에게 의지하여, 영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약간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내가 진짜 영국을 다녀온건지, 파주 영어 마을(?)을 다녀온 건지 싶었다. 대학교 친구들과 인천 차이나 타운에 놀러갔다온 것 처럼, 그냥 한국 사람들과 영국식으로 잘 꾸며진 풍경을 보고 음식을 먹고 온 것 같았다.
'다음 해외 여행은 이렇게 보낼 수는 없겠다'싶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1년 휴학계를 내고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했다.
가장 낮은 초급반에서 a/an의 차이부터 배우고, 이를 소리내어 발음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언어 감각에 소질이 없는 편은 아니었는지, 나름 금방 따라갔다. 3-4개월 째에는 슬슬 외국인 친구도 한 명씩 만들고, 미드도 영어 자막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소비하는 모든 컨텐츠를 영어 컨텐츠로 보려고 노력했다. 홈트부터 휴식용 웃긴 영상 등등.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알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한국 밖에 존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해외 취업을 꿈꾸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평소 주변 환경을 영어 듣기와 말하기에 자주 노출될 수 있게 만들어놓으니, 이제 영어로 의사 소통은 어느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프로페셔널한 면접 영어를 소화하기에는 한참 부족했고, 한국어로 해도 긴장되서 말이 잘 안 나오는 면접을 영어로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 때 가장 효과적으로 날 도와줬던 것은, 역시 구체적인 목표에 따른 준비와 연습이었다.
모든 취준생들에게 4학년 여름 방학은 하나라도 스펙을 더 쌓아야하는 시기였다. 나도 ‘오픽'이라는 영어 말하기 시험 점수를 따고 싶었다.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문 스크립트 작성법이나 영어로 시간내 조리있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예상 질문들을 뽑은 다음, 나의 실제 스토리를 기반하여 모범답안을 작성하고, 이를 입에 붙여보았다.
이 스토리들이 내 입에 붙으면, 예상하지 못하는 질문이 나와도, 내가 준비한 말들안에서 어느정도 대응을 할 수가 있게 된다. 해당 질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답변이 아니더라도, 횡설수설하며 아무 말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아 이런 부분은 이렇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예전에 겪었던 이런 일이 떠오르네요' 라는 식으로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넘기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오픽에서도 최고점인 AL을 받았고, 여러가지 영어 인터뷰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해나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는, 2-3개월정도 1:1 회화 학원에서 원어민 선생님들과 예상 질문/답안 첨삭도 하고, 모의 면접처럼 즉흥적인 질문 받고 답하기 연습을 한 것도 실전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가 최종 합격하여 미국 정규직 비자를 받고 가게된 면접은, 화상 면접으로 새벽 2시 정도에 진행되었다. 새벽에 화장과 머리를 하고, 위에는 면접용 블라우스를 입고, 아래는 잠옷 바지를 입고서, 떨리는 마음으로 스카이프 통화를 기다리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 면접관님이 영어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던 게 기억이 난다. 아무리 영어 듣기/말하기 시험 점수가 있더라도, 한국에서만 자란 내가, 미국 사람들과 정말 문화적으로 교류할수 있는 건지 반신반의하셨던 것 같다. 특정 제품을 영어로 미국 사람한테 설명하듯이 말해보라고 하셨다.
이건 준비된 질문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간적으로 영어 대답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많이 했던 탓인지, 크게 긴장하지 않고 나름대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이정도면 되겠네‘ 라고 답변하시고는, '이제 또 긴 비자 프로세스가 있으니, 저희 HR에서 연락드릴거예요.' 라는 말로 인터뷰가 종료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히 내가 영어를 단어책이나 문법책이 아닌, 실제 미국 사람들, 미국 사람들이 보는 컨텐츠로 익혔기 때문에, 문화적인 이해까지 어느 정도 가져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까다롭기로 소문한 미국 H-1B 취업 비자는 정말 나오는데까지는 거의 1년이 걸렸다.